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총괄(조민수)과 조현(서은수)의 목표는 같다. 비밀리에 아크를 탈출한 소녀(신시아)를 빠르게 제거하는 것. 백 총괄의 지시로 조현은 소녀의 뒤를 긴박하게 쫓는데, 가만히 보면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심상치 않다. 묘하게 날이 선 채 오가는 대화가 이들의 관계와 전사를 들여다보고 싶게 만든다. 조민수가 연기한 백 총괄은 <마녀>에서 자윤(김다미)에게 살해당한 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으로 마녀 프로젝트의 창시자다. <마녀2>에 닥터 백과 백 총괄이 함께 등장하면서 조민수는 처음으로 1인2역에 도전했다. 한 프레임 안에 자매가 느긋하게 모습을 비칠 때의 놀라움은 이내 이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뀐다. 한편 조현은 본사의 에이스 요원으로 거칠지만 빠른 판단력과 매서운 살상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바르고 곧은 이미지의 서은수가 거칠게 에너지를 발산하며 질주할 때마다 마치 신인류를 발견한 듯한 희열감이 든다. <마녀2>의 수많은 인물 중에서도 조현과 백 총괄은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는 캐릭터고, 그렇기에 이들의 발걸음을 주저 없이 따라가게 된다.
- <마녀>는 백 총괄과 자윤이 마주 보는 신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마녀2> 초반에 백 총괄이 다시 등장해 몰아닥치는 상황을 정리하고 설명해준다. 그 장면을 보며 백 총괄 역시 닥터 백처럼 영화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이구나 하고 직감했다.
조민수 감독님이 어느 날 전화를 하셨다. <마녀2> 대본이 나왔는데 백 총괄 역으로 출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3일만 촬영하면 된다는데, 그럼 신이 별로 없다는 소리 아닌가. 처음엔 농담으로 안 한다고 했었다. (웃음) 전작에 비해 찍는 일수가 짧다보니 심적으로 조금 허전하긴 했다. 나중에 모그 음악감독이 작업을 끝냈을 때 “어때, 나 잘 보여?” 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래도 화자 역할이라는 점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었다.
- 서은수 배우가 연기한 조현은 본사 소속의 에이스 요원으로 거칠고 날이 선 인물이다.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들과 정반대라 할 정도로 결이 다른데, 출연을 결정할 때 고민되는 지점은 없었나.
서은수 처음엔 내가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될지 모르고 감독님을 뵈러 갔다. 감독님이 처음에 날 보고 ‘잘생겼는데?’라고 생각하셨고, 문득 조현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대본을 읽어보라고 건네주셨다고 했다. 한국에서 잘 보지 못했던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라 고민이 좀 됐는데 감독님이 “항상 비슷한 것만 하면 재미없지 않으냐”라며 이끌어주셨다. 대본을 마저 읽어보니 조현이 무척 매력적이었고 내가 잘하든 못하든, 어떤 시행착오를 겪든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날 전화해 무조건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 피가 낭자한 현장에서 조현이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 사실 서은수 배우인지 못 알아봤다. 그 정도로 낯설면서도 강렬한 등장이었다.
서은수 감독님이 나의 다른 얼굴을 발견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다. 내가 좋아하고 잘 쓰는 방향의 얼굴이 있는데 그 반대 방향의 얼굴을 많이 잡아주시려고 했다. 그동안 정의롭고 성실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조현은 뭔가를 열심히 하기보다 약간 힘이 풀려 있고 매사에 날이 선 채로 임한다.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던 차에 <마녀2>에서 만났으니 나로선 큰 행운이었다.
- 조민수 배우는 처음으로 1인2역을 했다. 백 총괄과 닥터 백이 한 프레임에 함께 등장하는데 그 신이 서늘하면서도 짜릿하다.
조민수 그랬다면 성공이다. 같이 등장하는 신이 서늘하게 느껴지길 바랐거든. 말한 대로 1인2역은 처음 시도해봐 재밌었고 공부도 많이 됐다. 사실 <마녀> 마지막에 백 총괄이 등장하는 건 기존 대본에 없던 신이다. 박훈정 감독이 갑자기 “선배 시간 돼요?”라며 추가 대본을 보냈고 그렇게 백 총괄이 탄생한 거다. 당시에 캐릭터를 조금 급하게 만든 감이 있어서 <마녀2>에선 인물을 좀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 그 때문인지 백 총괄의 헤어스타일과 의상 등이 눈에 띄었다. 닥터 백과 다른 인상을 주기 위해 외형을 디테일하게 잡아나갔다는 인상을 받았다.
조민수 처음엔 헤어스타일은 같고 성격만 다르게 갈까, 이런 고민도 했는데 결국 헤어스타일부터 다르게 가기로 했다. 의상도 닥터 백은 광택 있는 질감의 옷을 코디해 딱딱한 인상을 줬다면 백 총괄은 니트를 입어 상대적으로 유한 느낌을 주려 했다.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백 총괄은 렌즈도 더 부드러운 컬러로 착용했다.
