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다음 소희' 배두나, "넷플릭스의 딸?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대형 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가는 이유는..."
2023-02-02
글 : 김소미
사진 : 백종헌

- 그래프를 그린다면 <도희야> <다음 소희>의 배두나와 거대 예산이 소요되는 할리우드 프로덕션 속의 배두나가 각각 극단을 향함으로써 균형을 잡는다고 할 수 있을까.

=정확히 그렇다. 이 두개가 하나라도 없으면 난 아마 당황해버릴지도 모르겠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후 <도희야>를 원하게 됐고, <센스 8> 작업을 마치고 <터널>을 하겠다고 했다. 지치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반복 속에 있다. 천칭자리라 그런가? (웃음) 널뛰면서 나도 모르게 균형을 잡는다.

- 글로벌 배우, 할리우드 스타, 넷플릭스의 총아 같은 수식이 허명처럼 될까 경계하는가. 자아도취될 만한 요소를 제거하고 스스로를 환기할 수 있는 작업에 자꾸만 던져두려는 것 같다. 어머니 김화영 배우를 비롯해 어릴 때부터 배우를 직업인으로 인식한 덕분일 거란 생각도 든다.

=타고난 성격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10중에 8, 9를 알아도 모른다고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일, 게다가 그걸 말하는 일은 더더욱 못하겠다. 나는 나 자신을 계속 땅바닥에 앉히고 싶어 한다. 설레지 않았으면,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요즘엔 주변에서 그게 마냥 좋은 게 아니란 소리도 많이 듣는다. 나를 띄워주려고 하면 본능적으로 내려오려고 하고 나를 누르려고 하면 반대로 솟으려고 애쓴다. 가령 할리우드에선 필요할 때 자기 주장을 하려 신경 쓴다. 이번 <레벨 문> 때도 ‘영화의 크기가 다가 아니다. 잠시 멈추고 난 내 영화 홍보하러 나갔다 오겠다’고 세게 어필했다가 결과적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웃음)

- 작품을 선택할 때 배역의 출연 분량에 관해서는 어떤 관점으로 임하나.

=내가 모든 작품에 보편적으로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싶다. 작품에 도움이 된다면 분량은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카메오 출연의 효과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나는 잘 알려진 배우가 카메오로 등장할 때 몰입이 깨져버리는 관객 중 하나다.

- <브로커>의 앙상블은 어땠나. <브로커>의 경찰 수진은 결말에 이르러 작품의 메시지를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우성을 키우기로 한 수진의 선택에 공감이 가던가.

=사실은… 엄밀히 말해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 배두나가 온전히 동의할 수 없다고 해도 작품 세계 안에 존재하는 인물로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너무나 애정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보여준 나를 향한 믿음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완전히 좋아하게 되는 인물, 생각이 잘 맞는 인물만 골라서 연기하고 싶진 않다. 예를 들어 <마약왕>의 김정아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류의 캐릭터지만 배우로서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나이나 상황에 맞추어 자신이 지금 연기할 수 있는 인물들에 최대한 다양하게 다가가보는 일, 가끔은 그런 시도도 필요하다.

- 배두나 특별전 프로그래밍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희야> <비밀의 숲> <브로커> <다음 소희> 등 배두나의 경찰-형사 유니버스를 모아서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통념상 배역의 직업이 여러 번 겹치면 기피할 법도 한데 전혀 개의치 않는 점이 재미있다.

=중간에 <바이러스>(가제)가 있었다. 사랑에 빠진 정말로 귀여운 여자를 연기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정도 환기를 하고 돌아왔는데 관객이 접하는 순서로는 확실히 최근 형사 이미지가 약간 굳어진 부분도 있겠다 싶다. 아무래도 나이에서 오는 관심사의 변화가 주효했던 것 같다. 현남(<플란다스의 개>)이나 영미(<복수는 나의 것>)가 씨름했던 문제들과 지금의 내가 안고 있는 문제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20년 전에 <플란다스의 개>가 당대의 청춘을 내게 투영했다면 이제는 나이 든 내가 동시대 청춘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줄지 고민하는 역할에 호출된다는 점이 감사하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옮기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배우로서 엄청난 행운이다. <비밀의 숲>에서 한여진이 그런 말을 하잖나. “난 타협 안 해요!” 한동안 정의로운 인물들과 함께했으니 앞으로는 용의자 혹은 피의자 역할로 더 많이 불러주셔도 좋을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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