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의 지지와 아카데미의 선택을 나누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까지 총 8개 주요 부문의 수상을 예측해보았다. 제인 캠피언, 윌 스미스, 아리아나 드보스처럼 수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인물들이 예측대로 트로피를 거머쥘지, 혹은 충격적인 이변이 탄생할지가 이번 오스카 시상식의 관건이다.
작품상
후보 <나이트메어 앨리> <돈 룩 업> <듄> <드라이브 마이 카> <벨파스트> <리코리쉬 피자> <파워 오브 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킹 리차드> <코다>
<씨네21>의 선택 <드라이브 마이 카>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은 <기생충>이 보여준 화제성을 <드라이브 마이 카>가 이어받진 못했다. 그러나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봉준호 감독의 스타성에 비해 한참 고상한 영역에 위치한 <드라이브 마이 카>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오히려 더욱 상징적인 변화라 할 만하다. 관념적인 주제와 느긋한 속도, 배우와 연기에 대한 작가적 실험을 품고 있는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로컬 시상식’으로서의 위기를 고민하는 아카데미가 올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파격이 될 것이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파워 오브 도그> 뉴질랜드 출신의 여성감독 제인 캠피언이 해석한 이 새로운 서부극은 남성성을 해부하고 나아가 미국의 정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힌다. 지난해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파워 오브 도그>를 향한 평단의 지지는 명백한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영국 아카데미상,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현재까지의 레이스를 살펴보면 물 흐르듯 오스카까지 수상 성공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파워 오브 도그>는 아카데미 작품상의 명예를 안는 첫 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된다.
감독상
후보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언,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나,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리코리쉬 피자> 폴 토머스 앤더슨
<씨네21>의 선택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언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언이 받아야 한다. <피아노>(1993)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을 수상한 세 여성, 제인 캠피언 감독과 배우 홀리 헌터, 애나 패퀸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던 축제의 날 이후 캠피언이 다시 그 무대에 서기까지 28년이 걸렸다. 아카데미 감독상 부문에 두 차례 노미네이트된 최초의 여성감독이자, 최근 영국 아카데미상 결과로는 감독상을 수상한 겨우 세 번째 여성감독이라는 기록을 그 누구도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적어내려갈 수는 없을 테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언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상, 미국 영화감독조합상까지 올해 감독상은 제인 캠피언이 독식 중이다. 최근 12년간 작품상과 감독상이 다른 작품에 주어진 경우는 총 5번, 올해는 순탄한 레이스에 힘입어 <파워 오브 도그>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나란히 가져가는 전통을 따를 확률이 높다. 그런 한편 캠피언은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미국 테니스의 전설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를 거론하며 “그들은 나처럼 남자들과 경쟁하지는 않잖나”라고 농담해 빈축을 사고 있다.
여우주연상
후보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채스테인, <로스트 도터> 올리비아 콜맨,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 니콜 키드먼, <패러렐 마더스> 페넬로페 크루스
<씨네21>의 선택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스펜서>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보여준 예리하고 연약한 초상은 스튜어트의 연기가 전성기를 향해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트와일라잇>에서 끔찍한 연기력으로 온갖 비판을 받았던 하이틴 스타가 평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아트하우스 배우로 자리 잡다니,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궤적인가. 그러나 올해 시상식 레이스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미국 배우조합상이 아예 후보 지명조차 하지 않으면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오스카 레이스는 <스펜서> 속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운명처럼 불안정한 처지에 놓였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채스테인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진출한 이후, 빠른 속도로 전진해온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이 10여년 만에 여우주연상 수상의 기회를 노린다. 1970년대에 기독교 방송 네트워크를 설립해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가 각종 논란과 사기로 추락한 타미 페이 베커 부부를 다룬 <타미 페이의 눈>은 작품에 대한 미온적 평가와 달리 채스테인을 향한 지지의 목소리만큼은 뜨겁다. 실제 모습을 알아보기 힘든 분장, 목소리 톤을 한껏 끌어올려 실존 인물을 모사한 표현력이 아카데미 회원들의 마음 역시 빼앗을 것으로 보인다.