- 조현은 성격과 살아온 세월을 유추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활동하기 편한 옷이나 가벼운 컬의 헤어, 얼굴에 남은 작은 상처들이 그러했다.
서은수 헤어는 처음엔 C컬로 처리해 질끈 묶으려 했다. 정작 하고보니 너무 청순한 이미지가 연출되더라. 좀더 조현다운 자유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숍에 가서 막 자른 것처럼 해달라고 했고, 그 결과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메이크업도 고민이 많았다. 메이크업을 안 하면 인상이 순해지는 편인데 감독님은 군인이 화장을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화장을 하는 대신 얼굴 톤을 서너배 정도 어둡게 하고 잡티와 작은 상처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갔다.
- 조현의 대사 절반 정도가 영어다. 그 와중에 입도 거칠어 센 대사가 쏟아지는데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처리하더라.
서은수 나로선 가장 큰 도전이었다.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영어가 많아서 걱정이었다. 몇십년간 해외에서 살다온 사람도 쉽지 않은 연기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욕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극중 함께 다니는 저스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주도에서 촬영할 때는 선생님이 안 계셔서 나 혼자 해야 했는데, 계속 저스틴한테 붙어서 물어보며 대사를 외우고 준비했다.
조민수 언어에 감정을 담기가 쉽지 않다. 비유하면 일종의 사투리와 다름없어서 완벽하게 하지 못하면 되레 캐릭터가 무너질 수 있다. 백 총괄도 처음엔 영어 대사가 좀 있었는데 몇번 해보니 아무래도 흐름이 끊길 것 같아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조현은 그걸 오롯이 살렸으니 은수씨가 얼마나 노력했을까.
- 액션 연기에 관해서도 묻고 싶다. 서은수 배우는 다양한 총을 사용한다. 때문에 총을 들고 다니고, 때로 머리맡에 두고 잤다고 들었다.
서은수 액션 스쿨에선 장난감 총으로 연습했기 때문에 총이 얼마나 무거운지 몰랐다. 동작을 열심히 외운 뒤 현장에서 총을 들었는데, 들자마자 ‘이걸 들고 어떻게 구르나’ 싶더라. 생각보다 총소리도 커서 처음엔 귀마개를 끼고 촬영해야 했다. 그런데 조금씩 적응되면서 총을 쏠 때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렸다. 나중에는 귀마개 없이도 연달아 총을 쏘곤 했다. 또 새롭게 깨달은 게 있다면, 액션 연기를 잘하려면 맞는 연기, 받아주는 연기를 더 잘해줘야 한다는 거였다.
조민수 생각보다 여배우들이 현장에서 총 쏘고 주먹다짐할 일이 별로 없다. 그런 역할은 주로 남자배우들에게 가니까. 나도 <마녀>에서 총 맞는 신을 처음으로 촬영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많았다. <마녀> 시리즈가 여배우들의 캐릭터 확장성 면에선 정말 좋은 작품이다.
- 제주도에서의 촬영은 어땠나. 등장인물이 많은데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라 각별히 조심해야 했겠다.
조민수 다들 고생이 많았다. 스탭도 배우도 엄청 신경 쓰고 조심하면서 촬영했다. <마녀> 현장과 다르다고 느꼈던 점은, 박훈정 감독이 전보다 배우들에게 자기 생각을 더 디테일하게 표현한다는 거였다. ‘<마녀2>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있으시구나’ 싶었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현장이라 개인적으로 좋았다.
서은수 제주도에선 날씨가 관건이었다. 춥고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가 잘 따라주질 않아서 항상 ‘날씨야, 제발 날 좀 도와줘’라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임했다. 그리고 제주에서 헬스장을 등록하게 될 거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웃음) 방에서 매트 깔고 운동을 하려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아령을 들고 싶은데 기구가 없으니까 결국 저스틴이랑 같이 헬스장에 등록해서 열심히 운동했다.
- 원래 몸 쓰는 걸 좋아하나보다.
서은수 좋아한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다. 최근에는 펜싱을 새로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다.
조민수 운동도 계속하고 몸 쓰는 것도 좋아하고. 액션 배우로 자리 잡아도 되겠다.
서은수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웃음)
- <마녀2> 개봉을 앞두고 있다. 새 영화로 관객을 만난 뒤에는 어떤 행보를 이어갈 생각인가.
서은수 지금 KT 스튜디오 지니의 오리지널 드라마 <사장님을 잠금해제>를 촬영 중이다. 드라마로도 곧 만나뵐 수 있을 것 같고, <마녀2>를 통해 내가 액션이 가능하다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고, 이를 계기로 더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조민수 나는 <마녀3>를 준비 중이다. (웃음) 제작 소식이 들릴 때까지 잘 준비하고 있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