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시작된 <쥬라기 월드>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당신이 연기한 클레어는 3부작 동안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캐릭터다. 클레어의 어떤 점이 바뀌었나.
= 클레어 안의 불꽃같은 결단력과 용기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클레어라는 캐릭터의 핵심은 시리즈 전체를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시리즈가 이어짐에 따라 클레어 스스로가 깊은 곳에 있던 자신의 뜨거운 심장과 만나게 됐다는 것도 안다. 그 과정을 통해 양심이라는 감정에 반응하게 됐다. 그래서 클레어는 더 잘하려고 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에 대한 속죄이기도 하다. 그 속죄는 아마도 영영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클레어는 노력한다.
- 1편에서는 킬힐을 신고 공룡들의 터전인 이슬라 누블라를 종횡무진 누비더니 이번엔 워커 차림으로 늪에서의 잠수도 마다하지 않더라. 예전보다 더 용감해 보이던데, 모성애 덕일까.
= 시리즈를 통해 보여지는 클레어의 변화는 이기적인 사람에서 이타적인 사람으로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그런데 클레어가 이타적으로 바뀐 이유는 미래라는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클레어에게 미래가 더 나아져야 하는 이유는 메이시(이사벨라 서먼) 때문이다. 클레어는 메이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할 준비도 됐다. 그게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 크리스 프랫이 연기한 오웬과의 관계도 영화마다 달라져왔다. 이번에는 부모로서의 관계도 보여주는데, 이 관계를 파트너 배우인 크리스 프랫과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 전편들을 촬영할 때 크리스와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지를 자주 이야기했다. 우리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주제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둘 다 부모가 됐고 공교롭게도 영화에서 클레어와 오웬도 부모가 됐다. 우리가 계속해서 오웬과 클레어를 연기하려면 변화가 필요했는데, 그 변화가 억지스럽지 않게 이루어진 것이다. 두 사람이 그동안 함께 모험하며 쌓아올린 팀워크에 부모로서의 결코 가볍지 않은 의무가 더해진 거다. 클레어와 오웬이 부모가 됐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부모가 된 나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 이번 영화에서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보여줬던 서스펜스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클레어에게 그런 순간이 많았다. 클레어의 표정이나 두려움을 느끼며 달리는 모습이 큰 역할을 하는데, 실재하지 않는 위협을 느끼는 것처럼 연기하려면 어떤 상상력이 필요한가.
= 어렸을 때 뒷마당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 속의 괴물, 정확하게는 영화 속에서 본 괴물을 피해서 도망다녔다. <라스트 유니콘> 속 레드불이라는 캐릭터가 그 괴물이었는데, 그 괴물이 나를 계속해서 쫓아온다며 믿으며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리고 어머니가 달리기를 좋아했다. 지금도 매일 달린다. 덕분에 여러 가지 스포츠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고 활동적인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다. 이 영화처럼 몸으로 연기하는 경험은 배우로서도 중요하다.
- 영화에 어떤 공룡들이 등장하는지도 초유의 관심사다.
= 하하. 매번 새로운 공룡이 나올 때마다 아이처럼 흥분하는 편이다. 물론 그 공룡들에 대해 말해도 되는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그래서 이 인터뷰 뒤에도 말해도 되는 거였는지 확인하겠지만. (웃음) 의도치 않게 영화의 비밀을 발설할 수도 있어 공룡에 대해서 답하는 건 늘 어렵다. 물론 이름을 잘못 발음할까 주저되는 것도 있다. (웃음) 그래도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면 가장 좋아하는 공룡은 드레드노투스 슈라니다.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닮은 공룡인데, 지금까지 본 공룡 중에 가장 크다. 실제로 이 공룡 화석을 발견한 사람과 만날 기회도 있었기 때문에 좀더 특별하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