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이유로 신으로부터 죽음을 고지받고 목숨을 빼앗기는 시연을 겪어야 하는 <지옥>의 세계는 끔찍하고 미스터리하다. 최근 출연작을 통틀어 가장 많은 대사를 소화한 배우 유아인이 대중을 압도하는 비뚤어진 카리스마를 내뿜는 고독한 인물 정진수를 연기한다. 그에 맞서 정의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상처 많은 형사 진경훈 역의 배우 양익준은 부성애 넘치는 아빠의 면모를 드러낸다. 시리즈의 절반에 해당하는 3화까지의 이야기가 정진수와 진경훈의 대립이라면 4화에서 6화에 이르는 극의 후반부에서는 극 전체를 아우르는 민혜진 변호사를 연기하는 배우 김현주의 진면모를 볼 수 있다. 세 배우는 작품의 어두운 세계관과 달리 즐거웠던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연상호 유니버스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진수 의장, 민혜진 변호사, 진경훈 형사는 모두 <지옥>의 포문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려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시리즈를 관람한 소감도 함께 묻고 싶다.
유아인 <지옥>을 보는 내내 6화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놀라웠다. 정진수는 내가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비교해 딱히 닮은 구석은 없다. 하지만 뒤틀린 속내, 꼬여버린 내면, 개인사와 더불어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위험한 인물이 되어간다는 점에서 몇몇 인물을 연상케 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김현주 3화까지 봤고, 아직 결말을 모른다. 공개되면 보려고 꾹 참고 있다. CG로 표현한 지옥의 사자가 너무 비현실적이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
양익준 내게 <지옥>은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들과는 결이 사뭇 달랐다. 현실 풍자 같기도 하고 큰 흐름을 알 수 없는 소시민들의 모습,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채로 헤맬 수밖에 없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도 새로웠고, 이야기가 지닌 요상한 기운이 있다. 뭔가 불길하고 두렵고. 실제로 살면서 종교와 관련해 느꼈던 많은 이상한 느낌, 경험을 <지옥>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시작부터 등장해 좌중을 압도하는 정진수 의장은 결코 속을 알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제작발표회 때는 현장에서 많은 계획을 하고 연기하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굉장히 낮은 톤으로 말하는 정진수의 말투, 권력적으로 가르치려 들지 않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자의 태도 같은 외형적인 모습이 어떤 고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유아인 수준 높은 트위스트는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혹은 종교단체의 수장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보이려 했다. 위약하고 나긋나긋한 인물이지만 굉장히 날카롭고 폭력적으로 사람들을 위협하는 힘을 가진 인물로 보이기 위해서 내적인 에너지와 외부로 발현되는 힘의 차이 같은 표현을 달리해보려고 노력했다.
민혜진 변호사는 극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정의로운 드라마의 현실에서 가장 기대고 싶은 든든한 버팀목 같은 인물인데 변호사를 처음 연기한 것도 아니고 최근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강직한 면모가 잘 이어지는 것 같다. 거기에 더해 굉장한 액션 연기까지 선보인다.
김현주 민혜진을 강인하고 정의롭게 표현하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정의로운 인물이면 오히려 비현실적일 것 같더라. 인간다움을 유지하면서 인간의 편에서 싸울 수 있는 인물의 모습은 어떨지를 고민했던 것 같다. 그녀 역시 신은 아니기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혔을 때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유아인 작품이 공개되면 김현주 배우의 진가를 봤다고 반응하실 것 같다. 현장에서도 감동적이었다.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 <지옥>의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양익준 배우들의 면모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재봉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유아인 연상호 감독은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위계는 피하면서도 책임감은 강한 감독이라 생각한다. 좋은 인성을 갖춘 사람들이 현장을 이끄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김현주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권위적인 리더십이 주는 강점이 있겠지만 연상호 감독은 본인이 광대처럼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웃겨주면서 부담과 고민을 덜어준다. 그런 모습이 참 감사하다.
<지옥>은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을 둘러싼 사건이 중심이지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람들의 갈등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현 세태에 대한 다양한 사회문제도 대입해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작품인데 <지옥>의 엔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아인 억지로 현실 문제를 대입해서 보지 않아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표현방식과 연출로 이뤄진 작품이다. 너무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드러내면 촌스럽지 않나. 물론 드라마틱하고 영화적이지만 엔딩이 시사하는 바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주 <지옥>의 질문 자체가 나를 굉장히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나의 나약함을 감추고 힘을 얻고자 하는 내면,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무너지면 그게 공포다. 믿음과 두려움은 함께 오는 것 같다. 진짜로 죽음을 통보받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그것이 바로 내가 살면서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일 테다. <지옥>의 엔딩은 그런 삶의 가치를 보여준다.
양익준 배우는 <지옥>이 공개되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만명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밝히기도 했는데, 6화 전체를 관람한 유아인 배우가 보기에 가능할 것 같나.
유아인 지금 (팔로워 수가) 어떻게 되시죠?
양익준 4700명 정도….
유아인 너무 과욕 아니십니까? (웃음)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기대하는 바를 이루시기를.
양익준 매니지먼트 없이 스스로를 챙기며 배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