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배우 레이첼 지글러 "마리아와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22-01-14
글 : 송경원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에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 캐스팅됐다. 그것도 전설적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역에. 그야말로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데렐라로 부르기에 손색없지만 이런 수식어는 레이첼 지글러의 매력을 전혀 설명해주지 못한다. 1년의 캐스팅 과정을 거쳐 발굴했다는 이 무서운 신예는 독보적인 음색과 깊은 감정 표현, 내털리 우드를 연상시키는 대체 불가한 매력으로 영화를 장악한다. “그녀에겐 마치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신비로운 자질이 있다”라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찬사에는 한치의 과장도 없다.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역에 캐스팅됐다.

= 믿을 수 없었다. 심지어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이라니. 위대한 작품, 그중에서도 마리아의 유산을 이어받을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다. 2018년 6월부터 꾸준히 테스트를 받았고, 2019년 1월 무렵에 확정됐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합류한 건데, 최대한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알다시피 고등학교에서 비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웃음)

- 2022년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다시 한다는 것, 1950년대로 다시 돌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이건 미국 역사의 일부이고 여전히 우리 삶의 일부와 연결되어 있다. 사라져가는 지역에서 가난한 백인들과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이 서로 싸우고, 무너지고, 다른 무언가로 변해간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부조리와 갈등 속에 놓여 있고, 그건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이어지고 있다.

- 당신이 생각하는 마리아는 어떤 인물인가. 원작과 달라진 점이 있나.

= 마리아는 매우 솔직하다. 내 생각엔 줄리엣이나 1961년작 마리아 모두 이미지처럼 순진무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리아는 세상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자신이 사랑하는 것, 믿는 것을 지켜내는 데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 이 캐릭터를 빛나게 한다. 원작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유지하되 다른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빚어지는 매력을 생생하게 살리고 싶었다.

- 춤과 노래는 물론 감성적인 부분 모두 필요한 배역이다.

= 모든 부분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훈련을 했다. 특히 보컬 감독님은 내 목숨을 구해준 분이다. (웃음) 매일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가운데에서도 목이 상하지 않도록 관리해주셨다. 아침마다 다른 배우들과 발레 바에 다리를 걸치고 몸을 풀며 하루를 시작했다. 마리아는 춤 동작이 많이 필요한 배역은 아니었지만 모두와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우리를 가족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런 공동체 의식이 감정적인 토대가 되어주기도 했다. 마리아가 겪을 상실감, 슬픔과 비극 앞에서도 끝까지 서서 앞으로 걸어갈 힘을 준 건 결국 많은 준비와 훈련이었다.

- <Tonight>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탁월한 목소리다. 이 곡을 부를 때 기분이 어땠나. 당신의 목소리로 다시 탄생한 곡은 이전과는 어떻게 다른가.

=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곡을 <드림걸즈> <시카고> 등에 참여한 맷 설리번이 프로듀싱하고,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녹음을 지휘했다. 이런 상징적인 사람들과 상징적인 음악을 부를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만약 곡이 다시 태어났다면 이런 거장들의 손길 덕분이다.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이어 <백설공주>까지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 사실 나는 마리아와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18살이 되자마자 뉴욕으로 이사했고 낯선 환경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사생활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할리우드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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