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경이 조형한 세계는 ‘힘의 분배’로부터 주요 골자가 완성된다. 한 사람에게 너무 몰려버린 힘은 오히려 그 사람을 옥죄며 자신을 감추게 하지만, 비로소 그 힘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힘쎈여자 도봉순>) 타인의 모든 힘을 빼앗아가는 게 목적인 사람과 제 몫만을 정당하게 요구하는 사람의 아슬아슬한 힘싸움은 ‘동경’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사랑으로 조금씩 불식되다 안정된 땅 위에 착지한다.(<품위있는 그녀>) 또 서로의 힘을 경계하고 견제하며 흔들리는 외줄타기를 타던 이들은 지난한 시행착오 끝에 균형점을 찾아 완전한 하나를 이루기도 한다.(<마인>) 여느 작품에서 힘은 위계이자 권력, 관계 장악의 근간이지만 백미경 세계관에선 그 정의가 조금 다르다. 이해하는 힘, 포용하는 힘, 연결하는 힘, 하나 되는 힘. 극 안에 포진된 소외계층이나 자기만의 싸움을 홀로 이어가는 이에게 그는 세계관 창조자로서 힘을 분배하고 위로하고 다독인다.
어떤 슬픔도 그를 만나면 무력해지는 이유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좇아온 연대의 가치와 잠재력, 다정하고 인내심 높은 사회로의 열망을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었다. 지난 3월5일, 서울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의 이야기가 태동하는 공간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드라마
2023 JTBC <힘쎈여자 강남순>(예정)
2021 tvN <마인>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의 것을 찾아나가는 여성의 이야기,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2019 tvN <날 녹여주오> 24시간 냉동 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녀 주인공이 20년 후 깨어나 마주한 세상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8 KBS2 <우리가 만난 기적> 평범한 가장이 이름과 나이가 같지만 정반대의 삶을 사는 남자의 인생을 살게 된 휴먼 멜로 드라마.
2017 JTBC <품위있는 그녀> 가감 없는 욕망 앞에서 엇갈린 두 여성의 삶을 다룬다. 동경, 위로, 연민, 연대 등 다양한 키워드가 펼쳐진다.
2017 JTBC <힘쎈여자 도봉순> 여성 히어로 드라마. 모계 중심으로 내려오는 괴력을 지닌 봉순이 삶의 모험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TV 토크쇼에 나와 백미경이 가장 애정이 깊다고 말한 작품이기도 하다.
2015 JTBC <사랑하는 은동아> 첫 장편 드라마.
2014 SBS <강구 이야기> 단막극. 백미경 작가의 데뷔작. 영덕 강구항을 배경으로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어지는 기사에 <마인> <품위있는 그녀> 백미경 작가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