남우주연상
후보 <틱, 틱... 붐!> 앤드류 가필드, <파워 오브 도그> 베네딕트 컴버배치,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 하비에르 바르뎀, <맥베스의 비극> 덴절 워싱턴, <킹 리차드> 윌 스미스
<씨네21>의 선택 <틱, 틱... 붐!> 앤드류 가필드 사실 아카데미 시상식은 특히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전통적으로 경력자를 우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젊은 배우가 수상할 땐 주로 실존 인물을 연기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경우에 한해 이변이 연출된다. 그런 맥락에서 요절한 브로드웨이의 천재 조너선 라슨을 스크린에 소생시킨 앤드류 가필드는 올해 오스카 무대에 올라 전성기를 축하받기 딱 적절한 필모그래피의 흐름을 보여준다. <틱, 틱... 붐!>에서 가필드는 광포한 젊음의 에너지와 흘러넘치는 풍부한 감수성으로 어느 때보다 매혹적이었고, 피아노 연주와 가창까지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킹 리차드> 윌 스미스 <킹 리차드>의 윌 스미스가 받을 것이다. 윌 스미스는 미국 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상,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을 휩쓸고 있다. 사실상 오스카 수상 가능성도 거의 확고한 수준이다. <씨네21>의 선택이 대체로 앤드류 가필드와 베네딕트 컴버배치로 갈린 것처럼 비평가들은 주로 두 후보를 선호함에도 시상식 레이스 내내 대세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윌 스미스가 배우로서 지난 세월 동안 보여준 특유의 따뜻하고 묵직한 존재감이 캐릭터와 만나서 내는 시너지 효과가 작용한 결과일 것으로 추측된다.
여우조연상
후보 <파워 오브 도그> 커스틴 던스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로스트 도터> 제시 버클리, <킹 리차드> 안저뉴 엘리스, <벨파스트> 주디 덴치
<씨네21>의 선택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본 사람들이 극장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언급하는 캐릭터는 마리아가 아니라 아니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 출신으로 푸에르토리코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리아나 드보스는 등장하는 순간마다 압도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존재감을 타고났다. 올해 후보에 오른 배우 중 장면을 지배하는 생기 면에서는 단연 최상단에 서 있는 신인이다. 뮤지컬 무대에서 차근차근 공력을 쌓아온 아리아나 드보스의 재능에 힘입은 라이브 시퀀스 역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지닌 주요한 힘 중 하나다. 오픈리 게이인 그가 연기력에 마땅한 주목을 받고, 빠르게 오스카까지 거머쥐는 풍경은 정치적으로도 반가운 메시지를 대변할 것이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1961년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아니타를 연기한 리타 모레노에게 오스카를 수상한 최초의 히스패닉 여성배우라는 타이틀을 안겨주었고, 2021년작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 선물을 아리아나 드보스에게도 새롭게 건넬 참이다. 지금까지의 시상식 전초전, 대중과 평단의 반응 모두 아리아나 드보스를 향한 지지와 사랑으로 가득하다. 미국 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골든글로브까지 싹쓸이한 아리아나 드보스가 만약 상을 받지 못한다면 올해아카데미의 가장 큰 충격적 이변으로 회자되지 않을까. 드보스 다음 순위로 여우조연상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는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던스트가 꼽힌다.
