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씨네21 추천도서 -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한 눈에 보는 AI 요약
탐정 김재건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이 출간됐다. 이번 이야기는 남해의 외딴섬에서 열린 초능력자 검증 모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초능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탐정 김재건과 조수 박마곤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던 이야기는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독특한 캐릭터와 유머, 흥미진진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박하루 지음 엘릭시르 펴냄

남해의 작은 섬인 구루섬의 별장에서 초능력자 검증 모임 ‘구루회’가 열린다. 도시전설을 비롯한 각종 소문을 연구하는 임채호 회장이 사실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3회를 맞는 이 모임에 탐정 김재건이 참석한다. 정신력으로 물건과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스테파니, 투시를 할 수 있는 김태연,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전찬호 등 여섯 사람이 한데 모인다. 사람들은 저마다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능력을 증명해 보이면 상금 1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임 회장은 모은 보물 중 가장 값어치 있는 것도 내주겠다는 것이다. 김재건은 이 모임에 초대를 받았을 때부터 생각했다. 여기에는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박하루 작가의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은 ‘탐정 김재건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시리즈 첫 번째인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는 2018년 제1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단편집인 <시체가 너무 많다>가 출간된 데 이어 시리즈 두 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된 것이다. 상식을 벗어나는 온갖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특이 탐정 김재건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고립된 외딴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라는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조수 박마곤이 이번에도 동행하는데, 마곤에게도 ‘시선을 피하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을 쓰면 길거리의 돌멩이처럼 상대의 인식에서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참석자 중에 마곤과 흡사한 ‘유령처럼 스며드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게 아닌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재건과 마곤의 콤비플레이 덕분에 독자는 정보를 착실하게 얻는다. 농담처럼 경쾌한 분위기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6장 말미에 시체가 발견되면서 미스터리한 뉘앙스를 풍기며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인다.

김재건 시리즈의 재미는 엉뚱한 탐정 캐릭터에 얼마나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재건은 탐정으로서 뛰어난 동시에 그 자신도 독특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자주 회자되는 ‘녹스의 10계’의 2항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초자연적인 마력을 동원해서는 안된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를 진행하고 단서를 얻는 과정에서 초능력이 제법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작품을 즐기는 방법에 ‘유머’가 포함된다는 사실은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박하루 작가는 ‘작가 후기’에서 “벌어진 사건을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말썽에 휘말려 영화 같은 활극, 짜릿한 모험과 마주한다면”이라는 발상이 이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게 흥미로운 것을 원 없이 넣은 탐정 시리즈가 태어났다.

“정신이 드셨군요. 살아난 건가요? 시체가 늘어나면 곤란하거든요.”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