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90년대생 여성 신인감독이 그린 중년의 사랑 이야기 '애정신화' 조용한 흥행
2022-01-24
글 : 한희주 (베이징 통신원)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낭만적이다

2021년 중국영화계의 키워드를 꼽자면 여성영화의 강세를 빼놓을 수 없다. 여성감독의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여성 서사영화로 박스오피스 역대 3위를 기록한 <니하오, 리환잉>으로 시작해 90년대생 여성감독이 만든, 중년 여성들의 사랑을 고찰한 영화 <애정신화>로 끝난 해가 2021년이었다. 그중 세밑에 개봉해 현재까지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영화 <애정신화>는 베이징전영학원을 졸업한 샤오이후이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다. 배우 서쟁이 주연을 맡았지만 개봉 당시 신인감독의 영화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관객의 입소문으로 현재까지 2억4천만위안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영화는 세 여자와 두 남자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단순히 중년들의 로맨스에 무게를 두고 있진 않다. 그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미세하게 들여다보고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극복하며 동시에 그 안에서 낭만을 찾아가는 과정을 좇는다. 중년 남녀가 주인공이지만 MZ세대 관객이 더 열광하는 이유는 삶과 사랑의 보편적인 감정을 새로운 방식과 캐릭터로 다뤄서다.

이 영화는 2020년 신인 창작자들의 데뷔 등용문인 FIRST 청년영화제 프로젝트 피칭에서 대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배우 마이리는 감독이 프로젝트 소개서에 여주인공 캐스팅 1순위로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한 확신으로 왜 이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재치 있게 설득하며 모든 심사위원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고 출연까지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이리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단지 여성영화라는 수식어로 제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관객과 시장은 이미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여성영화라는 카테고리가 무색해졌고 그저 자아를 찾아가는 영화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샤오이후이 감독이 2019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쓴 “베이징전영학원을 졸업한 백수가 하는 일, 통장에는 486만원”이라는 글은 솔직하고 현실적인 고백으로 가득했다. 졸업 후 영화가 하고 싶어서 온라인에서 전자담배를 팔며 상하이로 이사해 사람들을 관찰하며 지금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영화 개봉 후 소셜 미디어에 솔직하고 내밀한 영화 제작 일지를 적은 것이 10만뷰 이상 읽히는 등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성 영화인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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