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영웅’ 황상준 음악감독, “영화 스코어가 뮤지컬 넘버를 만날 때”
2022-12-29
글 : 김소미

황상준 음악감독에게 2022년은 1월 개봉작인 <특송>으로 시작해 <말임씨를 부탁해> <공조2: 인터내셔날> <올빼미>를 거쳐, <영웅>으로 연말을 장식하는 밀도 높은 한해였다. 텐트폴 영화와 독립영화를 가로지르고, 액션과 시대극,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를 두루 섭렵해온 베테랑 음악감독이지만 <영웅>은 특히 “오리지널 뮤지컬 넘버와 5.1채널 사운드의 극장 환경, 그리고 연기의 세밀함을 조우시키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고 회상한다.

사진제공 황상준

- <영웅>에선 배우들이 사전녹음, 현장녹음, 후시녹음 과정을 모두 거쳤는데, 음악감독으로서 느끼는 각각의 효용과 차이는 무엇인가.

= 윤제균 감독님께 특히 중요하게 말씀드렸던 게 사전녹음을 꼭 해야 한다는 거였다. 사전녹음 때 기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보컬이 나오기도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사실 훈련에 있다. 사전녹음을 하면 디렉팅하고 계속 수정하고 녹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훈련이 된다. 이후 자기 목소리의 녹음본을 다시 들으며 연습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현장에서의 루틴은 초반에 라이브녹음 위주, 그리고 후반에는 꼭 사전녹음본을 틀어놓고- 이걸 플레이백이라고 하는데- 연기하는 테이크를 최소 한두개는 확보하는 식이었다. 후시녹음은 사후적으로 여러 요소를 고려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개념이다.

- 무대 뮤지컬을 뮤지컬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순간에 어색함 없이 송모먼트(song moment)를 만드는 과정의 고민도 궁금하다.

= 영화 프롤로그에서부터 곧장 노래가 시작되는 것, 우선 그렇게 <영웅>은 뮤지컬영화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는 게 감독님과 나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송모먼트 형성이 가장 까다로웠던 장면은 거사를 준비하기 직전, 블라디보스토크의 독립군들이 회의를 하던 중에 <그날을 기약하며>라는 노래를 시작할 때다. 이때 영화음악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스코어와 넘버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이라고 봤다. 회의 장면과도 잘 맞는 긴장감 도는 스코어를 쓰다가, 자연스럽게 <그날을 기약하며>의 첫 키와 코드를 같은 악기로 맞춰주었다. 그러니까 관객이 듣는 스코어가 화면 안의 인물들도 듣는 소스 뮤직으로 이어지는 영화 사운드의 개념을 뮤지컬적으로 더 세밀하게 적용시켜보려 했다. 매 넘버가 시작될 때마다 음악적으로 공간을 바꿔주는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 영화에선 설희(김고은)가 부르는 <그대 향한 나의 꿈>이 추가됐다.

설희라는 인물을 좀더 잘 보여주는, 캐릭터를 위한 노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빠르게 곡을 작곡해 내가 가이드를 부른 버전을 감독님께 전달했다. 초반에는 좀더 팝적인 느낌이 강하게 편곡했는데 <영웅>의 다른 음악들에 비해 다소 트렌디한 느낌이 도드라져서 마지막에는 클래식한 느낌으로 재편곡했다.

- <영웅> O.S.T 앨범도 발매됐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꼽는다면.

= 녹음실에 나문희 선생님이 오셨을 때 메트로놈 역할을 하는 피아노 반주의 템포 맵 위로 목소리가 조용히 얹어졌는데,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흘렀다.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에서 나문희 배우에게 전한 디렉션은 딱 하나였다. 이 노래가 어머니가 아들에게 부르는 마지막 자장가처럼 들렸으면 한다고. 마치 아들 얼굴을 차분히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노래해주셨다. 스크린을 매개로 관객이 배우 곁에 바짝 붙어 있을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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