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산골영화제에서 한국 관객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 야외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을 때 관객이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라든가 강의 흐름에 대해서까지 끈질기게 질문을 해서 놀랐고 그 테마에 대해서만 계속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다. 무주 특유의 환경이라 가능했던 건지 한국 관객의 성향이 철학적인 건지 약간 궁금해졌다. (웃음)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오가사와라 게이코의 자서전 <지지 마!>를 픽션화한 작품이다. 원작 도서의 영화화 혹은 자서전의 픽션화를 시도하면서 세운 나름대로의 기준이나 원칙이 있었다면.
= 절대 재연 드라마식 구현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첫 번째 바람이었다. 누군가의 실제 인생에 대해서는 조금만 달라져도 거짓말이 되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가급적 기본적인 설정은 지키려고 했다. 가족 구성을 섣불리 바꾼다든가 하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쓸 때 편의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캐릭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 게이코의 근심, 시간이 쌓이면서 드러나는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원작자는 물론이고 영화를 위해서도 가장 좋은 접근이 아닐까 싶었다.
-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연 당시 영어 제목은 ‘Small, Slow But Steady’ 였고 일본어 제목은 ‘게이코, 눈을 떠라’(ケイコ 目を澄ませて), 한국에선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으로 개봉하게 됐다. 각각의 제목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 영어 제목은 게이코의 삶의 태도이자 미야케 쇼의 영화 만들기에 대한 다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분명 그렇다. 특히 영어 제목은 오가사와라 게이코씨의 삶을 통해 배운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 10대부터 20대까지 꾸준히 성실하게 살자라고 하는 구호에 약간의 반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이대(미야케 쇼는 1984년생, 곧 40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편집자)에 접어드니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숏 한컷 한컷이 쌓여 완성되는 영화처럼 인생의 의미란 것이 결국 아주 조그마한 것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쌓아가는 게 아닌가, 그렇게 느리고 작은 움직임이 소중하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일본어 제목은 촬영과 편집 기간 내내 이번 영화가 나와 기시이 유키노씨 모두에게 정말 특별한 존재로 남으리라는 모종의 예감 같은 것이 찾아왔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에 넣어보기로 했다. 동시대 영화들이 대부분 인물의 이름을 제목에 잘 활용하지 않으므로 약간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 복싱과 수화에서는 손만큼 눈이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마스크 위로 오직 서로의 눈에 의존하는 시간을 우리 모두 거치지 않았나. 한국어 제목에서도 눈의 의미를 잘 살려보고 싶었다.
- 영화 속 게이코에게서는 실존 인물의 그림자보다는 미야케 쇼 세계 속 청춘이라는 인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당신이 이해한 게이코는 어떤 인물인가.
=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게이코를 훈련시키는 데 진심인 맛짱(마쓰우라 신이치로)이 회장님이 그만두고 체육관이 폐업한다고 하자 후반부에 훈련하다 말고 혼자 와락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다. 그걸 지켜보다가 게이코가 짓는 표정이 가장 그답다고 생각한다. 분명 슬플 텐데 겉보기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질 않는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해한 게이코의 모습이었다고 모니터를 보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 기시이 유키노가 더해진 픽션의 게이코는 누구인가를 말할 때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기시이 유키노가 이 영화를 위해 특정한 신체적 상태를 만들고 유지하며, 장면 안에서 몸으로 반응하는 순간을 보고 있으면 당연한 말이지만 연기가 아닌 인간 기시이 유키노이자 게이코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경탄에 빠지게 된다. 오랜 준비 과정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효과인데, 옆에서 계속 같이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
=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다. 일단 기시이씨가 꾸준히 복싱을 하는 것, 중간에 땡땡이치면 안되는 게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웃음) 최대한 같이 있는 쪽으로…. 나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당신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식으로 약간의 부담을 주고 말았다.
청춘영화의 감정에 대하여
- 게이코의 표현은 솔직하다. “때릴 때 기분이 좋아요” , “맞을 때 아픈 것이 싫어요”, “집에서 멀어서 다니고 싶지 않아요” 같은 것들이다. 게이코의 진실한 눈빛과 처절한 움직임, 그리고 단순한 대사간의 괴리가 오히려 인간적인 호감을 낳고, 약간은 황당하게 웃게 만드는 생동감 있는 순간들도 발생시킨다. 이것은 당신 영화의 인물들에게 나오는 공통적인 인상이기도 한데 캐릭터의 성격적 깊이를 그다지 심오하게 꾸며내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일렁임을 전달한다. 어떤 선호로부터 생겨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굉장히 자극이 되는 말이다. 왜 그럴까. 아마 근본적으로는 내가 느끼고 있는 너무 많은 의미들에 대한 답답함 때문일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나는 영화 비평이라든가 여러 가지 글을 읽는 걸 좋아하고 그런 기획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SNS를 비롯해 정말 너무 많은 의미들이 넘쳐나서 가끔 언어에 얽매이는 일을 피할 수 없다는 경각심을 느낀다. 이번 작업에선 그래서 특히 필름영화에 육체적이고 동물적인 인간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조금 더 나아가보자면, 영화 대사에 관해서만큼은 언어로서 어떤 표현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욕심을 버리자는 쪽이다. 그런 걸 원한다면 소설이 훨씬 좋은 도구일 테다. 영화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나면 심플함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 당신이 정의하는 청춘다운 상태나 감정 같은 것도 있을까.
