<아수라>
감독 김성수 | 넷플릭스
<아수라> 3주기 무렵 ‘아수리언’들에게 축전을 보낸 김성수 감독은 “그동안 좋은 영화도 많이 나왔는데 아직도 이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여러분 인생이 성공하겠습니까”라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 영화를 둘러싼 세간의 뜨거운 관심은 <아수라>를 21세기의 클래식으로 만들고 있다. 조폭보다 더 조폭 같은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와 그의 수하가 되기로 결심한 형사 한도경(정우성) 그리고 검찰 세력까지 모두 밑바닥 시궁창으로 몰아넣고야 마는 영화의 지독한 폭력성은 처음엔 불쾌하다가도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왓치맨>
제작 데이먼 린들로프 | 웨이브
코믹스 <왓치맨>으로부터 34년 후 이야기. 2019년 오클라호마주 털사는 여전히 인종 갈등을 겪고 있다. 과거 털사에서 벌어진 흑인 대학살 이후에도 백인우월주의 단체 제7기병대는 경찰과 그의 가족을 공격하고 다닌다.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앨런 무어의 원작이 가진 테마는 그대로 계승하되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다시 힘을 받은 현대 미국 사회에 필요한 재해석을 담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털사 흑인 학살은 실제 벌어졌던 일이며, 올해가 100주기다.
<너의 모든 것>
제작 세라 갬블, 그레그 벌랜티 | 넷플릭스
시즌1은 첫눈에 반한 여자를 스토킹하고 감금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불사하는 사이코패스 남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인간관계의 불쾌한 긴장감을 아슬아슬하고 유려하게 풀어낸 문제작이었다. 시즌2는 그와 같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보이는 사이코패스 여자 애인이 생기면서 벌어질 수 있는 난장판이었다. 시즌3는 사이코패스 커플이 결혼해서 아이까지 키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비정상적 관계의 유효기간은 지독한 파괴 본능을 통해 연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인 듯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감독 최삼호, 안윤태, 유혜승 | 웨이브
YH무역 여공들의 연대가 박정희의 독재를 끝냈고, 2인조 카빈 강도 사건은 언론에서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되는 이유를 보여주며, 오대양 집단 변사사건은 웬만한 호러영화보다 섬뜩하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근현대사도 ‘장트리오’와 함께라면 새롭게 다가온다. 그런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이야기꾼은 장씨들만 할 수 있는 걸까? 시즌2까지 장도연, 장성규, 장항준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면. 10월21일부터 시작하는 시즌3에서는 배우 장현성으로 대체된다.
<표리부동>
감독 신민철 외 | 웨이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한국 근현대사를 담당한다면 <표리부동>은 각종 범죄사건을 깊이 파헤친다. <그것이 알고 싶다>나 범죄 프로파일링 관련 콘텐츠 같은 계보로 묶을 수 있는 KBS의 교양 프로그램이다. 기계교 사기사건, 택시 연쇄살인마 온보현,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등 이미 뉴스를 통해 숱하게 접했던 사건들도 전문가의 해설로 들으면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발견된다. 범죄 전문가로 나오는 ‘표’창원과 ‘이’수정 교수가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시각으로 해당 사건을 설명하기 때문에 둘의 입장은 충돌할 수 있다.
<베놈>
감독 루빈 플라이셔 | 왓챠
톰 하디 최고의 로맨스 연기를 <베놈> 시리즈에서 감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에디 브록과 베놈의 부부 싸움 및 권태기 극복을 담은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에 앞서 <베놈>을 통해 전쟁 같은 사랑의 태동이 어땠는지 복습해보자. 새로운 빌런 ‘베놈’ 그리고 그에게 몸을 허락하고 불편한 동거를 택하는 에디의 관계맺음은 히어로 장르와 잔혹한 묘사를 제외하면 거의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처럼 흘러간다. 엉성한 전개와 제작비에 어울리지 않는 ‘쌈마이’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길티 플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