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2》 앨범의 <이상하지 않은가>는 RM과 함께했고, 이번 앨범의 <Huh?>는 제이홉이 피처링했어요.
= 방탄소년단에서 래퍼는 저까지 세명이잖아요. 지난번엔 RM과 했고 이번에는 홉이랑 한 거죠. 부끄러울 수도 있는 얘기지만, 비트가 좀 어려워서 제가 벌스2를 쓸 자신이 없더라고요. (웃음) 홉이가 드릴(원래 단어는 갱들의 공격을 의미함. 잔인하고 폭력적인 가사가 많다.-편집자) 장르를 안 해봤다며 너무 어렵다고 했는데, 너는 랩도 잘하니까 가사를 쓸 수 있을 거라며 옆에서 닦달했어요. 그리고 한번에 오케이를 했죠. 제이홉은 정말 뛰어난 아티스트예요. 제이홉 정도 되면 잘한다, 못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 취향에 딱 맞는 것을 갖다줘서 고마웠어요.
- 이번 솔로 앨범에 수록된 <Life Goes On>은 《BE》 앨범의 동명의 곡을 새롭게 편곡한 건가요.
= 당시 제가 <Life Goes On>을 풀로 작업했지만 제 것은 쓰이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그 버전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후편곡을 통해 새로운 <Life Goes On>을 내놓은 거예요. 주변에 모니터링을 돌렸을 때 대중 작곡가들에게는 가장 많은 픽을 받은 곡이기도 해요. 기존 곡의 벌스를 가져와서 쓰면 그건 ‘리믹스’가 되는데, 《D-DAY》에 수록된 <Life Goes On>은 과거에 제가 썼던 가사와 멜로디가 조금 들어간 뒤 완전히 다른 곡이 나오거든요. 남준(RM)이랑 홉이랑 방시혁 PD님 그리고 제가 함께 밥을 먹을 때 들려드렸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멤버들은 눈치를 못 챘더라고요.
-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같은 비주얼 작업에도 의견을 낸다고 들었어요.
= K팝 아이돌은 짜여진 틀 안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런 아이돌 그룹도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영상과 프로모션 일정까지 일일이 함께 의논해요. 《대취타》 작업이 끝나자마자 타이틀곡 <해금>과 수록곡
- 방탄소년단의 솔로 활동을 보면 멤버별로 특색이 보여서 재미있더라고요. 슈가씨의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솔로 앨범으로 국내 음악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지만 월드 투어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가수는 공연을 하는 사람이니까. (웃음) 원래 좀더 일찍 앨범이 나왔어야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지금 나오게 됐어요. 멤버마다 각자 잘하는 것이 달라요. 한국은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구나 싶을 만큼 일주일 내내 음악 방송이 편성돼 있어요. 그리고 저는 음악 방송을 무척 좋아하고 음악 방송에 나가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누구보다 음악 방송 출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음악 방송에 나가기엔 색깔이 다소 애매해요. 무엇보다 제가 앨범을 내는 가장 큰 이유는 팬들 때문이에요. 팬들이 없으면 제 음악은 의미가 없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공연, 즉 투어죠. 그래서 투어를 돌게 됐습니다. 소위 말하는 아이돌스러운 프로모션도 할 거예요. 그냥 음악을 하는 가수일 뿐인 거지 아티스트와 아이돌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을 굉장히 안 좋아하는데,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도 보여드릴 겁니다.
- 영상통화 팬사인회와 소규모 팬미팅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요즘엔 귀여워서 미안해 챌린지, 프리티걸 챌린지, 퍼피퍼피 챌린지 등등 각종 챌린지도 마스터해야 하는 거 아시죠? (웃음)
= 제가 평소엔 셀카도 안 찍는 사람인데, 팬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영상통화 팬사인회도 하게 됐어요. 제가 학습해야 할 챌린지 목록을 미리 받아서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도 이미 콘텐츠로 찍었어요. (웃음) 사실 방탄소년단이 유튜브 1세대거든요. 13년 전부터 멤버들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고, 자체 콘텐츠를 누구보다 많이 찍은 그룹이에요. 언제나 해왔던 일을 최근 몇년 동안 안 했을 뿐, 이번에 하게 될 영상통화 팬사인회도 그냥 옛날에 해왔던 일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까지 그래왔듯 숨 쉬듯이 음악을 만들 테고, 언젠가 우린 그 결과물을 만나게 되겠죠. 2~3년 후에 만나보게 될 앨범이 궁금해요.
= 《D-DAY》라는 앨범은 제가 3년 전에 구성했던 그대로 갔다면 지금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유연해야 해요. 퍼포먼스가 강한 곡, 많은 사람들이 듣기 편하다고 느끼는 곡, 여러 가지 유형의 곡을 잘 분리해서 필요할 때마다 발표하는 거죠. 2~3년 뒤에 제가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팬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갖고 나올 거예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 그게 저라는 사람의 본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