= 청춘영화의 감정이란 보통 이미 지나가버렸다는 느낌, 혹은 시간을 돌이킬 수 없기에 찾아오는 약간의 멜랑콜리에 가까울 것이다. 애수를 표현하는 것이 어떤 의미로는 쉽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내가 확신하기로는, 어차피 나이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인생은 단 한번밖에 없으므로 그다지 지나간 것을 희구하거나 감상에 젖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속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 그 인물이, 혹은 그 배우가 ‘있다’는 것을 포착하는 것이 청춘영화의 미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상태를 있는 그대로 체현할 때 복잡한 것도 함께 건져올려지는 게 아닌가 싶다.
- 게이코의 수어를 무성영화처럼 대사 화면을 따로 삽입해 보여준 이유는.
= 자막 처리가 아니라 따로 대사 화면을 삽입해 무성영화처럼 연출하자는 것은 작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떠올린 직관적인 설정이었다. 막상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중요했던 것은 실제 농인들이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었다. 기시이 배우에게 수화 지도를 해준 선생님들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청인이 아니라 농인의 관점에서 무성영화식 표현이, 특히 수화와 문자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가 불필요한 것으로 느껴지진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영화적으로 흥미롭다는 쪽에 동의를 해주셨기 때문에 진행할 수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만남이 축적될 때
- 숏의 구성과 연결, 공간을 보여주는 방식, 인서트의 사용 면에서 1950~60년대 일본 고전영화들의 고즈넉하고 세련된 미학을 느낄 수 있었다. 전작들에서 청춘 인물들의 마음을 따라 유영하는 것 같았던 카메라도 이번엔 잠잠히 공간에 안착한 모양새다. 레퍼런스 삼은 작품이 있는지, 혹은 16mm 필름 촬영의 영향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
= 이번 작품에 국한해서 말하긴 어렵고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가 내게 끼친 영향이 클 것이다. 그 시절이 영화의 전성기가 아니었을까. 장면의 연결에서 느낄 수 있는 독보적인 세련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름으로 촬영하면서 나 자신이 꽤 변화한 점도 물론 있다. 나는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것도 좋아하고 디지털로만 구현 가능한 기술에 대해서도 긍정한다. 동시에 그런 맥락에서 시간이 천천히 화면에 고이고 또 흘러가는 느낌에 있어서 필름을 통해서만 표현 가능한 것이 있다는 점도 믿는다. 전혀 과학적인 진술은 아니겠지만, 디지털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거만해져서 모든 것을 다 제어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고 할까. 하지만 필름은 불가역적인 상태를 따라가야 한다. 빛과 색, 잠깐의 시간을 체현해내기 위해 나는 철저히 영화에 복속된다. 쉽게 말해서 훨씬 감각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작업이고 그것이 결과에 반영되었다면 기쁘다.
- 오래된 체육관, 게이코의 집, 병원, 전철이 지나가는 강변 등 장소와 거리의 운치가 각인되는 영화다. 로케이션을 물색한 과정은 어땠나.
= 로케이션 선정에 많은 품을 들이는 편이다. 촬영 전에는 특히 열렬히 산책한다. 장소를 결정할 때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다. 공간의 크기, 광량, 지형이나 기물 등 촬영 전에 명시적으로 파악해야 할 조건들을 우선 살핀다. 그러고 나면,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흔적을 좇는 일에 몰두한다. 예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것을 찾아보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장소의 역사나 생활력을 읽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후자에서 확신이 들면 전자의 요소들이 조금 부족하거나 염려스럽더라도 미술팀, 조명팀이 협동해 훨씬 좋은 조건을 창출해낼 수 있다.
- 당신의 영화 만들기에서 산책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 책상에 앉아서 가만히 생각하는 유의 작가가 못 된다. 시나리오 작업 단계뿐 아니라 현장에서 어떤 이미지를 만들지 구상하고 캐릭터를 구체화해나갈 때도 일단 걷고 본다. 산책을 하면 영화의 요소와 장치들을 위계 없이 산발적으로 흩뜨려놓고 생각할 수가 있다. 그래서 가끔 생각이 수습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단점이지만…. (웃음)
-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 미묘한 삼각관계를 이어가는 청년들, 폐업 위기에 처한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복싱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들의 미시적인 역사가 영화의 시간 속에서 서서히 축적되고 점점 더 반짝거리게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카메라가 같은 장소를 같은 구도로 여러 번 비추는 방식이 이런 효과에 기여하고 있는 것 같다. 가령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서는 체육관 앞 계단 골목이 여러 번 반복된다.
