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운동과 식단 관리로 예쁜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남기는, 보디프로필에 도전하는 친구가 내 주변에도 있었다. 귀동냥하니 운동만큼 사진 촬영이 중요해 전문 스튜디오가 따로 있으며, 단기간에 보디프로필용 몸을 만들어주는 유명 트레이너들은 예약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촬영 전날에는 물만 마신다는 ‘보디프로필용 식단’을 보니 건강과는 이억 광년 떨어져 있다 싶지만, 자기 계발의 연장선에서 성취를 찾는 이들을 욕할 순 없다. 운동과 근육량 증진이 병행되는 보디프로필을 프로아나와 동일선상에 둘 순 없지만, 프로아나 도전기를 기록한 SNS 글에서 동시에 읽히는 것이 바로 이 몸을 통제함으로써 따라오는 자기 효능감이다. 살이 빠진 후 달라지는 주변 반응에 도취한 감각도 읽힌다. 자기 관리라는 미명하에 우리 몸은 우리 것이 아니게 된다.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에게 이상형을 물으면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 답하고, 혹여 외모가 아닌 커리어 이상형으로 읽힐까봐 “뚱뚱한 사람은 게을러 보인다”고 당당하게 재강조한다. 내 몸과 남의 몸을 평가하고 혐오하는 분위기가 부끄러움도 없이 전시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안다. 이 책 제목처럼 말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각종 다이어트를 섭렵했고, 17년간 섭식장애로 고통받은 김안젤라는 잡지사 에디터 출신이다. 그 때문인지 자기가 겪은 몸의 변화, 절망과 우울증조차 세세하게 기록하고, 감정에 대해 쓸 때조차도 문장은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다. 폭식증으로 무너져 정신과를 찾고, 의사의 권고로 부모와 함께 상담을 받는 장면을 서술할 때조차도 저자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처음은 나는 왜 이렇게 마른 몸에 집착하게 되었는가, 나를 들여다볼 때 이 모든 게 마른 몸을 찬양하는 미디어의 영향 때문이야, 로 귀결하지 않고 유년 시절의 통제와 폭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몸을 긍정하기’, 말은 참 쉽지만 “나는 나를 사랑해!” 큰 소리로 열번 외친다고 해서 긍정이 갑자기 샘솟지는 않는다. 장기간 이어진 섭식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작가는 그만큼의 고된 상담과 치료 과정, 상처와 마주보기 위해 애쓴다.
150쪽
“지탈코르셋 운동이 일어나고 내면의 힘을 기르자는 에세이가 서점의 매대를 채우는 ‘요즘 세상’의 한켠에는 스스로의 외모 강박증을 자랑하며 코르셋을 조이기 위해 연대를 맺는 이들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