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비평] '아바타: 물의 길', 기술이 서사의 배경을 숲에서 바다로 이동시킨 영화
2023-01-05
글 : 박홍열 (촬영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왜 바다를 선택했을까?

필자소개

박홍열 촬영감독. 영화 <간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심장소리> 등을 촬영하고 다큐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연출했다.

요즘 누구도 하지 않는 3D를 제임스 카메론은 왜 13년 동안 붙잡고 있었을까. 다른 무엇보다도 그 지점이 궁금해 용산 아이맥스를 찾았다. 두번을 봤다. 한번은 3D 안경을 착용하고, 다른 한번은 3D 안경을 벗고 쓰기를 반복하며 거의 안경을 벗은 상태로 관람했다. 첫 번째 3D 안경을 착용하고 봤을 때는 3D 기술을 미학으로 승화시킨 점에 놀랐고, 두 번째 3D 안경을 거의 벗고 봤을 때는 기존 3D 영상에서 에러로 피해야 하는 것들을 완벽하게 구현한 3D 기술에 놀랐다.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의 3D 기술은 이 영화에 참여한 많은 기술 스탭들뿐만 아니라 제임스 카메론의 장인 정신이 구현한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인’은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이 영화의 서사에 대한 논란이 많다. 뻔한 서사와 명징한 주제에 대한 비판이 많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이 영화의 서사가 더 촘촘하고 다층적이며 구조화된 상징과 의미가 많았다면, 과연 3D 체험이 가능했을까? 13년에 걸쳐 3D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장인이 한 작품을 위해 수년의 시간을 때로는 평생을 투여하는 것은 스스로가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표현을 만나고 싶어서가 아닐까? 이미 한 분야의 ‘장인’이 또 다른 영역에서 ‘장인’의 길로 가고자 하는 제임스 카메론을 통해 <아바타2>를 보려고 한다.

완벽한 3D를 구현하기 위한 제임스 카메론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아바타2>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말 안 듣고 하지 말란 것들만 골라서 하는 청개구리다. <아바타2>는 3D 영상 구현 시 교과서에서 말하는 피해야 할 것들, 예를 들어 빛의 플레어와 표면의 난반사, 블러와 반투명 이미지, 물 표면 등등 고정되어 있지 않은 이미지들을 피하지 않는다. 3D 에러가 되는 이미지들을 완벽하게 3D 영상으로 구현하고,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극적 분위기를 강조하는 도구로 가져온다. <아바타2>에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프레임 레이트 초당 보여지는 이미지의 수, 카메라의 프레임 레이트가 아니라 피사체의 움직임 프레임 레이트를 주목해야 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3D의 시각적 피로감이나 불편함을 줄이거나 없애는 목표가 어쩌면 서사보다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아바타1에서부터 1초에 48장의 이미지가 영사되는 것을 선택했다.

피사체 움직임의 프레임 수를 늘리기.

3D의 기술은 인간의 시각적 원리, 두눈으로 하나의 사물을 보고 두개의 서로 다르게 보여진 각각의 이미지를 뇌에서 하나로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인간의 시각 지각활동을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인간의 뇌는 두눈이 따로 본 이미지를 하나로 합치는 데 시차(간격)가 없지만, 디지털이라고 하더라도 기계가 두개의 이미지를 합쳐 하나의 입체적 이미지로 구현할 때는 간격이 발생한다. 영화가 1초에 24장이라고 하는 것은 24장 사이에 시간과 공간의 간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간격이 2D에서는 때로는 미학적으로 예상 못한 이미지와 감정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3D에서는 고질적인 시각적 불편함의 원인이 될 때도 있다. 프레임의 간격을 줄일수록 3D 입체감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데 유리하다.

