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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시네마] 42분27초부터 보세요 '셀럽은 회의 중'
2022-04-08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4인조 코미디언 걸 그룹 셀럽파이브는 2018년 결성됐다. “하고 싶은 게 생겼다”라는 김신영의 꿈 한마디를 현실로 만든 것은 송은이다. 이후 송은이가 만든 회사에 자리 잡고 부캐릭터 ‘둘째 이모 김다비’로 사랑받은 김신영은 말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 얘기에 귀 기울여준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다들 ‘뭐 그런 일을 벌이려고 해?’ 그랬는데, (송은이) 선배님은 ‘알겠어’ 하고 두달 뒤 ‘그때 네가 얘기했던 걸 이렇게 할 거야’라고 했어요.”

<셀럽은 회의 중>은 바로 그렇게 결성된 셀럽파이브의 송은이, 김신영, 안영미, 신봉선이 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제안받은 뒤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모큐멘터리다. 무대는 없다. 이들의 브레인스토밍이 곧 쇼다. 계획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틈만 나면 회의를 소집하는 ‘꼰대’ 대표 송은이 앞에서 후배들은 “넷플릭스 사장님도 이렇게 까다롭지 않다”라며 투덜대지만, 막상 판을 깔아주니 신이 나서 온갖 개인기와 에피소드를 척척 풀어놓는다.

행사장 무대에서 생긴 일, 부적절한 상황에서 터져버린 웃음, 옛날 코미디 트렌드 등 한국 코미디계 역사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넘나드는 구성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멤버는 김신영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기반으로 히트했던 코너 ‘행님아’가 전라도에서, 그리고 불교와 기독교 행사에서 변주되는 방식으로 빵빵 터지는 데는 몇초면 충분하다. 능글맞은 아저씨를 100명쯤 삼키기라도 한 듯한 ‘빠지 사장’ 상황극과 “오요요?” 무한 반복으로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할머니의 말싸움 비법도 중독적이다. 그중에서도 안영미와 함께 재연한 ‘넷플릭스 19금 베드신’은… 여기서 차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365일> <브리저튼> <섹스/라이프> 등을 아는 시청자라면 속수무책으로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명장면이다. 서로의 공을 받아쳐주는 팀워크의 재미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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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누나와 나’> / MBC

천하의 유재석이 그 어느 때보다 입 떼기 어렵게 만든 누나들은 이경실, 박미선, 조혜련이다. “요샌 이혼해도 나갈 프로가 참 많더라. 살 만한 세상이야”, “우리 엄마가 장수하는 비결은, 우리 아빠가 일찍 가셔서 그래” 등 인생의 쓴맛과 매운맛을 농축한 입담을 마음껏 펼친 이들이 원하는 대로 ‘조동아리’와의 가상 미팅에 출연해 좌중을 휘어잡을 날을 기대한다.

‘호걸언니 이경실’/ 유튜브

이경실은 신인 시절 희극인실에서 겪은 성희롱과 모욕적인 발언들을 회상한다. 이성미는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우리 때 했으면 죽었던 놈도 일어나야 한다”라고 분개한다. 밑도 끝도 없이 “죽어라”라는 말을 들었던 정선희는 이제 “이유나 알고 죽어야지”라고 웃어넘긴다. 이경실의 호탕한 웃음, 날카로운 위트와 함께 한국 여성 코미디언들의 생존기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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