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슈퍼히어로를 새롭게 정의하다, ‘블랙 아담‘을 재밌게 만드는 세 가지
2022-10-05
글 : 이자연

블랙 아담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드웨인 존슨을 통해 생명력을 얻은 블랙 아담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전통적인 규범과 기존의 규칙을 쉽게 수용하지 않는 히어로다. 옳은 일을 위해 싸우고 정의를 실천하지만, 오로지 자기만의 기준으로 움직인다. 블랙 아담을 기점으로 영웅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히어로

<블랙 아담>은 블랙 아담(드웨인 존슨)의 창세기나 다름없다. 고대 칸다크의 테스 아담은 막강한 신의 힘을 부여받지만 이 힘을 개인적인 복수에 사용한 죄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공간에 갇히고 만다. 이후 5천년이 흐르는 동안 블랙 아담은 사람들 사이에 오래된 신화처럼 전해 내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눈을 뜬 블랙 아담은 자기만의 잣대로 정의를 실현해나가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세계 질서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호크맨, 닥터 페이트, 아톰 스매셔, 사이클론)와 맞붙게 된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를 완성한 캐스팅

오랫동안 DC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카터 홀과 호크맨 역할은 앨디스 호지가 맡았다. 영화에서 카터는 블랙 아담이라는 대위기를 맞이하며 새롭게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를 결성한다. 자우메 코예트세라 감독은 캐스팅 초기부터 앨디스 호지를 호크맨 역으로 점지해뒀다. 블랙 아담과 정면으로 맞붙을 수 있는 신체적 능력에 수천년 동안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쌓아온 다층적인 캐릭터를 표현해낼 배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에도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먼저 부족한 경험을 막강한 괴력과 낙관주의로 메꾸는 신참 주먹 아톰 스매셔는 노아 센티네오가 맡았다. 그는 작품의 무게를 경쾌한 박자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블랙 아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톰으로 팀의 분위기가 가벼워졌다는 점이다. 블랙 아담의 액션은 꽤 묵직하고 진중하다. 그런 가운데 작품의 톤을 맞추고 균형을 잡기 위해 나만의 역할을 더해내려 했다.”

또 DC의 전설인 마 헌켈(레드 토네이도)의 손녀로 등장한 사이클론은 퀸테사 스윈델을 통해 그 힘을 선보인다. 이 팀의 젊은 세대를 도맡은 두 신참은 이제 막 팀원으로 데뷔해서 무언가를 계속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한다. 실제로 퀸테사 스윈델은 사이클론 역을 위해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검증하기도 했다. “사이클론의 몸동작은 현대무용가 로이 풀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풀러는 의상을 나풀나풀 움직이며 나비처럼 아름답게 회전한다. 이 동작을 익히기 위해 카포에라(브라질 전통 무술)로 유연성을 기르거나 우슈 등 전통 무술을 배웠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시도했다.”

역사와 신화로 빚어낸 세계관

<블랙 아담> 제작진의 목표는 블랙 아담이 코믹북으로 쌓아온 역사를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하면서 영화에 걸맞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톰 메이어는 실시간 버추얼 프로덕션 앱을 통한 3D 템플릿에 사전 조사 내용을 더해 영화의 무대가 될 고대 칸다크와 현대의 칸다크를 모두 구현해냈다. DC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중동 국가를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구상하고 현실 세계로 빚어낸 것이다. 실제로 메이어는 현대 문명에 남아 있는 로마 건축 양식을 참고해 칸다크의 도시 시루타를 만들었다. 칸다크어 간판이나 건물, 신문 등 칸다크 지역색과 문화를 드러내기 위해 메이어의 프로덕션 디자인팀은 DC 코믹북을 샅샅이 훑어가며 블랙 아담의 신화를 해부했다. 이에 대해 코예트세라 감독은 가장 오래되었으나 가장 새로운 국가를 확장하기 위해 칸다크의 비극적인 역사를 설득력 있게 드러내고자 했다. 가상 세계가 지닌 역사를 세세하게 상상하고 반영하면서 <블랙 아담>만의 견고한 세계관이 창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속 옛 칸다크는 5천년 이상 된 고대국가다. 코믹북에서 레퍼런스를 차용하지만 아예 새롭게 창조해야 하는 부분도 컸다. 특히 희귀 금속 이터니움은 칸다크의 번영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외세를 유혹해 파괴와 쇠락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세력의 지배를 번갈아 받은 역사를 바탕으로 칸다크는 중동 국가지만 다른 여러 나라의 느낌도 품어야 했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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