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그림책이 가진 제한성과 원시성을 참 좋아한다’, 백희나 작가 인터뷰
2023-07-20
글 : 정재현
사진 : 오계옥

- 올해 4월9일 SNS에 전시회 제목을 추천해달라는 포스팅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에 달린 174개의 댓글을 포함해 많은 이들의 의견을 받았을 텐데, 최종적으로 <백희나 그림책>이 됐다.

= 전시회 제목 짓기가 정말 힘들어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가장 확실하고 직관적인 제목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건 <달 샤베트>의 늑대 할머니다. 전시의 시작이 <달 샤베트>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

= 뻔한 기획이 아니었으면 했다. 백희나가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전시를 한다면 대개의 관람객은 평면 그림과 입체 조형물이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것보다 조금 더 의외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달 샤베트>의 늑대 할머니는 조그마한 종이 인형이다. 이 늑대 할머니를 실제 늑대의 몸집 크기만큼 키워, 살아 숨 쉬는 동화 속 캐릭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마침 <달 샤베트>의 배경이 여름이라 여름에 개막하는 전시회와 잘 맞아떨어졌고, 내가 그림책 작가로 다시 시작하게 만든 작품이어서 여러모로 <달 샤베트>로 전시의 문을 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 이제껏 만든 인형이나 세트 중 오래된 것들은 보수 작업을 거치기도 했나.

= <달 샤베트>의 아파트는 우체국 택배 상자로 지은 세트다. 이번에 다시 꺼내 보니 지난 세월 동안 습기를 먹어 그런지 점점 부풀며 기울었다. 내겐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세트라 바로 보수 작업에 돌입했다. 보수까진 아니지만 새로 손본 작품도 있다. 책을 만들 때는 아무래도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다 보니 그림에 자세히 나오지 않는 부분까지 만들지는 못한다. 그래서 카메라 프레임 내부에 잡히는 세트만 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트가 오브제로 전시될 경우, 모든 각도에서 세트와 인형을 관람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림에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을 새로 제작하기도 했다.

- 전해 듣기론 전시회가 개막한 이후에도 전시장을 계속 방문해 전시물들을 손보고 있다고 들었다. 휴관일에도 전시장에서 근무 중이라고.

=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야 하는 B컷들이 정말 많다. B컷들이 책의 의도와는 벗어났지만 ‘장면 자체로’ 좋았던 기억이 많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선 내가 기억하는 B컷의 아름다움까지 구현하고 싶어 계속해 수정 중이다. 어제는 <이상한 엄마>의 구름 세트를 손봤다.

- <달 샤베트> 아파트 세트의 경우, 관람객들이 CCTV를 통해 아파트 내부를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시 중이다. 집별로 다른 벽지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 집별로 다른 벽지를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재밌었다. 창작 당시 내가 살던 집 뒷베란다로 나가면, 건너편 아파트의 세대 풍경 하나하나가 <달샤베트>의 아파트처럼 보였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에서 제임스 스튜어트가 관음하는 집들을 인형의 집으로 만든 것이랄까. 책과 다른 감상 포인트를 제시하고 싶어 전시장에 CCTV를 두었고, 육안으로 집의 구석구석을 모두 확인하길 바랐다. 독자들이 <달 샤베트> 부스 앞에선 모기가 됐으면 했다. 모기에겐 아파트 내부의 먼지나 실밥이 얼마나 크게 보이겠나. 관람객도 전시의 일부로 합류할 수 있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좋았다.

- <알사탕>을 보면 동동이가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되는 장면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그 장면에 숨겨둔 비밀 하나가 드러난다. 관람객은 한부모 가족의 세대주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기울이는 무심한 노력들을 목격하게 된다. 책에는 흐리게 찍힌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괜히 뭉클했다.

= 나 역시 동동이 아빠처럼 일하는 엄마지 않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양육자라면 삶이 비슷할 거다. 나도 매번 멸치볶음 레시피와 불고기 레시피를 부엌 찬장에 붙여두고, 아이들마다 하원 시간을 정리해놓아야만 했다. 마침 <알사탕>을 작업할 당시 우리 아이들과 동동이가 비슷한 나이였다. 그래서 한창 그림책을 만들다가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엔 “악!” 소리를 내며 뛰어나가야 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 삶의 연속에서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사수해야 했던 것이 아이들의 서로 다른 스케줄이었다. 혼자 아이를 키웠던 동동이 아빠는 더 하지 않았을까.

