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드라마 작가로서의 자질을 발견한 때는 언제인가요.
= 초등학생 때부터 글짓기상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일찍부터 ‘내가 글쓰기에 소질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진 않았어요. 어린 저에게 문인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고등학생이 됐는데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20분이 걸리는 거예요. 중간에 철조망을 넘어가면 5분이면 도착하는데. 그래서 제가 직접 개구멍을 만들어서 다녔어요. 근데 다른 친구들이 실크로드처럼 통행하기 시작하더니 구멍이 커진 거예요. 결국 선생님의 색출작전 끝에 잡혀서 1년 동안 반성문을 썼어요. 나중엔 정말 쓸 게 없어서 제 일대기를 담기 시작했어요. 당시 학년주임 선생님이 고3 국어 과목 선생님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제 반성문을 기다리시더라고요.
- 선생님이 독자가 돼버린 거네요!
= 맞아요. (웃음) 하루는 선생님이 저를 불러 “꿈이 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작가 한번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타인의 눈으로 제 재능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 그렇게 2000년 제1회 MBC 프로덕션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해요. 중간에 공백이 있다가 2012년 제10회 경상북도 영상콘텐츠 시나리오 공모전 장려상, 2013년 SBS 극본공모전 대상, 2014년 MBC 극본공모 미니시리즈부문 우수작 등 수상을 이어갑니다. 3년 연속 공모전 수상을 한 이력이 이색적이에요.
= 누구는 제가 공모전을 취미로 낸 줄 알아요. 하지만 왜 그랬겠어요. 그만큼 공모전에 당선되고 나서도 작가 되기가 어려웠던 거예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백이 있겠어요, 아니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겠어요. 게다가 지방에 사니까 서울에서의 정보 혜택도 누리기 어려웠죠. 공모전 말고는 답이 없었어요. 쉽게 말해서 너무 가수가 되고 싶어서 <슈퍼스타K> <K팝스타> <프로듀스 101>을 매년 나간 거예요. 파죽지세로 돌진한 것 같지만 좌절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인터뷰를 하거나 방송에 나가면 제 실패담을 주로 이야기해요. 저를 보고 많은 사람이 용기를 내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어 꿈을 포기한 사람들이 다시금 희망을 갖길 바라고요. 그게 제가 인터뷰 자리에 서는 이유예요.
- 그런데 중간에 잠시 공백이 있어요. 그때 작가 활동이 아닌, 영어 학원 운영을 하셨죠.
= 2000년에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됐는데 제 작품이 표절된 거예요. 크게 좌절하고 대구 내려와서 학원을 했는데 그게 잘됐죠. 제가 잘 가르쳤어요. 아이들하고도 소통을 잘했거든요. 학생들과 친해지려고 같이 <스타크래프트>랑 <디아블로>도 하고요. (웃음) 그때의 경험으로 <힘쎈여자 도봉순>의 안민혁(박형식)이 게임 회사에 다니는 설정을 갖게 됐어요. 저는 늘 본질과 비본질을 생각해요. 그때 저의 본질은 돈 버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것이었어요. 성적 낮은 아이들도 제가 가르쳤죠. 오히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원장 직강을 못 들었어요. 학원이 더 잘될 수도 있었는데 제가 선택하지 않은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