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영웅', '레미제라블'을 뛰어 넘는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를 위해
2022-12-29
글 : 김수영
글 : 김소미

엔캠, 4축 와이어캠의 협동

현장 라이브녹음을 위해 롱테이크를 고수한 <영웅> 촬영의 까다로움은 엔캠(Ncam)의 카메라 추적 솔루션, 국내 최초로 영화에 활용된 4축 와이어캠의 협동으로 해결해나갔다. “언리얼 엔진의 기술을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적용해 미리 만든 프리비주얼의 데이터를 카메라에 입력하면 와이어캠이 그대로 움직이는 방식”(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이다. 동시에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미리 만들어둔 배경을 카메라 모니터에 입혀서 촬영감독은 블루매트 위에 선 배우가 배경상의 어디쯤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조상윤 촬영감독은 4축 와이어캠이 효과적으로 쓰인 장면으로 기차 꼬리칸 난간을 붙잡고 설희(김고은)가 <내 마음 왜 이럴까>를 부르는 장면을 꼽았다. 인물의 동선은 크지 않지만 와이어캠 카메라를 활용해 설희의 앞모습부터 뒷모습, 위, 아래 등 전 방향을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데 성공한 장면이다.

책장을 아주 조심스럽게 넘기는 것처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던 독립군 일원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있다가 <그날을 기약하며>를 부르는 장면. 조상윤 촬영감독은 정성화 배우가 노래를 부르기 직전 고개를 돌리는 사소한 몸짓에 카메라가 동기화하듯 “영화 속 현실의 리얼리티에서 극적인 뮤지컬로 넘어가는 순간을 읽는 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책장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넘기는 느낌”으로 보여주려 했다는 전언이다. 반면 원작 뮤지컬에는 등장하지 않는 전쟁 장면에선 “전쟁터에서 인물들과 함께 쫓기는 느낌을 비롯해 체험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인물들을 따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광활한 설원의 비밀

오프닝 신, 안중근이 눈발을 맞으며 드넓은 설원을 헤쳐나가는 장면은 “유독 눈이 오지 않았던 그해 겨울, 더이상 스케줄을 미룰 수 없어 실내 스튜디오에 블루매트를 설치한 후 100% 실내촬영”(조상윤 촬영감독)으로 진행했다. 영화에 필요한 공간감을 구현할 만큼 거대한 국내 실내 스튜디오를 찾기 힘들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사용된 공간을 섭외했다. 스크린을 뒤덮은 수북한 눈밭은 모두 100% 웨스트월드 CG팀이 창조해냈다. “현장에 ‘실재’했던 것은 미술팀이 설치한 나무와 풀이 전부. 벌판을 눈으로 뒤덮은 것은 물론 그 위에 서 있는 나무가 위태로운 조국을 바라보는 안중근의 마음을 반영하듯 바람과 눈보라에 흔들리도록 풀과 나뭇가지의 움직임까지 미세하게 조절했다.”(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

<레미제라블>을 뛰어넘고, 정성화에 감탄하고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라는 점이 동반한 라이브녹음의 시행착오는 특히 음악, 음향, 녹음 그리고 믹싱 파트가 몸소 겪어냈다. “보컬녹음보다는 대사녹음에 최적화되어 프로덕션의 특성상 현장에서 배우들이 실질적으로 노래를 모니터링하는 환경 조성부터 새로운 시도였다.”(박주강 믹싱감독) 이들은 NEVE 1073 마이크 프리앰프, CL1B 콤프레서 등 보컬 수음을 위한 마이크 설치, 플레이백(사전녹음본을 트는) 세팅 등에 있어 장비 선택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좋은 참고자료가 되어준 것은 송스루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2012)이었다. 윤상철 음향감독이 <영웅>을 위해 구입한 DPA 4071, 4084, 6061 마이크 3종은 <레미제라블>에 사용된 마이크로 한국영화에서는 그동안 잘 사용하지 않았던 기종이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배우들의 노래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은 3년 전 현장에서 느꼈던 전율을 여전히 감탄스럽게 회고했다. “종로 인근에서 아침 9시부터 촬영한 <누가 죄인인가> 신은 테이크가 끝날 때마다 방청객까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윤상철 음향감독) “죽기 직전의 극한의 감정을 느끼는 <장부가> 장면은 총 13번 테이크를 거듭했다. 그때마다 정성화 배우는 매번 완벽하게 완창했는데, 테이크가 끝날 때마다 모든 스탭이 진심으로 박수를 치고 우는 이들도 있었다.”(이은주 녹음감독)

예배실에서 완성된 군중 떼창

현장에 모인 뮤지컬 배우들과 엑스트라를 그대로 소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박주강 믹싱감독은 <그날을 기약하며>에서 이어지는 군중 신을 위해 100여명의 일반인, 단역 배우 등을 큰 교회 예배실에 모았다. “100여명이 함께 모니터링하기도 힘들고 박자 감각을 맞춘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어서 하루 종일 예배실에서 지휘하듯 군중의 박자를 맞춰야 했다. (웃음)” 영화에 담긴 결과물은 <영웅> 오리지널 뮤지컬의 제작사 에이콤과 함께 현장을 찾았던 20여명의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과 200여명의 현장 엑스트라들, 그리고 교회 예배당에 모여 처음으로 서로 합을 맞춘 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합쳐진, 말 그대로 군중의 노래가 됐다.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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