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사라 게이 포든의 책 <하우스 오브 구찌: 살인, 광기, 화려함, 그리고 탐욕의 충격적 스토리>(이하 <하우스 오브 구찌>)가 출간된 직후, 리들리 스콧과 그의 아내인 지안니나 스콧이 운영하는 제작사 스콧 프리는 재빨리 판권을 사들였다. 3대를 거듭한 구치 가문의 요란하고 아이러니한 흥망성쇠를 읽은 리들리 스콧은 영화 전체를 지배할 비장한 욕망과 시각적 구조를 차근차근 건축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 이은 2020년대 리들리 스콧의 두 번째 영화로 <하우스 오브 구찌>가 모습을 드러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브랜드의 명성이 요동칠 동안 가문의 역사에 커다란 말뚝을 박은 단 하나의 사건은 청부 살인의 피해자가 된 마우리치오 구치의 죽음이다. 그리고 그 뒤엔 구치의 영원한 외부자이자 불명예의 아이콘으로 남을 파트리치아 레지아니가 있다. 사랑과 야심이 탐욕과 복수로, 나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이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관점의 차이는 있겠으나 분명 실화다. 영화를 보고 나면 더 궁금해지는 영화 바깥의 사실들을 조각해 구치가 살인 사건의 전말을 풀이하고, 최전선에서 당대 패션계를 이끈 구치가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어지는 ‘<하우스 오브 구찌>를 향한 3개의 질문’에서는 리들리 스콧의 긴 궤적 아래서 이번 신작이 차지하는 위치를 더듬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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