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중심으로 살펴본 톰 크루즈 배우론
2023-07-13
글 : 정재현

버스터 키튼과 해럴드 로이드의 시대가 있었고, 이소룡의 시대를 지나 성룡의 시대가 있었다. 톰 크루즈의 이름은 키아누 리브스와 더불어 그들이 수행한 ‘액션 연기’를 기대하게 하는 마지막 대명사다. 보면서도 들으면서도 믿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액션이 영화마다 펼쳐지고, 이에 관한 숱한 후일담까지가 60대에 접어든 배우 톰 크루즈의 여전한 셀링 포인트다. 그래서일까. 다른 어떤 배우보다 톰 크루즈는 유독 배역과 배우의 특성이 강하게 밀착해 있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 속 에단 헌트는 톰 크루즈의 예명에 가깝다. 배역의 이름이 곧바로 생각나지 않아 배우의 이름을 대곤 하는 관객의 인상비평이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가 어떤 액션을 했다”기보다 “톰 크루즈가 어떤 액션을 했다”는 말로 갈음된대도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에단 헌트의 캐릭터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에단 헌트는 데뷔 42년차 배우가 지난 27년간 제작과 연기를 통해 만들어온 최고 흥행 시리즈 속 캐릭터고, 에단 헌트의 여러 면모는 곧 배우 톰 크루즈의 대내외적 이미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아슬아슬하다’ 혹은 ‘조마조마하다’. 에단 헌트가 수행하는 액션에 관객과 평단이 부여하는 형용사다. 이같은 수식이 붙는 이유는 단순히 톰 크루즈가 스턴트를 최소화한 액션을 수행해서만은 아니다. 일사(레베카 페르구손)에게 “환기구, 지반, 전기 배관 등을 주로 탄다”는 에단 헌트의 자조적 대사처럼, 에단 헌트의 액션은 언제나 불안과 염려를 부르는 ‘등반과 은신’에 집중해 있다. 그는 인피니티 건틀렛을 손에 끼지 않고도 어딘가에 오르고, 제임스 포터의 투명망토 없이도 아무도 모르게 적들을 처단한다.

<미션 임파서블2>의 에단 헌트는 맨몸으로 암벽등반하면서 스크린에 첫 등장했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선 맨손으로 163층짜리 마천루를 기어올랐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에단 헌트는 환기구에 숨어 CIA 본부 컴퓨터 방에 잠입했고,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선 어거스트(헨리 캐빌)를 추적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숨어 매달렸으며, 시리즈 전체에 걸쳐 인피면구 뒤에서 반역자를 색출해냈다(멀게는 인공지능 로봇 스파이더의 추적을 피해 슬럼가에 숨어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존 앤더튼이 있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185cm 이상의 키를 가진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부르즈 할리파를 오르거나 엘리베이터에 매달려 있다고 생각해보자. 등반 중 필요 이상으로 축 늘어진 다리와 태생적으로 은신이 불가능한 신장 탓에 활약은 어려울 것이다. 올해 초까지도 저드 애퍼타우를 비롯한 전세계 관객은 톰 크루즈가 배우로 활동한 기간만큼 그의 키를 조롱했다. 하지만 톰 크루즈의 신체 조건이야말로 그가 평생을 수행해온 액션의 탁월한 수행과 더없이 어울리고, 에단 헌트의 미션 수행에도 적격이다.

톰 크루즈의 화려한 액션에 가려 쉽게 잊히는 지점은 에단 헌트의 미션 수행의 근간이 언제나 팀플레이에 있다는 것이다. 1편부터 에단과 함께한 루터(빙 레임스)나 시리즈 전체에서 숨 쉴 구석을 제공하는 벤지(사이먼 페그)를 포함해 에단은 IMF 요원들과 협업하고 (톰 크루즈의 또 다른 대표 캐릭터인 <탑건> 시리즈의 매버릭처럼) 동료를 지키기 위해선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션 임파서블>의 성공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와 스탠리 큐브릭, 로버트 레드퍼드와 폴 토머스 앤더슨 등 입증된 영화 명인들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흡수하면서도, 톰 크루즈는 더그 라이먼, 에드워드 즈윅, 조지프 코신스키와 같은 또 다른 친구들과 끊임없이 자신의 액션 스타 이미지를 다져나갔다. 톰 크루즈가 에단 헌트로서 수호 중인 동료는 크리스토퍼 매쿼리다. 한때 크루즈에겐 액션 블록버스터에의 출연을 잠시 멈추고 오스카를 노려봄직한 정치 드라마 <로스트 라이언즈>나 <작전명 발키리> 등을 연속해 찍던 시기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두 영화로 오스카 후보에 오르는 것은 실패했고, 흥행과 비평 어디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작전명 발키리>를 통해 그는 크리스토퍼 매쿼리를 만난다.

둘의 첫 만남은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역사 드라마였지만 매쿼리는 크루즈가 어떤 이미지로 스크린에서 소구될 때 관객과 평단의 반향이 강한지 알고 있었던 듯하다. <작전명 발키리>의 각본에 이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유령 작가’로 크루즈와 재회한 매쿼리는, 크루즈가 직접 판권을 사고 주연한 액션 블록버스터 <잭 리처>의 연출로 연이어 크루즈와 호흡한다. 이후 매쿼리는 한쪽에선 크루즈와 각본가의 관계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탑건: 매버릭> 등을 함께했고, 다른 쪽에선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시작으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으로 이어지는 연작의 연출자로 자리했다. 시리즈의 제작자인 크루즈가 3번 이상 <미션 임파서블>의 시리즈를 함께 만든 제작진은 매쿼리 이전에 크루즈/와그너 프로덕션을 통해 초기 3편의 <미션 임파서블>을 만든 제작자 폴라 와그너 정도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속 미 상원의 정보위원회는 CIA 산하 첩보 기구 IMF가 세계 안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며 IMF를 존치하기로 결정한다. 미국 내 정보기관이면서 그 누구도 요구한 적 없는 전세계의 안보 유지를 자축하는 미국 (영화) 특유의 자의식을 영화가 드러낼 때, 몇년째 어떤 블록버스터영화를 가지고 와도 극장가의 위기를 타개할 전사라며 구원투수로 거명되는 톰 크루즈의 모습이 자동으로 겹친다. 아마 톰 크루즈 본인은 전세계 극장산업의 위기를 구원할 슈퍼히어로가 되는 데엔 큰 관심이 없을 터다. 다만 언제까지나 관객이 그에게 바라는 점과 그 자신이 직업인으로서 원하는 바가 드물게 일치하는, 현역 액션 스타 배우로 살아가는 데 온 신경을 쏟으리라 확신한다. 끝끝내 현역 해군으로서 마하10을 넘어보려 객기를 부리는 <탑건: 매버릭>의 매버릭이 그랬듯, 공보정훈소령이라 전투에 참여한 경험이 전무하지만 어쩌다 일병이 돼 전장에 던져져도 싸움에 능할 게 분명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존 케이지가 그랬듯. 시리즈 내내 이쯤에서 미션을 중지하라는 상관들의 무수한 명령을 거부한 에단 헌트가 그랬듯 말이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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