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배우 앤 해서웨이 인터뷰 "야심을 매력으로 느끼는 사람"
2022-04-05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성공한 창업자에 가려진 아내, 귀네스 팰트로의 사촌, 실패한 배우. 레베카 뉴먼을 묘사하는 말에는 가시가 있다. 사랑받고 싶었고 빛나고 싶었던 레베카 뉴먼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는 그런 레베카 뉴먼을 “준비되지 않은 일에 부딪혀보고 도전하는 야심가”로 봤다.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우린폭망했다>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제작자인 리 아이젠버그와 드류 크리벨로가 건넨 제안이 처음부터 매력적이었다. 파일럿 대본도 재미있었고, 명성 있고 재능 있는 쇼러너, 그리고 자레드 레토가 이미 애덤 역에 캐스팅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쇼에서 내가 연기할 레베카 뉴먼에 대해서는 그때까지만 해도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정하기 전에 이 쇼가 레베카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런 나의 질문에 리와 드류는 <우린폭망했다>가 애덤과 레베카에 대한 이야기일 것, 레베카에 대해서도 애덤만큼 캐릭터 탐구가 있을 것을 확인해줬다. 그리고 실존 인물인 만큼 애덤과 레베카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아야 했다. 그런 점들을 확인한 뒤에 이 작품과 모든 것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답장했다.

- 레베카는 애덤과 비교하면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어떻게 캐릭터를 알아갔고, 가까워지려고 했나.

= 레베카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그녀를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했다. 레베카가 어떤 사람이냐는 나의 질문에 공통적으로 나온 대답은 “다정하다”였는데, 내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형용사였다. 그때 처음으로 쉽지 않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복잡다면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했다. 매일 레베카가 되는 일은 그녀보다 우위에서 내려다보는 일이 되어서는 안됐다. 나도 그녀도 결국에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 레베카가 애덤과의 첫 데이트를 회상할 때 빨간불이 들어왔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레베카가 애덤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남녀 사이의 화학반응은 정말 강력하다. (웃음) 레베카는 팟캐스트 <스쿨 오브 그레이트니스>에서 애덤을 만나기 전에 7년 동안 연애 상대가 없었고, 애덤을 만나기 얼마 전 침묵수행에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물론 애덤 이전에도 다른 사람을 만났지만 애덤을 만났을 때 레베카는 두 사람이 만들어갈 미래에 한계가 없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레베카처럼 야심이 큰 사람이라면 그 가능성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을 거다.

- 애덤과 레베카의 친밀한 관계를 자레드 레토와 연기한 경험이 궁금하다.

= 자레드와 연기의 합은 정말 좋았다. 우리의 캐릭터는 서로를 끔찍이 사랑했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런 관계의 밀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따로 한 일은 없었다. 자레드는 애덤이 되어 촬영장에 나타났고 나는 레베카가 되어 그를 반겼다. 그렇게 애덤과 레베카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에너지가 분출됐다. 세 번째 촬영을 했을 때부터 우리는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를 했고 대본에 없는 춤을 추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내 연기가 훌륭하다면 그건 자레드와의 파트너십 덕분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 에피소드 8편에서 애덤과 레베카가 이스라엘로 떠나기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웃다가 울다가 울부짖다가 끌어안는 등 감정이 폭발해 흘러나오는 장면이 있다. 최종 편집본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자레드와 나는 촬영이 아닐 때에도 애덤과 레베카로 지냈다. 촬영이 끝나기 2주 정도 앞둔 때였는데, 대본에는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라고만 적혀 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우리가 나와 자레드였는지, 애덤과 레베카였는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의 조합이었는지 알 수 없다. 배우로서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사진제공 Apple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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