남우조연상
후보 <코다> 트로이 코처, <파워 오브 도그> 코디 스밋맥피, <파워 오브 도그> 제시 플레먼스,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 J. K. 시먼스, <벨파스트> 키어런 하인즈
<씨네21>의 선택 <파워 오브 도그> 코디 스밋맥피 오스카에서 상을 받기엔 너무 겸손하고 창백한 연기일까? 미국 배우조합상 이전까지는 강력한 후보였던 <파워 오브 도그>의 코디 스밋맥피는 뒷심을 발휘 중인 <코다>의 돌풍 때문에 기세가 살짝 꺾인 모양새다. 그러나 러닝타임 3시간에 달하는 <파워 오브 도그>를 보면서 코디 스밋맥피라는 놀랍도록 섬세하고 칼날 같은 표현력의 소유자를 제대로 보게 된 관객은 이제 그의 진가를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수동태에 머무는 유약한 소년의 얼굴로 시작해, 광기와 섬뜩함, 폭력성까지 태연하게 한 호흡으로 담아내는 코디 스밋맥피의 주도면밀한 재능을 놓고 아카데미 회원들 역시 끝까지 고심할 듯하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코다> 트로이 코처 <코다>의 트로이 코처가 받을 것이다. 그리고 트로이 코처가 오스카 트로피를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순간 시청자들도 집중할 것이다. 남우조연상 부문에서 미국 배우조합상 수상, 오스카 후보 지명 모두 농인 배우로서는 최초이기 때문. <코다>의 상대역이었던 말리 매틀린이 일찍이 <작은 신의 아이들>(1986)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신화를 트로이 코처도 다소 늦긴 했지만 올해 드디어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인 가족을 뒤로하고 가수의 꿈을 찾아 고향을 떠나려는 딸을 보면서 사랑과 염려, 그리고 미묘한 거부감을 느끼는 과도기의 심정을 연기한 코처는 음성언어에 의존하지 않는 배우의 몸짓, 그리고 수어의 위상을 증진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각본상
후보 <돈 룩 업> 애덤 맥케이, 데이비드 시로타,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나, <킹 리차드> 잭 베일린, <리코리쉬 피자> 폴 토머스 앤더슨,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요아킴 트리에, 에스킬 포그트
<씨네21>의 선택 <돈 룩 업> 애덤 맥케이, 데이비드 시로타 올해 각본상 후보는 다소 혼란스러운 구성이다. <리코리쉬 피자> <벨파스트>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모두 뛰어난 작품이지만, 각본이 최고의 미덕은 아닌 탓이다. 그 가운데 트럼프 시대와 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스케치하는 <돈 룩 업>은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도 각본가의 재주를 대변하는 작품이기에 다수의 선택을 받았다. 재치 넘치는 대사, 사방에서 관객을 옥죄여오는 유머, 조롱, 풍자의 상황들이 쏟아지며 작가의 메시지가 뾰족하게 내리꽂힌다. 각본상 후보 중 아마도 가장 관객을 많이 웃게 했고 그 웃음 뒤에 서늘한 식은땀도 감지하게 한, 애덤 맥케이 사단이 노력한 각본에 <씨네21>은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나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 바탕을 둔 <벨파스트> 각본은 인간적인 향취로 아카데미 회원들의 마음을 녹일 것이다. 1960년대 말,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 벌어진 종교 갈등과 그로 인한 폭동 속의 일상사를 묘사한 <벨파스트>는 가족사를 통해 시대를 읽어내는 유려한 솜씨,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담담한 용기와 내밀함으로 마음을 울린다. <로마>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보여주었던 아카데미가 <벨파스트>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눈여겨볼 포인트. 올해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공로를 인정하는 다수의 표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촬영상
후보 <나이트메어 앨리> 단 라우스트센, <듄> 그레그 프레이저, <파워 오브 도그> 아리 웨그너, <맥베스의 비극> 브루노 델보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야누시 카민스키
<씨네21>의 선택 <듄> 그레그 프레이저 올해 오스카 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프로덕션의 진가를 인정받은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이 부추긴 독자의 광활한 상상력을 대체로 만족시켰다는 점 하나만으로 대단한 성취라고 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영화와 현대미술의 경계를 묻는 지점까지 나아간 그레그 프레이저의 촬영은 감각적 체험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절대적 경험에 동의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을 모두 제치고 트로피를 안을 만하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듄> 그레그 프레이저 오스카는 촬영상 부문에 있어서 영화가 기술의 예술이라는 점을 명백히 공표하는 선택을 한다.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장대한 프로덕션을 이끈 작품, 미지의 기법으로 혁신적 성취를 일궈낸 작품들에 손을 들어주는 그동안의 스타일로 볼 때 <듄>은 총애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아바타> <그래비티> <블레이드 러너 2049> <1917> 등 최근 몇년간의 수상 흐름만 보아도 <듄>은 적절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