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 톰 크루즈 곁엔 언제나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있다. <작전명 발키리> 에서 인연을 맺은 이후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각색,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감독, <미이라> 각색,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감독, <탑건: 매버릭> 제작 및 각색까지 톰 크루즈 의 거의 모든 작업을 함께한 그는 적어도 영화의 여정에 있어서만큼은 두개의 몸으로 나뉜 하나의 영혼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톰 크루즈와 함께할 때면 “정해진 대로 찍는 대신 현장에서 끊임없이 대화하며 역동적인 상황을 창조”해나간다는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은 이번 영화가 최고의 ‘미션 임파서블’을 위한 시작이 될 거라 자신했다.
- 톰 크루즈의 11번째 한국 방문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감독 역시 어느덧 5번째 방문이다.
= 횟수를 일부러 세보진 않았는데 매번 주위에서 알려준다. (웃음) 내가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좋고, 올 때마다 서울이 조금씩 바뀌는 걸 느끼는데 사람들은 그 모습 그대로라서 더 좋다. 항상 우리를 따뜻하게 환대해주고 반겨주는 모습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 이번 작품은 상영시간이 무려 163분이다. 단독으로도 긴 편인데 심지어 2부작이다.
=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끝낸 다음 많은 논의가 있었다. 우리 팀의 문제는 다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거다. (웃음)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을 좀더 명확하게 다듬는 과정에서 드라마가 더 커지고 방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데 다들 공감했다. 이걸 좀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무리해서 한편 안에 다 압축시키는 것보다는 긴 호흡으로 가져가자고 판단했다. 전체 이야기의 윤곽이 나올 즈음 파트1, 파트2로 나누자고 내가 먼저 제안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파트1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고 길어질 줄은 몰랐다. 결국 문제는 우리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거다. (웃음)
- 이번 영화의 빌런은 두명, 아니 두 존재가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엔티티’라 명명된 인공지능이다. 모든 곳에 있을 수 있지만 어디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치 유령과도 같다. 그런 의미에선 에단 헌트와도 매우 닮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 이런 해석으로 접근한 사람은 처음이다. 매우 좋은 질문이고, 원했던 시선이라 감사드린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에단과 엔티티, 두 캐릭터는 마치 마주 보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유령 같다는 면은 물론, 계속 주변의 정보를 흡수하고 성장하면서 진화해나간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처음에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을 때 IT 기술이나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성장할 줄은 몰랐다.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반영하면서 하나의 캐릭터처럼 발전시켜나가다보니 지금의 형태가 나왔다. 에단과 엔티티는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파트2에서는 이런 심리적인 부분을 더 심도 있게 탐구하면서 에단 헌트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 엔티티가 디지털 세계의 적이자 두뇌라면 그의 손발이 되는 에테르 세계의 빌런은 에사이 모랄레스가 연기한 가브리엘이다. 에단과의 악연으로 얽힌 가브리엘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전통적인 빌런에 가깝다.
= 가브리엘은 에사이 모랄레스가 연기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우리는 역할을 먼저 만들어놓고 그 역할에 맞는 배우를 찾는 것보다는 함께 일해보고 싶은 배우를 찾은 다음에 그 배우에게 맞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걸 선호한다. <미션 임파서블>은 언제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시리즈이기 때문에 에단과 가브리엘이 그들의 커리어 초기부터 서로 아는 관계라는 설정에서부터 시작하면 흥미를 더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파트2에서는 이들의 과거에 대해 좀더 많은 부분이 드러난다.
- 배우를 먼저 캐스팅하고 역할을 고민한다는 게 흥미롭다. 이번 영화에 새롭게 합류한 그레이스 역의 헤일리 앳웰은 어땠나.
= 10년 전 런던에서 연극을 보면서 헤일리 앳웰을 처음 알게 됐다. 이후 그녀의 작업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다. 좋은 배우인 건 당연하고 연극 외에 스크린 연기를 통해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기회가 되면 함께하고 싶었다. <잭 리처>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때도 염두에 두었지만 적절한 역할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 영화에서 딱 맞는 역할이 될 거라는 생각에 제안했고 다행히 함께할 기회를 얻었다. 그레이스 캐릭터의 전체적인 방향은 잡혀 있었지만 거기에 구체적인 숨결을 불어넣어 살아 있는 인물로 완성한 건 헤일리 앳웰이다.
- 늘 시그니처 액션을 기대하게 된다. 이번에는 노르웨이 트롤의 벽에서의 질주 및 낙하 장면이다. 매 작품 새로운 볼거리와 스턴트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나.
= 톰과 나는 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이미지에 대해 고민한다. 매번 최선을 다해 도전하지만 끝나고 나면 뭔가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미련이 남는다. 첫 번째 스크리닝 후에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그 장면은 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런 걸 잊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속편에 고스란히 반영한다. 밖에서 보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건 우리가 그동안 작업했던 경험치들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 후반부 오리엔탈 특급열차 시퀀스는 매우 길다. 거의 단독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 솔직하게 고백하면 한마디로 약간 통제 불능 상태였다. (웃음) 처음엔 기차 시퀀스가 이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 시퀀스를 찍어야 할 때쯤엔 캐릭터들도 많이 늘어났고 마무리해야 할 스토리라인도 복잡해졌다. 이번 영화의 여정 자체가 마치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성장해나갔다. 다시 고백하면 1차 편집본은 훨씬 더 길었다. (웃음) 우리의 유일한 고민은 이걸 어떻게 줄일지였다.
- 보통은 한번 보여주고 끝날 법한 클라이맥스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좋은 의미에서 지칠 정도다.
= 그게 좋은 액션영화의 비결이다. 액션영화는 대부분 해피 엔딩이고, 잘 해결된다. 끝을 알면서도 계속 볼 수 있도록 새로운 볼거리와 긴장감을 제공해야 한다. 그 팽팽한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리듬과 드라마를 적절히 배치하는 게 핵심이다. 적어도 이번 영화에선 그걸 확실히 완성했다고 자신한다.
- <작전명 발키리> 이후 톰 크루즈와 꾸준히 함께했다. 에단이 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미션 임파서블’팀 전체가 가족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 가족이 되어간다는 말이 정확한 것 같다. 배우뿐 아니라 스탭 모두 톰 크루즈와 함께 영화라는 모험을 즐기는 중이다. 특히 서드, 세컨드였던 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메인까지 성장하는 걸 볼 때 감사하고 뿌듯하다. ‘미션 임파서블’만의 DNA는 캐릭터의 살아 있는 감정과 감성에 있다. 액션과 스턴트, 스펙터클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겠지만 그 어떤 화려한 볼거리도 결국 캐릭터가 느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영화 속 모든 캐릭터는 스탭과 배우들이 그간 함께 쌓아온 신뢰의 결과다.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있기에 캐릭터 역시 살아 움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