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가 쓴 프랑수아 트뤼포의 평전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초판에 이어 한상준 번역가가 불명확한 표현과 오역을 꼼꼼히 재검토하고 수정했으며 정성일 평론가가 새롭게 쓴 추천의 글이 담겼다. 이 책은 트뤼포의 편지와 일기를 포함해 그가 남긴 무수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일기장, 연애편지, 친구와 주고받은 서신, 업무 서한, 스크랩 기사와 사회면 기사, 청구서, 의료 처방전까지 트뤼포의 제작사 카로스 영화사에 꼼꼼히 정돈되어 있다. “트뤼포의 인생은 늘 그의 영화의 풍요로운 원천이자 1차 자료, 일종의 이야기의 보고”였다. <400번의 구타>부터가 그의 삶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였으니까.
<트뤼포…>는 트뤼포가 어떻게 영화감독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전달한다. 그는 감독 이전에 시네필이었으니까. 예를 들어 청소년기의 트뤼포는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인간 시네마테크’로 불렸다. 15살에서 18살까지 그는 열정적으로 수많은 영화를 보았는데 그중에서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과 로베르 브레송의 <불로뉴 숲의 여인들>이 깊게 각인되었다. 1961년 4월 <카이에 뒤 시네마>가 창간되자 필진으로 참여했다. 매달 트뤼포는 ‘B급 영화’로 통칭되는 미국영화에 곧잘 찬사를 보냈는데, 그와 유사한 경향의 젊은 평론가들은 ‘히치콕-혹스주의자’라고 불렸다. 그리고 ‘작가 정책’이 등장한다. 작가란 무엇인가. “우선 반드시 ‘연출가’여야 했다. ‘연출’이란 알몸 상태의 작가를 뜻한다. 다시 말해 영화의 모든 부수적 요소(시나리오, 영화에 대한 평판, 광고…)가 사라지고 난 뒤 남는 것을 말한다. 오로지 영화 자체로서 아름다운 것, 그것이 연출이다. 바로 이것이 작가를 정의한다.” <트뤼포…>는 트뤼포의 탄생부터 사망까지를 다룬다. 정성일 평론가의 말처럼, “프랑수아 트뤼포가 영화 사상 최고의 감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 사상 가장 영화를 사랑한 감독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사랑이 어떻게 싹트고 만개했는지를 읽을 수 있다.
479쪽
“히치콕과 트뤼포의 대담은 6일간 계속되어, 숨겨진 일화에서 촬영 테크닉까지, 외설스러운 농담에서 플롯의 구축까지 생생한 대화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