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고하겠는데 ‘이모저모’라는 말은 쓰지 마.”
문체부 디지털 소통팀 여민구 팀장(김현명)은 브이로그 담당 신입 직원 맹소담(김예지)에게 당부한다. 썸네일에 ‘요절복통’이 들어가면 사람들이 더 안 보더라는 서글픈 경험도 덧붙인다. “우리 제발 일만뷰라도 넘겨봅시다”라고 애원하는 그는 ‘이날치’로 조회수 대박나서 어깨에 뽕 찬 관광청 홍보팀이 부러워 어쩔 줄 모른다. 이 구체적이고 생생한 대사는 <이상청>의 작가들 모두 정부 부처 브이로그를 구독하며 관찰한 결과 탄생했다. 모든 공공기관이 유튜브를 비롯한 SNS 홍보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시대상의 반영이다.
“정은씨 하는 짓거리 보면 완전 한남인데 한남! 완전 지가 한남이면서 뭐가 이렇게 잘났어!”
이정은의 사연을 팔아 작가로 거듭나려던 김성남은 이정은이 화를 내며 원고를 삭제해버리자 소파에 몸을 던지며 울부짖는다. 백현진이 인스타그램에 쓴 표현에 따르면 “한없이 후진 남성=한남”의 상징 같은 김성남이 여성을 향해 내뱉는 가장 심한 분노의 표현이 ‘한남’이라는 데서 아이러니가 완성되는 것이다. 윤성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2000년 방송된 MBC 드라마 <아줌마> 속 대학교수 장진구(강석우)가 김성남의 가장 큰 레퍼런스라고 말했다. 마침 <아줌마>도 웨이브에서 볼 수 있으니 지난 20년 사이 ‘진보연하는 중년 남성 지식인’의 초라한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혹은 그대로인지 확인해보자.
“스탤론은요?”
남편의 납치범들로부터 협박 메시지를 받은 이정은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함께 사라진 반려견 ‘스탤론’의 안위다. 배우 박희본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이 동물 배우(본명 복순이)의 최대 위기는 거리에서 오토바이에 치일 뻔한 장면이다. 그러나 윤성호 감독은 “저도 겁이 많고 연출팀도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부와앙 울리는 순간 ‘안돼!’ 하며 일찌감치 스톱 사인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라는 후문을 전한다. 한편 극 초반 물의를 빚고 퇴임한 전임 문체부 장관이 가슴에 바르고 반려견에게 핥도록 했던 크림 역시 개를 위한 식용 크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