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인간 실격>
2022-12-20
글 : 이다혜
다자이 오사무 지음 지음 /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인간 실격>의 문지 스펙트럼이 출간되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인 <인간 실격>은 출간된 지 7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젊은 독자들 사이에 널리 읽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자이 오사무 생전 마지막 완결작이기 때문에 그의 삶을 녹여낸, 어쩌면 유서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인간 실격>은 서문과 세편의 수기, 그리고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의 첫 문장은 “나는 그 남자의 사진을 세장, 본 적이 있다”. 이 세장의 사진은 한 남자의 삶의 세 국면, 그리고 이어질 세편의 수기가 각각 가리키는 시기와 관계가 있다. 마지막 사진에 대해서는 이렇게 쓴다. “이른바 ‘죽은 얼굴’이라는 것에도 무슨 표정이나 인상 같은 게 있는 법인데, 인간의 몸에 짐 끄는 말 대가리라도 갖다 붙이면 이런 느낌이 들려나?” 대체 이 남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첫 번째 수기가 그려내는 남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시작해, 세 번째 수기의 소주와 수면제 과다복용을 비롯한 사건까지, <인간 실격>은 절박하고 절실한 희비극적 고백을 적어내려간다.

“제 불행은, 거부 능력이 없는 이의 불행이었습니다. 권유받고서 거부하면, 상대의 마음에도 제 마음에도, 영원히 수선할 수 없는 희멀건 균열이 생길 듯한 공포에 협박당하는 것입니다.” 요조의 언설은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고스란히 읽어낸 듯한 일치감을 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념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혼란 속에서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는 소설을 완성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문지 스펙트럼 <인간 실격>의 번역은 유숙자가 맡았는데, ‘옮긴이의 말’에서 그는 <인간 실격>의 원형이 된 <Human Lost>라는 단편에 대해 자세히 적었다. 20대 후반, 파비날 중독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다자이 오사무는 두 스승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되었다. “이때의 절망감에 스스로 선언한다, 인간 실격.”(유숙자) <인간 실격>의 요조를 이해하는 데 해설과 작가 약력 읽기는 도움이 된다.

144쪽

“지금 제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다만,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제가 지금껏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답게 여긴 건, 그것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