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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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서 7시까지의 끌레오 (1961)
15세이상관람가
90분 드라마
'파리에서 만들어진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 영화는 감독인 바르다에게 최초로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자신이 암에 걸린 것이 아닐까라고 의심하던 여주인공 끌레오가 의사의 최종 진단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모든 행동과 사건들이 실제로 물리적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묘사됨으로써 여주인공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과 그 두려움을 벗어나게 되는 과정이 동시적으로 포착된다. 영화 속에서 점차로 그녀는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죽음과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통찰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바르다는 이처럼 자칫 상투적이거나 낭만적일 수도 있는 소재의 한계를 훌륭하게 극복하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육체의 연약성을 풍부하면서도 충만하게 담아낸다. 그 과정에서 존재 자체의 행복감과 사멸이 가져다주는 무기력감 모두는 정교하게 표출되고, 양자 사이에서 멈칫거리는 시간의 흐름은 독특한 리듬을 띠게 된다. 따라서 영화 속에서 모든 사물들은 그 피상성의 차원을 벗어나서 깊은 울림을 담아냄으로써, 아침 햇살을 받는 물방울조차도 모든 우주를 반영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바르다는 이 작품에서 관습적인 이야기 전개 대신에 사진적인 것과 영화적인 것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데, 미와 추는 조우하고 그로테스크함(살아있는 개구리를 먹는 남자)과 사랑스러움(끌레오의 공적 이미지)은 병치되며, 빛과 어둠,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은 시각적 대조를 이루고, 밝은 뮤지컬 코메디와 비극적 드라마가 서로 엮여 들어감으로써 영화는 전반적으로 '대립'을 통해서 미묘한 결을 구성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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