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장르는 없었다. 이것은 로맨스인가,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인가. 베스트셀러 소설가 현(류승룡)이 슬럼프에 빠진 사이 전 부인 미애(오나라)는 현의 친구 순모(김희원)와 비밀연애 중이고, 아들 성경(성유빈)은 이웃사촌 정원(이유영)에게 빠져 학교를 빼먹기 일쑤다. 무작정 현을 쫓아다니는 대학생 제자 유진(무진성)은 소설을 한 자도 쓰지 못해 괴로운 현 앞에 번뜩이는 습작을 들고 나타나 현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조은지 감독의 <장르만 로맨스>는 멀리서 보면 각자의 로맨스, 자세히 보면 관계의 복합성에 대해 말하는 코미디영화다. 한국판 <미스 리틀 선샤인> 같다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어쨌든 이곳에 모질고 모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렇다고 인물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창작력이 시든 소설가, 전남편을 배려하기 위해 비밀연애 중인 전 부인, 괜히 이혼한 부모 탓을 하고 싶은 고3 수험생 등 누구 한명 인생을 쉽게 살아가는 이가 없다. 도망치고 싶을 만큼 곤란한 순간들은 현과 주위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선의로 행동하면서 탄생하는지도 모르겠다. <장르만 로맨스>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욕망에 조금 더 솔직했을 뿐이다.
<장르만 로맨스>는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단편 <2박 3일>과 공동 연출한 장편 <오늘, 우리>를 연출한 배우 출신 조은지 감독의 첫 상업장편영화다. 배우 출신 감독인 만큼 대사의 말맛과 캐릭터간 균형이 고른 까닭에 관객마다 감정이입하는 캐릭터가 다를 것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끝나고 극장가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길목에서 배우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성유빈을 만나 <장르만 로맨스>의 코미디 공식에 관해 물었다. 마침 표지 화보 촬영이 있던 날은 오나라 배우의 생일 바로 다음날이었다. 류승룡, 김희원, 성유빈 배우가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굵고 깊은 목소리로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한 옥타브쯤 높은 목소리의 생일 주인공은 “생일 축하, 다음날이야~!”라고 노래를 불렀다. 네 배우는 각자의 방식으로 행동하는데 그 모습이 잘 어울렸고,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비법이 뭘까. 다음장부터 네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