넓게 퉁쳐서 ‘간격을 줄이기’. 이것이 장인으로서 제임스 카메론의 가장 큰 임무였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선택이 1초에 24장이 아닌 48장의 이미지를 영사하는 것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이미지를 영사해서 시차의 간격을 줄이기. 화면 속 피사체들의 움직임 프레임 수를 늘리기. 고속촬영처럼 피사체들의 움직임을 느리게 보여주기. 시차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아바타> 1편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배경 숲에 피사체들에게 작은 바람을 몰래 일으켜놓는다. 배경의 피사체가 느리게 움직인다면, 실사 카메라의 고속촬영의 개념으로 1초당 보여지는 이미지 수가 시각적으로 더 늘어나 배경 이미지들의 시차 간격이 줄어 3D의 시각적 피로가 적어질 수 있다. 하지만 육지에서 모든 피사체가 느리게 움직일 수는 없다. 모든 피사체가 자연스럽게 느리게 움직이는 곳, 카메라로 촬영했다면 96프레임이나 120프레임 이상으로 모든 피사체의 움직임이 보이는 곳, 그곳은 바다 속이다. 카메라의 물리적 프레임 레이트 48프레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모든 피사체의 움직임이 더 느리게 움직이는 곳으로 이야기의 장을 옮기면 되는 것이다. 바닷물 속에서 3D 체험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모든 피사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카메라의 프레임 수를 넘어 피사체 자체의 프레임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바타2> 3D는 관객에게 3D 체험뿐만이 아니라 입체감을 시각적으로 고정시키지 않고 변화하는 이미지들을 통해 그 안의 다층적 이미지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요즘 2D영화보다 더 훌륭하게 미술에서 공간의 레이어와 인물들의 구조적 배치와 동선이 설계되어 있다. 배경의 인물들과 사물들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위치와 움직임은 이야기를 채워나감과 동시에 3D 영상의 고질적인 시각적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쓰인다. 제임스 카메론이 오랫동안 실험한 결과들이다. <아바타2>에서는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포커스 이동과 다양한 심도 표현도 관객에게 불편함 없이 3D를 체험하게 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경계의 면에서 구현되는 3D. 모든 요소가 움직이는 곳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계에 서 있는 영화들을, 끊임없이 변하는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영화 기술도 경계에 머물며 변화를 시도할 때 완성된다. 3D 영상이 입체감이 풍성하면서 시각적 피로감을 덜 주려면 피사체들이 스크린 면 앞으로 많이 튀어나오거나 들어갈 때가 아니라 입체감이 스크린 경계면 위와 안쪽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 때다. 입체감이 경계면에 있을 때 3D 입체감이 더 체험된다. 고정된 카메라가 고정된 피사체의 입체감을 강조해서 보여주면 시각적 불편함이 생길 때가 많다. 그래서 피사체도 움직이고 카메라도 움직이고, 3D에서 입체의 경계면(0점)도 계속해서 변하고 움직일 때 시각적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아바타2>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움직인다. 바다 속이 아닌 육지에서도 미세하게 카메라는 부유하고 있다. 카메라도, 배경의 사물들도, 포커스도, 심도도, 입체 값을 결정하는 IO도, 입체의 기준 경계면인 스크린면(0점)도 움직이고 변한다. 관객이 화면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이미지의 입체감을 인지하려 하면, <아바타2>는 카메라의 포커스를 이동시키거나,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입체면의 기준을 옮기고, 피사체가 움직이거나 심도를 조정시키거나 하면서, 대부분은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작용시키면서 화면 속 어느 것 하나에 입체감의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는다.

<아바타2>는 3D의 시각적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오랜 시간 갈고닦은 기술이, 서사로 읽으면 고정된 이미지들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시선의 고정을 넘어 다층의 이미지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고정됨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3D 이미지들로 영화를 채워나간다. 제임스 카메론은 시각적 불편함을 완벽하게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기술적 장치와 도구들만 움직이면 안된다고 깨달은 거 같다. ‘카메라에 담기는 모든 피사체도 변하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자연스럽게 모든 것들이 움직이는 곳, 전체 공간마저도 고정돼 있지 않고 변하고 있는 곳, 입체감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기준면 위에서 편하게 놀 수 있는 곳으로 이야기의 장을 옮긴다. 그곳이 바다 속인 것이다.

바다 속에서는 몰래 배경에 바람을 불어넣지 않아도 피사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아도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모든 생명체와 사물들이 고정되어 있을 수 없다. 입체감의 기준인 스크린면을 피사체들이 자연스럽게 넘나들어도 어색하지 않는 곳, 바다라는 공간은 화면 속 공간의 장 전체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곳이다. 그래서 3D <아바타2>는 3D의 시각적 피로감이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는 바다로 간 것이 아닐까? <아바타2>의 제이크(샘 워딩턴)는 피난처로 바다를 선택하고 마지막에도 바다 부족임을 선언했다. 그것이 온전히 서사만의 선택이었을까? 3D 최고의 장인이 되려는 제임스 카메론의 기술적 선택이었을까?

영화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보자. <열차의 도착>(뤼미에르 형제)으로 탄생한 영화의 시작은 서사가 아닌 체험이었다. 감정적 체험이 아닌 극장 안에서 만나는 시각적 체험. 그 시각적 체험을 통한 감정적 체험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아바타2>는 이야기의 배경을 숲에서 바다로 이동시키면서 관객에게 극장에서 만나는 영화의 원체험을 더 경험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아바타2>는 3D 기술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동시키고, 3D 기술을 영화 미학으로 끌어올린 영화이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아바타2>의 부제가 ‘숲의 길’이 아니라 ‘물의 길’일 수밖에 없었다. 3D영화의 시각적 피로감이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는 곳에서 가장 영화적인 체험을 하길 바라는 제임스 카메론의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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