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Agust D 삼부작의 마지막 앨범, 《D-DAY》 발매 기념 인터뷰
2023-04-27
글 : 임수연
사진 : 이진혁 (출판 편집자)

- 선공개곡 <사람 Pt.2 (feat. 아이유)>가 오늘 공개됐어요. 아까 사진 찍을 때도 기왕이면 그 곡을 틀어놓으라고 하셨죠.

= 많이 많이 들어주세요. 잘 때도 들어주시고요. (웃음)

- 카페에 틀어놓으면 좋을 것 같은 노래더라고요. 그래서 선공개곡으로 선택했나요.

= 원버전은 멤버 정국이가 가이드를 했었어요. 물론 음악이 좋아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본질이겠지만, 이번 앨범이 저의 작업물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과정이 꼭 필요하잖아요. 저는 10년 동안 방탄소년단의 슈가로 살아왔고, 중간중간 믹스테이프를 낼 때 ‘Agust D’라는 이름을 썼어요. 나 <대취타>뮤직비디오를 우연찮게 본 사람들이 슈가와 닮은 사람이라고 인지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슈가와 Agust D의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하기 위해 아이유와 함께 작업한 <사람 Pt.2 (feat. 아이유)>를 선공개곡으로 발표했어요. 그리고 요즘엔 다양한 SNS가 있지만 1993년생은 어쩔 수 없이 싸이월드를 생각 안 할 수가 없거든요. 싸이월드 BGM으로 쓸 법한 음악, 들리니까 듣는 음악, 그냥 틀어놓을 수 있는 음악, 인생의 BGM처럼 느껴지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정확히 의도한 타기팅이었습니다. 요즘엔 장점이 너무 많은 것보다 단점이 없는, 거슬리는 부분이 없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이번 솔로 앨범은 언제부터 준비했나요.

= 믹스테이프라는 표현으로 나가기는 했지만 이미 솔로 가수로서 정규 앨범을 두장 발표했어요. 피지컬 앨범이 나온 건 이번 《D-DAY》가 처음이지만요. 앨범 작업이 끝날 때쯤 뇌가 가장 말랑말랑해져요. 《대취타》가 나올 때 《D-DAY》 앨범의 절반을 거의 다 만들어놓은 상태였어요. 꽤 구체화됐지만 릴리즈 타이밍을 못 잡고 있었죠. 그래서 언제부터 준비했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가 참 어려워요. 심지어 3년 전에 만든 곡도 있어요.

- 앞서 발표한 두장의 믹스테이프 《Agust D》 《D-2》 그리고 이번 《D-DAY》까지 삼부작을 완성했어요. 처음부터 삼부작 형식을 염두에 뒀나요.

=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영화 중 삼부작이 많았어요. 이를테면 <다크 나이트> 시리즈요. 앨범을 세장 정도 냈을 때 나도 그럴싸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2016년 처음 믹스테이프를 낼 때부터 트릴로지 형식을 생각했어요. 만약 이후에 제가 잘되지 않았다면 삼부작이 완성되지 못했겠지만요. (웃음) 저의 솔로 앨범은 곧 제가 살아온 기록이기도 해요. 첫 번째 믹스테이프를 낼 땐 당시 제 생각을 표출하지 못하면 방탄소년단으로 살아갈 수 있는 명분이 없는 것 같았고, 두 번째 믹스테이프를 냈을 땐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돼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었어요. 이번 앨범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싶었어요. 저라는 사람은 계속해서 변하고, 과거와 현재가 서로 연결돼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죠. 시리즈 영화 3편을 만들 때 1~2편에 있던 요소를 복기해서 다시 가져오기도 하는 것처럼 《D-DAY》에는 Agust D의 예전 곡에서 가져온 것들도 있어요. 《D-DAY》 앨범에 반드시 어떤 메시지를 실어야겠다고 계산하기보다는 순간순간 내가 좋아했던 좋아하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만들었습니다.

- 타이틀곡 <해금>은 금지된 것을 푼다는 의미 또한 담고 있어요. 그동안 체감해왔던, 이 사회에서 ‘금지된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었나요.

= 10년 동안 아이돌로 살아왔어요. 연습생 기간을 포함하면 13년이에요. 솔직히 많이 절제해야 하고, 제약이 많은 삶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이돌이든 아니든 많은 20~30대가 비슷할 거예요. 하고 싶은 것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우리를 금지시켜요.

- 최근 작고한 류이치 사카모토와 협업한 <Snooze>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영화음악가이면서 피아니스트, 미디어아티스트이기도 했던 예술가였습니다.

= 어렸을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대구의 어느 소극장에서 <마지막 황제>를 본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 영화음악에 굉장히 압도당했어요. <Rain>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긴박한 상황에서 자주 쓰일 정도로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이후 13살 때부터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선생님 곡을 샘플링으로 많이 썼어요. 어렸을 때 샘플링을 리버스하고 잘라서 다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습작을 만들었거든요. 음악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제게 많은 영감을 준 아티스트였어요. 드라마 배우, 영화배우, 뮤지컬 배우, 연극배우가 모두 다르지 않고 그들을 모두 배우라고 하잖아요. 음악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영화음악을 하는 사람과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 구분되지 않고, 음악이라는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은 우연찮게 영화음악을 만들게 되면서 이후에 영화음악감독으로 많이 알려지게 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직접 뵌 건 한번뿐이고 음악 작업은 유선상으로 했지만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 제가 너무 좋아했던 뮤지션이 먼 여행을 떠나게 되어 너무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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