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문재인입니다’ 이창재 감독, “깊은 해류 같은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2023-05-12
글 : 이자연

촛불시민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5년,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문재인입니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개인 문재인으로 돌아간 이후의 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작은 텃밭에서 도라지를 심을지 꽃을 심을지 고민하고, 반려견 마루와 산책을 즐기며, 사저 근처를 둘러싼 시위대를 조용히 바라보는 그의 일상은 대통령의 것도 일반 시민의 것도 아닌 채 채워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길을 잃는 법이 없다. 묵묵히 오늘 할 일에 집중하고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으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자신의 중심을 지켜낸다. 친근하고도 낯설게 느껴지는 문재인의 평범한 하루를 통해 시나브로 흘러간 지난 5년을 반추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문재인과 비슷한’ 다큐를 완성하고 싶었다는 이창재 감독을 만나 전주영화제 상영에 이르는 긴 여정을 들어보았다.

- 4월29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문재인입니다>의 첫 상영을 마쳤다.

=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항상 작은 편집기 화면을 통해 보다가 조금 더 큰 색보정실(DI실)에서 보고, 마지막에 엄청나게 큰 삼성문화회관 스크린으로 보니 감격스러웠다. 작은 곳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많은 관객과 큰 화면을 만나니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 올해로 다큐멘터리영화를 연출한 지 30년차다. 이번 작품엔 어떤 점에 중점을 두려 했나.

= 전작 <노무현입니다>처럼 내 스타일을 드러내기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당사자와 비슷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촬영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깊은 해류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위에서는 파도도 치고 폭풍우도 일어나지만 안에는 잔잔하고 고요하다. 그런 부분을 영화에 잘 담아내려 했다.

- <문재인입니다>를 성사시키기 위해 5년 동안 문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그 과정은 어땠나.

=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문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이 70%에 달하고 지도자로서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그즈음 한 OTT 플랫폼으로부터 한국의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니 촛불시민혁명과 함께 출범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큐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섭외 단계부터 난항이었다. 청와대 홍보팀 앞에서 기획안 피칭도 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제안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리길 반복하는 사이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OTT의 제안은 무효화됐지만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 그사이에 이가 하나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마음고생을 했다. (웃음)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전공과 무관한 국가 기념식 연출을 두번이나 맡았다. “제안서 한번만 확인해주십시오.” 이 한마디를 하고 싶었는데 웬걸, 악수만 하고 끝났다. (웃음) 그러다 2022년 7월, 최종적으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정계 인사와 청와대 측근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 부산 인권변호사 시절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을 섭외한 과정이 궁금하다.

= 감사하게도 인터뷰 요청 시 10명 중 8명이 흔쾌히 수락해줬다. 기본적으로 각 인물에게 추천을 받아 진행했지만,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목적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객관성 확보가 담보돼야 했다. 그래서 추천 인물에 대한 크로스 체크를 마치고 사람들끼리 중복된 이야기를 하지 않을지 점검했다. 이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영화가 편향적으로 기울거나 연출 방향을 잃어버릴 수 있어서 심혈을 기울였다.

- 영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벌어지는 욕설 시위가 그대로 담겨 있다. 실제로 어땠나.

= 시위대와 사저 사이에 300m 정도의 거리가 있지만, 서로의 얼굴과 표정이 전부 보인다. 계단 위나 정원에 있어도 모두가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담장 뒤에 딱 달라붙어 숨는 것이 아닌 이상 훤히 보였다. 그러니 사실상 두분은 집 안에 갇혀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게다가 주변 이웃들도 소음으로 무척 고통스러워해서 평일엔 자녀 댁에 가 있는다는 분도 계셨다. 그나마 혼자 계실 땐 괜찮은데 손님이 오면 욕설이 그대로 들리니까 문 전 대통령이 당황하시더라. 모두가 모른 척하지만 모른 척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 영화는 농부로서의 문재인을 조명하기도 한다. 텃밭에서 부부가 꽃을 심자, 채소를 심자 하며 투닥거리는 일상을 잘 보여주는데, 이런 친근함을 무기 삼은 이유가 있다면.

=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 결과 당신이 누군가 앞에서 연설하거나 설득할 때보다 개인으로서 혼자 있을 때 가장 자기다움이 나타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전적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격동적인 사건을 다루는 다큐도 많지만 인간 문재인에게는 일상성이 가장 중요해 보였다. 특히 영화 전반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게 꼭 국민을 사랑하는 모습과 닮아 보였다.

- 문 전 대통령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에서 반려견 토리와 마루, 반려묘 찡찡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 토리는 우리 같은 외지인에게는 마음을 절대 내어주지 않는다. (웃음) 가까워지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한다. 김정숙 여사도 토리에게 물릴 정도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가끔씩 토리가 기분이 좋아 꼬리를 흔드는 날이 있는데 그래도 속지 않고 눈으로만 바라보며 꾹 참는다.

- 대중에게 덜 알려진 성과나 오해를 바로잡는 부분들도 있다. 변호의 목적을 더한 것인가.

= 변호가 아니라 그의 성정을 정확히 보여주기 위한 사례를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문 전 대통령은 강골이다”라고 말하면 관객은 그 사람이 얼마나, 어떤 점에서 강골인지 알 수 없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 해제’를 이야기한 것이다. 전 대통 령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강인함과 인내를 보여주는 사례로 “산을 잘 탄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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