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포르투갈 왕자의 퀴어 뮤지컬 <도깨비불>과 파울루 로샤의 1963년작 <녹색의 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는 올해 전주영화제를 찾는 시네필들의 관심작 리스트에 대부분 포함돼 있던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두 감독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와 주앙 후이 게라 다 마타에 의해 창조됐다. 두 작품이 공유하는 교집합은 코로나19다.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절정인 리스본 거리를 비추고, <도깨비불>은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을 서사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두 감독은 이에 대해 “팬데믹 도중 만들어진 일련의 영화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팬데믹 현실로 영화를 만드는 게 너무 괴상했다”며 이같은 설정은 당위적이라 입을 모았다.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의 출발점인 <녹색의 해>는 60년대 포르투갈 시네마 노보 운동의 태두와 같은 존재다. 또한 호드리게스 감독에게 파울루 로샤는 영화 학교 은사이며 동향 선배이므로 <녹색의 해>를 자신의 방식으로 새로 만드는 일은 이상할 게 없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편 게라 다 마타는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가 다큐멘터리로 불리길 꺼린다. 그에 따르면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는 “차라리 에세이 필름에 가깝”고, “<녹색의 해> 출연진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배우 겸 가수 이사벨 루스를 향한 오마주 필름”이다. 한편 <도깨비불>은 영화 내에서 환경, 질병, 성·인종 담론 등 동시대의 주요한 이슈들이 모두 폭발하는 뮤지컬이다. 두 감독이 현실의 여러 이야기를 담은 중에 구태여 이 영화를 ‘뮤지컬 판타지’로 명명한 이유는 폐지된 포르투갈 왕정을 태연하게 영화 속에 부활시켰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도 왕족 운운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판타지처럼 느껴지고, 2069년의 포르투갈도 SF처럼 그리기 때문”이라 이유를 언급한 호드리게스 감독은, “우스운 사람들이 우습게 살아가는 모습을 다루므로 코미디라 불러도 좋을 것”이라며 영화의 또 다른 진의를 부연해주었다. <도깨비불>도 파울루 로샤에게 사사한 호드리게스의 흔적이 살아 있는 영화다. 영화 속 소방학교 훈련생들이 재현하는 카라바조, 루벤스, 베이컨 등의 작품은 그 자체로 걸출한 퍼포먼스지만 회화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가르쳤던 파울루 로샤의 교수법에 대한 존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