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이 유키노는 게이코 그 자체였다.” 인터뷰에 동석한 미야케 쇼 감독의 전언이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으로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기시이 유키노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온몸을 부딪치며 소통하는 복서가 되기 위해 노력을 거듭했다. 3개월간 권투를 배우면서 몸무게를 증량하고, 도쿄 청각장애인연맹의 도움을 받아 수어를 공부했으며, 미야케 쇼 감독이 건넨 20~30분 분량의 사전 제작 비디오 2편을 분석하기도 했다. 2009년 데뷔한 이래 연극, 영화, 드라마 현장을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기시이 유키노에게 이번 영화가 유독 특별하게 기억되는 건 조금 다른 이유에서다. 거침없이 “작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 말하는 기시이 유키노가 더없이 바라던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감독, 배우, 스탭 모두가 한편의 영화를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현장이었다. 그저 화기애애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작업에 희열을 느끼며 촬영하는 분위기였다.” 기시이 유키노는 게이코가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거울을 닦는 신을 언급했다. “관객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배우의 눈에는 맞은편 스탭들이 훤히 비쳤다. 그 순간 문득, 게이코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로 혼자인 듯하지만 언제나 주변인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거울을 닦으며 기시이 유키노는 촬영장의 스탭들을 체육관의 동료로 생각했다. 그 뒤로도 “나와 게이코를 겹쳐 생각하는” 시간이 드물지 않게 찾아왔고, 농인인 게이코가 지닌 다중의 소수자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것이 고민되는 순간에도 “게이코가 주변에 어떻게 보이는 존재인가에 대해서는 전부 스탭, 배우, 감독에게 맡기고 그저 나로만 존재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는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장소 헌팅을 함께 다닐 정도로 영화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미야케 패밀리”를 배우가 깊이 신뢰한 덕분이기도 했다.
기시이 유키노에게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권투도 남겼다. “이번 작품을 통해 권투라는 스포츠가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다. 30대 여성으로서 요구받는 아름다움이 때때로 평면적이라는 인상을 받곤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양하지 않나. 복싱하면 땀도 많이 흘리고 냄새도 많이 나지만 진지하게 상대와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는 “정신력이 강함으로 이어지는 매력”을 지닌 권투를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다고 전한다. “아직 게이코를 계속 쫓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기시이 유키노. 그에게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현재 진행형인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