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돋보이는 일본의 젊은 배우들
2023-06-16
글 : 이우빈

이시바시 시즈카

배우의 얼굴은 영화의 정체성이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 상실 위에 부유하는 인물, 미카를 연기한 이시바시 시즈카의 공허한 표정은 사토리 세대의 표상이라 할 법하다. 그러니 그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주인공 사치코와 만나게 된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카와 비슷하면서도 좀더 정념에 차 있는 사치코로서 그는 확고히 동시대 일본 청춘영화의 얼굴이 됐다. 더하여 아라키 신지 감독의 <시크릿 카운터>에서 고요하기보단 역동적인 장르물의 감정적 격랑을 표현해내기도 한다. 참고로 그의 아버지는 미이케 다카시의 <오디션>, 아오야마 신지의 <차가운 피>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시바시 료이며 어머니는 <꿈> <란> 등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에 출연했고 현재도 왕성히 활동 중인 배우 하라다 미에코다.

다키우치 구미

한국 관객에겐 <윤희에게> 속 료코로 익숙한 배우다. <윤희에게>에 출연했던 2018~19년쯤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 아라이 하루히코 감독의 <분화구의 두 사람>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의 생존자를 연기하며 삶의 침체와 죽음의 틈입을 동시에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분화구의 두 사람>에선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주연배우 에모토 다스쿠와 함께 대재해를 직면한 연인의 초상을 그려냈다. 삶과 죽음에 달관해 있으나 종종 한순간이나마 생을 느끼고자 색욕에 가득 차는 파격적 인물 나오코를 성취해냈다. 한편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작인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의 <유코의 평형추>에서 내밀한 심리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이케마쓰 소스케

이케마쓰 소스케에게 별명을 지어야 한다면 ‘두개의 심장’이라 칭하고 싶다. 그의 활동량은 왕성함을 넘어 수상쩍을 정도다. 2003년 <라스트 사무라이>의 아역배우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래 <종이달> <태풍이 지나가고>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미야모토> <옆얼굴>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오키쿠와 세계> 등 수십편의 영화,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추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카모토 준지, 마리코 데쓰야, 후카다 고지 등 일본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을 모두 거쳐간 배우이기도 한데, 특히 이시이 유야 감독의 최근작에서 연달아 주연을 맡으며 그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했다. 평범한 듯 또렷하고, 시니컬한 듯 감성적인 얼굴로 변모하는 연기 스펙트럼도 인상적이다.

소메타니 쇼타

<두더지> 속 홀로 서 있던 소년의 형체를 잊을 수 있을까. 해당 작품으로 제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상(신인배우상)을 취하기도 했던 소메타니 쇼타의 이력은 넓고 깊다. 우선, 국내에서도 화제를 끌었던 만화 원작의 <기생수> 시리즈 에서 주연을 맡았고 일본 현지에선 드라마 <괴짜가족>으로 인지도를 굳히는 등 스타성의 면모를 차근차근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론 <두더지>의 결을 이어 하마구치 류스케의 초기작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예조 산책하는 침략자 극장판>에 출연하며 일찍 피어난 연기 내공이 시들지 않음을 보여줬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인물, 시즈오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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