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광역시영상위원회(이하 인천영상위) 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한해 동안 위원장으로서 활동한 소회가 어떤가.
= 굉장히 뜻깊다. 영상위원회를 막연히 보수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훨씬 창의적인 집단이고 직원 개개인이 가진 능력들이 대단하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조직의 방향성을 다르게 가져가려 한다. 과거에는 주로 뒤에서 창작자를 지원하는 형식이었다면, 올해는 앞에 서서 기획하고 제시하는 집단으로 거듭나려 한다. 인천영상위의 재산은 조직원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제대로 보상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고용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 디아스포라영화제가 10회를 맞이했다. 예년과는 또 다른 각오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을 것 같다.
=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이혁상 프로그래머를 포함해 직원들이 정말 모든 걸 쏟아서 준비한다. 그렇기에 적은 예산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천시에서 영화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앞으로 행사의 내실을 다지고 규모를 확장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가 됐든 영화제 고유의 색은 놓치지 않을 것이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난민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다. 배우들이 참석하는 레드 카펫 같은 행사를 강조하기보다 난민, 전쟁 같은 이슈를 다룬 작품들을 더 조명하고 싶다. ‘디아스포라‘라고 하면 아직 낯설고 어렵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는 것 같다. 올해는 관객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접근성이 좋은 축제로 만드는 것이 과제 중 하나다.
- 오랜 항구 도시인 인천은 디아스포라라는 주제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 마침 올해는 한국 이민사 120주년을 맞이해 인천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 디아스포라영화제도 이를 기념해 축제 규모를 더 키우려고 준비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기에, 축소 운영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5일간 영화제를 진행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용이 어려웠던 인천아트플랫폼과 애관극장에서 다시 행사를 개최한다. 인천영상위에서 인천의 영화 행사를 다양하게 꾸리고 있다. 일례로 디아스포라영화제 외에도 지난해 10월에 ‘인천 영화 주간’ 축제를 시작했다.‘10월의 마지막 주에는 영화를 보러 간다’는 컨셉에서 시작된 행사다. 10월 말에는 인천 시민들이 다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 지금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디아스포라영화제와 함께 발전해나갔으면 하는 것이 인천영상위의 바람이다.
- 촬영 지원 사업도 활발하다. 인천영상위의 3월 로케이션 지원 현황 결과를 보면 <스위트홈2>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등 3월에만 여덟 작품이 인천 지역에서 촬영했다.
= 인천은 정말 여러 모습을 지닌 도시다. 개화기 시절의 모습과 미래도시 같은 풍경이 동시에 존재하고, 바다와 인천공항, 그 뒤로 사막과 비슷한 공간도 있다. 영화 로케이션으로 삼기에 굉장히 좋은 조건이다. 다만 인천시와 인천영상위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세트장이 아직 없다. 세트장이 없으니 촬영팀이 짧게 활용하고 가버리는 느낌이 있어서 현재 세트장을 새로 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작품을 많이 유치하려고 한다.
- 지역 영상 단체를 지원하는 등 인천 지역의 창작자를 육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 여러 사업이 있는데 ‘씨네 인천’은 지역 인력을 지원하는 사업이고, ‘지역영화 활성화 지원 사업’은 장편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획·개발부터 제작, 유통, 배급까지 단계별로 나눠 지원한다. 그 결과로 <이장>과 <휴가>가 개봉했고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경아의 딸>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또 지역 영화인들이 생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령 장편 연출 감독이 단편 연출 감독에게 강사로서 멘토링을 해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거나,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성영화를 큐레이팅해 소개하고 강의할 수 있도록 큐레이터로 고용하기도 한다. 인천영상위의 최종 목표는 기획부터 제작, 배급까지 인천 안에서 영상 산업의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디아스포라영화제와 같은 문화 축제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 감독으로서의 활동은 어떤가. 준비하는 차기작이 있나.
= OTT 플랫폼에서 공개될 <김포>를 준비 중이다. 마동석 배우가 제작을 맡았고, 현재 캐스팅 단계다. 사실 감독으로서 활동하는 건 좀더 일한다는 감각에 가까운데, 인천영상위 위원장 일을 하면서는 보람을 많이 느낀다. 그런 데서 오는 만족감이 크다.
- 디아스포라영화제를 찾을 관객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 영화 상영 외에도 다양한 야외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날씨 좋은 5월에 즐기는 하나의 축제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들러서 즐기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