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의 페이즈4를 통과한 MCU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뻗어나갈까. 인피니티 사가의 메인 빌런 타노스의 존재감을 압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등장할 정복자 캉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를 시작으로 페이즈5 작품 전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6편의 영화와 디즈니+에서 공개될 7편의 시리즈가 정복자 캉의 영향 아래 놓일 텐데 과연 타노스의 핑거 스냅 같은 위기 속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에 따르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와 캉의 존재는 페이즈6에 등장할 <어벤져스: 캉의 시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하니 함부로 기대를 저버리지는 말자. 어벤져스 원년 멤버의 부재로 세대교체를 감행해야 했던 페이즈4의 여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공개된 페이즈5의 작품들은 외연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유지 구간, 즉 떡밥 회수에 힘쓸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마허셜라 알리 주연의 <블레이드>는 <이터널스>의 엔딩에서 등장한 블랙 나이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에보니 블레이드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어낼 것이고, <애거사: 코븐 오브 카오스>는 페이즈4의 대표 시리즈였던 <완다비전>에서 완다로부터 웨스트뷰 환영에 갇혀버린 마녀 애거사를 집중 조명할 예정. 여러 작품의 쿠키 영상에서만 잠깐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던 닉 퓨리가 오랜만에 지구로 돌아와 모습을 드러낼 <시크릿 인베이전>은 백악관을 배경으로 사건이 펼쳐지는 스릴러물로 예상해볼 수 있다. <팔콘과 윈터 솔져>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쉴드를 물려받은 팔콘은 새 영화 <캡틴 아메리카: 뉴 월드 오더>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것이고, <선더볼트>에서는 버키 반스와 캡틴 아메리카에서 탈락한 U. S. 에이전트 존 워커, 옐레나와 레드 가디언, 태스크마스터가 등장해 정치 스릴러로서의 면모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세상을 떠난 배우 윌리엄 허트를 대신해 해리슨 포드가 로스 장군으로 등장한다.
아직 이별하긴 이르지만, 시리즈의 창조주나 다름없었던 제임스 건 감독이 경쟁사인 DC로 적을 옮기면서 사실상 마지막 편이 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은 멋진 세대교체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되며 <로키> 시즌2의 시간 여행도 페이즈5에서 계속된다. 기획 단계에서 죽었다 살아나길 반복한 기구한 운명의 데어데블은 <데어데블: 본 어게인>이란 타이틀로 페이즈5에 속해 있다. 만들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캡틴 마블>의 속편인 <더 마블스>는 페이즈4의 <미즈 마블>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호크아이>의 스핀오프인 <에코>는 자신을 아끼던 빌런 킹핀을 저버리고 떠난 트랙슈트 마피아의 리더 에코의 이야기, <아이언 하트>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 등장했던 리리 윌리엄스가 와칸다에 돌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다. 모두 이전 시리즈나 영화와 연관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게 된다. 멀티버스 사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지구에서만, 심지어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새로운 주인공들 중심으로 사건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라는 점이 제발 기우이길 바란다. 페이즈4가 남겨놓은 떡밥 중 가장 궁금한 건 타노스의 동생 스타폭스, 에로스의 활약상인데 이번 페이즈5에서는 보지 못할 것 같다. 한 가지 빼먹은 소식이 있다. <더 마블스>에는 배우 박서준이 출연한다. 캐럴 댄버스의 남편 역할인 얀 왕자를 연기한다고 한다. MCU에서 코리아 클래스를 제대로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