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마녀 Part2. The Other One' 신시아/성유빈 "나답게 연기한다는 것"
2022-06-15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손짓 한방이면 피와 파편이 난무하는 이 세계에서 드물게 풋풋한 설렘이 허락된다면, 그건 어느 날 한집 살이를 하게 된 두 또래, 소녀(신시아)와 대길(성유빈)의 것이다. 제주도의 외딴 주택에서 만난 소녀와 대길은 함께 있을 때면 먹는 것에 흥분하고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탄생’ 출연에 대해 공상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10대다. 그러나 이들에겐 서로를 아무리 밝게 비추어도 다 가릴 수 없는 각자의 어두운 비밀이 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재학 중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새로운 주인공으로 낙점된 신시아는 <마녀2>에서 비밀연구소 아크를 탈출해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실험체, ‘소녀’로 분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이 소녀는 갓 빚어낸 도자기처럼 말갛고 천연덕스럽지만, 그 몸에서 나오는 괴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유효한 쾌감을 불러내는 소녀-마녀 캐릭터의 매력이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더욱 돋보이는 이번 신작에서, 거창한 초능력 없이도 따뜻한 마음의 위력을 발휘하는 고등학생 대길은 <살아남은 아이> <윤희에게> <장르만 로맨스>의 배우 성유빈이 맡았다. 대길은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소년처럼 시종 퉁명스럽게 굴다가도, 극의 분기점에 이르면 무심하던 사람이 자기 마음을 꺼내 보일 때의 애틋함을 정확히 조각해낸다.

신시아, 성유빈(왼쪽부터).

- 신시아 배우는 오늘 생애 첫 매체 인터뷰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신시아 어제 자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긴장한지 몰랐다. ‘준비도 많이 했으니 이제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겠다’고 마음먹고 누웠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잠을 잘 못 잔 상태로 나왔다. (웃음)

- 첫 촬영날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한살 아래인 성유빈 배우가 현장 선배로서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성유빈 <대호>(2015)의 기억을 되살려 박훈정 감독님의 스타일이 어떤지 나름대로 설명해주었다. 과거에 내가 어땠는지 떠올려보니, 감독님과 이전에 작업해본 적 있는 배우의 경험담이 많이 도움이 되었더라고.

- <마녀2>의 새 주역을 찾기 위해 박훈정 감독이 오래 고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시아 배우가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신시아 1차, 2차는 비대면 영상 오디션으로 진행했고, 3차까지 올라간 이후부터는 감독님을 만나 대면 오디션을 했다. 오디션 기간만 3개월 정도 거쳤다. 최종 발표일엔 저녁까지 연락이 없어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통이 왔다. 받았더니 감독님이었고 지금 뭐 하냐고 물어보셔서 “저 빵 먹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감독님이 좋아하면서 “그래, 계속 집에서 빵 먹으면서 코로나 조심하고 있어. 나가지 말고”라고 말하고 끊으셨다. 처음엔 내가 탈락했으니까 그냥 집에 있으라는 말인가 싶었는데(일동 웃음) 조금 이따 다시 연락이 와 대본을 받으러 사무실로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물이 났다가 웃음이 났다가, 만감이 교차하고 멍했다.

- 대길은 소녀를 비롯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들과 선명히 대비된다. 전편에 비해 캐릭터 관계도가 확장되고 구성원도 다양해진 <마녀2>에 어떤 매력을 느껴 합류했나.

성유빈 박훈정 감독님은 물론이고 <봉오동 전투>(2019)의 김영호 촬영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 어떤 역할로든 함께하고 싶었다. 대길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화려한 임팩트를 뽐내는 캐릭터도 아니지만 소녀에게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 <마녀2>는 <마녀> 세계관의 비밀을 계속 암시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환청을 통해 소녀는 계속해서 ‘엄마’의 존재를 느낀다.

신시아 소녀는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실험실에서 격리된 채 살아와서 자신에게 결핍된 게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얼마나,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소녀에게 들리는 이명은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줄 것 같은 단 하나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을까.

- 대길은 밥 먹을 때도 유튜브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평범한 청년의 초상이다. 슈퍼 파워라곤 없지만 그럼에도 그가 보여주는 인간적인 매력이 극중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한다. 어떤 인물로 보았나.

성유빈 딱 요즘 사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년이라는 게 좋았다. ‘대박’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욕도 하는 요즘 고등학생 같달까. 특히 그 어린 모습이 소녀와 있을 때 더 도드라진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성에 녹아 있는 친근감에 주목했다. 감독님도 별다른 디렉팅을 하지 않고 “그냥 너답게 해”라고 하셨다.