= 같은 장소에서 다른 만남이 벌어지고, 그 미세한 차이가 평범하지만 유일한 시간을 만든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 내가 좋아하는 점과도 비슷하다. 내가 많이 생각하는 감정 중 하나는 일상의 권태, 이유 없이 축 처지고 고민스러운 평범한 날들의 기분이다. 학생 때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나를 둘러싼 것들이 너무나 시시하고 단조롭게 느껴져 오직 주말만을 기다렸다. (웃음) 그럼 토요일과 일요일만이 의미 있고 5일간의 평일은 쓸모없는 시간의 덩어리인 걸까? 그게 아니라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내가 영화에서 포착하고 싶은 감각은 그런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적인 시간들의 개별성,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 저마다의 유일성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내 영화를 어떤 관객에게 추천하느냐는 질문에 “휴일에 완전히 놀고 싶은 기분에서 보는 것보다는 평일 저녁에 피곤하고 지친 마음으로 봐준다면 더 유용할 것”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는데, 지금도 비슷한 생각이다.
- 체육관을 다양한 앵글로 비추어서 거칠게 평면도를 그려보게 될 정도로 구석구석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체육관 가장 안쪽의 링, 그 주변의 연습 공간, 현관 앞 신발장, 카운터, 탈의실 등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 스탭들이 하고 있는 일을 다 파악하고 그 결과물을 빠짐없이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서, 미술팀이 장식한 손길이 보이면 그 자리를 어떻게든 촬영에 활용하려고 한다. 건축가인 아버지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내 기억 중 하나가 새로운 공간에 가면 아버지가 어디든 자꾸만 벽면을 손으로 틩겨보는 모습이었다. 겉보기엔 그냥 의미 없어 보이는 벽인데도 아버지의 눈엔 그것 또한 누군가가 공들여 세운 작업물이기 때문에 두드려보고 소재는 무엇이고 안은 어떻게 채워져 있는지 알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겉보기에 그저 낡고 허름해 보이는 체육관을 스탭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가꾸었나를 떠올리면서 렌즈를 어디에 둘 것인가 계획을 세웠다.
- 화면 안에 인물과 전철이 동시에 등장할 때, 전철이 프레임에 등장하고 빠져나가는 움직임은 미리 시간을 계산해 찍는가, 아니면 그보다 느슨하게 우연을 열어두나.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거리 몽타주는 틈틈이 찍어둔 것인가, 한번에 몰아서 찍는 것인가.
= 과거엔 우연을 중시했다. 필름영화인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제작비나 시간 면에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긴장도가 높았고, 인물과 전철의 움직임에 리듬감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철이 지나가는 시간을 계산해서 찍었다. 풍경 인서트들은 19회차 촬영이 모두 끝난 다음에 마지막날 찍었다. 보통 산책하면서 마음속에 수집해둔 골목, 강가, 집 앞 풍경 등을 차례로 찍는 날을 마지막에 따로 둔다.
나는 이제 막 새로운 스테이지에 들어왔다
- 기본적인 기획과 캐스팅이 모두 준비된 상태에서 고용 감독으로 합류했다. <플레이백>으로 데뷔한 이후 자주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방식과는 출발점이 꽤 다른 셈인데 프로세스 면에서도 달라진 점이 있었나.
= 크게 없었다. 아마도 스탭의 영향으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를 함께한 쓰기나가 유타 촬영감독, 이노우에 신페이 미술감독, <밀사와 파수꾼>(2017)에서 만난 와타나베 다이치 세트감독, 프로듀서 후쿠시마 고이치로 등 늘 같이 일하던 인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에 그분들과 같이 또 그저 새로운 도전을 하는구나 정도로 느꼈다.
- 일본은 소규모 극장들의 독자적인 프로그래밍과 커뮤니티 시네마 문화가 한국보다 지속적이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완성된 영화가 거쳐야 할 과정들, 특히 배급과 상영에 있어 당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있나.
= 일본영화계의 상황만 놓고 보자면, 다른 나라의 인디 신과 마찬가지로 그저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찍고 싶은 사람과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 선명한 갈림길이 있다. 나 역시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플레이백> <더 콕피트> 때까지만 해도 내 영화의 배급에까지 직접 관여했고, 그렇게 한 이유는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독자적으로는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프로들에게 배급과 마케팅 등 전 과정을 맡기고 있지만 과거에 친구들끼리 알음알음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던 시절이 좀더 즐겁지 않았나 하는 고민 아닌 고민도 갖고 있다.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이 미야케 쇼의 최고작이라는 찬사도 심심찮게 들린다. 당신에겐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영화의 규모나 제작 방식, 혹은 정서가 있다면 무엇인가.
= 사람들이 왜 영화를 보러 갈까. 나는 본 적 없는 것을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나 역시 그런 마음에서 영화를 만든다. 힙합(<더 콕피트>)도 복싱도 영화를 찍으며 배웠다. 다음 작품도 그런 식으로 만나고 싶다. 내가 전혀 장악하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는 분야와 낯설게 만나고 싶다. 지금까지 한번도 가족영화를 만든 적 없기 때문에 가족에 대해서도 다루려고 한다. <플레이백> 이후 약 10년이 넘게 흘렀다. 나로서는 이제 막 새로운 스테이지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확실한 계획은 나의 오리지널 기획을 더 많이 확장하고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선 공부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만들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