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디아스포라영화제 사회자 배우 조민수 "영화제의 의미와 나의 의무를 되새긴다"
2022-05-18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 디아스포라영화제의 사회자로 참여한 지 올해로 5년째다. 영화제와의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 2018년에 프로그래머인 이혁상 감독이 “선배님이 영화제 사회를 봐주시면 좋겠다”며 전화했다. 사실 조금 의외였다. 아나운서가 아니라 왜 내게 연락을 줬을까. 나중에 이혁상 감독에게 물어보니 “이런 대외 활동을 통해 선배님이 힘내셨으면 해서요”라는 답이 돌아오더라. 그 뒤로 매년 참석하면서 디아스포라영화제에 각별한 애정이 생겼다.

- 종신 사회자가 되기로 했다던데 합의된 내용인가. (웃음)

= 그렇다. 불러주면 당연히 해야지. (웃음) 좋아하는 영화제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건 내게도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다.

- 개막식은 영화인과 관객이 모여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다. 그 순간을 함께한다는 것, 사회를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 단순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사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그 이름부터 좋았다. 이주민이라는 게 단순히 다른 지역에서 태어나 장소를 옮긴 이들만 지칭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한국 사회 안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분열된 사람들과 계층이 많지 않나. 영화제를 통해 여러 디아스포라를 접하는데, 그럴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입장을 갖고 살아가는구나.’ 그렇기에 더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성을 느낀다.

- 개막식이 시작되기 전 반드시 개막작을 챙겨본다고.

= 영화를 미리 보고 개막식 사회의 톤 앤드 매너를 정한다. 바쁘게 일하다보면 그저 큰 물결에 휩쓸려간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상기하곤 한다. 디아스포라영화제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제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하며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매번 되새기며 임한다. 결국 우리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일환으로 개막작도 챙겨본다.

- 인디포럼 개막식의 사회도 몇 차례 본 적이 있고 작은 독립예술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해왔다. 독립영화에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있다면.

= 단편 <미행>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독립영화 감독들을 많이 알게 됐다. 이혁상 프로그래머와의 친분도 그 무렵 <공동정범>을 보면서 생겼다. 다들 열정 넘치고, 상업영화와 결이 다른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어떤 대단한 의지를 갖고 독립영화계에 힘을 싣고자 한다기보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독립영화계가 잘되고 상업영화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결과적으로 한국영화의 판 자체가 커지길 바란다.

-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닥터 백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겠다. <마녀>에 대한 애정도 깊다고 들었다.

=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 있을 때였다. 박훈정 감독은 원래 <마녀>의 닥터 백을 남자로 설정했었는데 변승민 대표가 성별을 여자로 바꾸면 어떻겠느냐면서 내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닥터 백 역에 캐스팅됐다. 나를 믿고 역할을 바꿔준 거나 마찬가지니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사실 <마녀 Part2. The Other One>에서 닥터 백은 분량이 적다. 다른 영화였다면 출연을 고민했을 수도 있다. 촌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마녀>니까 의리로 출연했다.

-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의 필요성에 관해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여성배우의 주연작도 늘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나.

= 너무 좋지. 무조건 박수쳐줄 일이다. <마녀>에서 닥터 백이 총 맞는 신이 있다. 연기를 이렇게 오래 했어도 총 맞는 연기는 그때 처음 해봤다. 익숙지가 않아서 특수분장팀과 어떻게 합을 맞출지 사전에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이런 애기를 하면 남자배우들은 놀란다. 그런데 여자배우들은 생각보다 총 맞을 일이 많지 않다. 그만큼 주어지는 스토리가 다양하지 않은 거다. 과격한 액션도 하고 때로 총도 맞아보고, 후배 여자배우들에게 더 다양한 역할이 주어졌으면 한다. 그럼 내게도 더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웃음)

- 2018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최근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 그 생각은 여전히 하고 있다. 부끄럽지 않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마냥 잘 살았다고 이야기하진 못하겠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질렀겠나. 하지만 그 실수를 자양분 삼아 발전해야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래서 결론은, 부끄럽게 살지 말자는 거다. 언젠가 또 마음이 변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그렇게 다짐하며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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