- 성유빈 배우는 인지도를 확장한 계기가 된 <살아남은 아이>를 비롯해 묵직한 드라마를 소화해온 편이다. 그동안 하이틴 드라마나 학원물에 출연한 적이 없어서 별로 보지 못한 모습을 이번에 보여주는 것 같다.

성유빈 대길에 관해 감독님이 구체적으로 구상해둔 부분이 있을 듯해 처음에 몇번 여쭤봤는데, 감독님이 자꾸 대길은 그냥 나대로 하면 된다고 하셨다. 아마도 대길과 나 사이의 닮은 점을 간파하셨던 것 같다. (웃음) 나의 평소 모습에 좀더 촐싹거리고 엉뚱한 부분을 더하면 대길이 아닐까 싶다. 아마 나와 가까운 친구들이 영화를 보면 재밌어할 것 같다.

- <마녀2>는 늘어난 제작비만큼 액션 스케일에 확장을 꾀했다. 액션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많은 논의가 오갔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나.

신시아 인간이 가진 보통의 한계치를 훨씬 뛰어넘는 인물이라 이런 능력치를 잘 보여주는 맨몸 액션, 그리고 와이어 액션 위주로 훈련했다. 핵심은 굉장히 작은 동작과 절제된 표정으로 큰 파워를 보여주는 것이라 액션 연기와 눈빛의 표현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다른 장르영화를 보아도 절대적인 힘을 가진 캐릭터일수록 표정 변화가 없더라. 그래서 무표정이지만 눈빛만큼은 살아 있는 연기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 안으로 수렴하는 연기일수록 배우의 고민은 복잡해지지 않나.

신시아 거의 무(無)에 가깝게 절제하려고 노력했다. 현장에서 대사가 조금 추가된 적은 한번 있었는데, 맛있는 음식을 신기해하고 먹는 데 진심인 소녀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이 약간의 애드리브를 제안한 경우였다.

- 반면 성유빈 배우는 클라이맥스 장면을 제외하면 또래와 주로 호흡하면서 나름대로 재미를 찾아가는 현장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성유빈 대길을 연기하는 동안은 대체로 마음이 편안했다. 인물의 감정이 너무 복잡하지 않을 때는 촬영장 가기 전후로 밥이 굉장히 잘 넘어간다. 이번엔 밤 촬영이 많고 체력이 필요한 역할이어서 잘 챙겨먹고 다녔다. 연기 면에서는 주변 상황, 인물들에 잘 어우러지는 것을 목표로 하되 감정이 급변하는 포인트나 재밌는 구석은 살리고 싶었다. 한 가지 고민했던 건, 대길이 너무 거침없는 친구라 실제로 누나가 있다면 절대로 하지 못할 말들을 쉽게 툭툭 내뱉는 부분이었다. 누나한테 “야” 하면서 반말을 할 때 내 안의 정중한 자아가 자꾸만 어색해해서 살짝 헤맸다. (웃음)

- 소녀와 대길의 지붕 대화 신은 잠시 청춘물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묘사된다. 둘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나.

성유빈 소녀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서 경희(박은빈)와 대길 남매에게도 연결 고리가 생긴다. 같이 음식도 해먹고. 그래서 소녀와 대길은 약간 멜로드라마의 감성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크고 인간적인 차원의 감정일 수도 있겠다고 봤다. 대길은 확실히 소녀와 둘이 있을 때 감정 표현이 많아진다.

- 신시아 배우에게 전편 <마녀>는 어떤 의미인가.

신시아 전편을 너무 재밌게 본 팬들의 기대가 무척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또 김다미 선배가 정말 멋졌기 때문에 부담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겁이 날 때마다 나를 믿어준 분들에게 누가 되지 말자는 생각을 계속했다.

- 신시아 배우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고 성유빈 배우는 2000년생이지만 데뷔 연차로만 보면 벌써 15년이 되어간다. 20대의 배우 생활에 대한 각자의 바람이 있다면.

성유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못 알아보는 분들이 많다. (웃음) 앞으로도 그렇게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처럼 제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바람이 있다면 배우로서 내가 속한 분야에서는 책임과 영향력을 계속 키우고 싶다.

신시아 이 영화로 처음 소개되는 만큼 우선은 나 개인보다도 소녀라는 인물을 관객이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요즘 나의 가장 간절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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