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꼭 한번 다시봐야 할 콜린 패럴의 필모그래피 베스트3
2023-02-23
글 : 김성찬 (영화평론가)

<킬러들의 도시>

<이니셰린의 밴시>의 파드릭과 가장 닮은 인물이라면 단연 <킬러들의 도시>의 레이다. 청부살인 임무를 마치고 벨기에 브뤼주로 잠입한 레이와 켄은 의뢰인 해리의 연락을 기다린다. 레이는 조용히 호텔에 머물거나 관광 명소를 관람하기를 바라는 켄이 못마땅하다. 차분한 켄과 달리 주의력이 부족한 레이는 브뤼주 밤거리를 거닐다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만다. 모두 마틴 맥도나 감독의 작품인 두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고려하면 배경과 설정만 달리할 뿐 <이니셰린의 밴시>는 <킬러들의 도시>의 반복 같다. 특별한 장소에서 나사가 풀린 듯하고 수상한 아집으로 뭉친 인물들이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을 벌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중요한 점은 이 작품을 기점으로 콜린 패럴이 작품을 고르는 심미안을 본격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더 랍스터>

배 나온 중년의 모습은 그저 거들 뿐이다. 소심하고, 앵무새처럼 기계적으로 말하는 데이비드의 텅 빈 내면을 곧 저돌적인 열정으로 가득 채우는 콜린 패럴의 연기는 강한 여운을 남긴다. 45일 안에 짝짓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는 호텔에 들어선 그는 커플 되기가 짐작보다 쉽지 않자 짝을 위장해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그러나 진정한 애정이 없는 관계는 쉽게 들통나고 밖으로 쫓긴다. 새로이 당도한 곳은 솔로 지상주의가 지배한 집단이다. 공교롭게 이곳은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면 호텔에서 경험한 것과 맞먹는 파국을 면치 못한다. 현대의 메마른 애정 풍속을 꼬집는 우화로서 영화는 컬러임에도 흑백영화 같다. 여기서 유일하게 색채를 띠는 인물은 데이비드다. 영화의 마지막, 이별이냐 만남이냐 최종 결정을 해야 할 순간 그 농도는 가장 진해진다.

<애프터 양>

작품은 안드로이드의 기억장치를 바탕으로 우리 기억의 멜랑콜리를 거듭 소환한다. 멀지 않은 미래 제이크와 리 부부, 그리고 딸 미카는 ‘양’으로 명명한 안드로이드와 함께 지낸다. 어느 날 양은 활동을 멈추고, 제이크는 양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양의 기억장치에 저장된 짧은 기억의 편린들을 발견한다. 양의 기억 처리 공정이 인간과 다른 듯 보여도 본질은 같다. 명확한 기준 없이 사건은 기억으로 선택되고, 또 우연히 그 기억을 발견하거나 떠올린다. 돌출하고 변질돼 새로운 맥락으로 드러난 기억이 주는 정서는 제아무리 환희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슬픔의 범주 안에 속하고 만다. 제이크로 분한 콜린 패럴은 영화의 감각과 어울리는 섬세한 연기를 자랑한다. 영화 초반 시퀀스에서 각 잡힌 춤을 추는 패럴의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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