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는 사회적 균열이 있습니다.” 1995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 후보가, 대선 토론회에서 엘리트 파리지앵들의 삶에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하류층 프랑스인들의 상황을 지적하면서 한 말이다. 같은 해, 파리 근교 게토에 사는 3명의 이민자 청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티외 카소비츠의 <증오>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으니, 비단 그만의 우려는 아니었을 거다. 이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2005년, 시라크 대통령은 1만대에 가까운 자동차와 300여개의 건물이 불타고, 3천여명이 체포된 파리 외곽 소요 사태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리고 2018년, 파리 낭만의 상징인 샹젤리제 거리는 ‘노란 조끼’ 시위 중 전쟁터로 변했다. 노란 조끼 운동은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과 부자세 감면 발표를 계기로 불붙은 대중운동으로, 프랑스 내의 계급적 불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장기간 계속된 강도 높은 시위에 프랑스는 노란 조끼 운동을 지지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로 나뉘었고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작 카트린 코르시니 감독의 <균열>은 이런 프랑스의 모습을 약간의 과장과 짓궂은 장난기, 그리고 유머를 발동해 그린, 그러나 너무나도 사실적인 프랑스의 캐리커처 같은 작품이다. 노란 조끼 운동으로 평소보다 환자가 부쩍 늘어난 파리의 어느 응급실. 헤어지자는 연인 줄리(마리나 푸아)의 뒤를 쫓다 미끄러져 팔꿈치에 골절을 입은 부르주아 만화가 라프(발레리 브루니 테체니), 노란 조끼 시위 중 경찰이 사용한 시위 제압용 수류탄으로 다리에 부상을 입은 일용직 트럭 운전사 얀(피오 마르마이), 두 사람의 주위를 바쁘게 오가는 의료진, 그리고 경찰의 거친 진압으로 계속 밀려들어오는 환자들. 이들은 응급실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뒤 헤어진다. 10월27일 개봉한 이 작품은, “작위적이다” 또는 “너무나 현실적이다”라는 상반된 비평을 받으며 꾸준히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곪아가는 균열의 상처는 또 어떤 기이한 캐리커처를 만들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