- 이번 전시엔 1996년 만들었던 애니메이션 <잠 오는 밤>도 함께 상영된다. 전시회의 제일 끝에 작가의 제일 첫 작품을 상영하는 구성이 오묘하더라.

= 미국 유학 시절 만든 작품이다. 내가 이런 작업도 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전시가 아무래도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다 보니 세트뿐 아니라 미디어 전시까지도 욕심낸 부분이 있다.

- 이번 전시회의 경우, 작가의 책 속 세계를 하나하나 해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 속에 가려져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을 전부 개방하는 셈인데, ‘책은 책으로만 남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없었나.

= 내가 독자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꺼리는 이유다. 물론 걱정이 많았다. 책을 만드는 데 쓰인 철사나 나사까지 적나라하게 보이는 게 독자의 환상을 깨는 건 아닐까 고심했다. 하지만 재밌을 것 같았다. 늑대 할머니가 만든 ‘달 샤베트’를 실제로 보고, <알사탕> 속 동동이의 집에 직접 들어가 구석구석을 살피는 경험이 얼마나 재밌나. 고된 준비 과정 중에 스스로에 의구심이 드는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이번 전시가 애독자들에겐 선물이 되겠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철저하게 계획한다

- 책의 구성이 영화처럼 느껴지는 작품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어제 저녁>인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플롯이 하나씩 얽히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 아이들에게 그닥 인기가 있진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개별 캐릭터의 스토리를 모두 깨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어제 저녁>은 아이들이 인형놀이를 하듯 장난감처럼 다루길 희망했다. 아이들이 병풍처럼 이 책을 자기 앞에 두르고 양육자와 한 장면씩 뜯어보며 놀길 바란다.

- 영화적이라 생각한 또 다른 작품은 <나는 개다>다. 다중 시점 내러티브를 동화책으로 시각화했다고 볼 수 있는데, 한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캐릭터의 시점이 한 페이지 내에서 전개된다.

= 그림책은 매체 특성상 제한점이 많다.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순전히 독자가 감상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독자를 잡아두기 위한 스토리의 전달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고 책 너머에 있는 가상의 독자를 상정하며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다. <나는 개다>의 다중 시점 장면도 수많은 고민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다중 시점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 연출이지만 독자들에게 이 장면이 혼동보다 즐거움을 주리란 확신이 있었다. 나는 그림책이 가진 제한성과 원시성을 참 좋아한다.

- 그림책의 원시성은 무엇인가.

= 386 컴퓨터가 보급되던 젊은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래픽 보드가 컬러 지원을 못했다. TV 하나를 봐도 NTSC인지 PAL인지를 따져야 했던 때다. 그런 매체의 제약이 많던 시기에 청춘을 보내다 보니 그림책만이 가진 특유의 원시성을 사랑하게 됐다. 쉽게 소장할 수 있고,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해상도가 선명하며 다른 매체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 대부분의 작품에 아이들이 사는 집 내부가 등장하지만 집별로 구조가 모두 다르다. 집의 구조에 관한 아이디어는 작품 속 아이 캐릭터의 속성에 따라 맞추는 편인가. 가령 <이상한 엄마>의 집은 중문이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다.

= 언제나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역사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동화 속 호호는 엄마와 단둘이 살지 않나. 이 가족이 사는 집의 구조는 옛날 아파트다. 엄마가 지금은 홀로 아이를 양육하지만 작중 시점(時點)처럼 평생 홀로 산 존재가 아니라 인생의 어느 순간엔 곁에 누군가가 존재했던, 나름의 가족 연혁이 있는 사람이란 걸 집을 통해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집에 선녀가 내려와야 하니 신축 아파트면 안됐다. 물론 그림의 구성 또한 고려한다. <이상한 엄마>의 경우 선녀 옷의 끝자락과 집 안의 여러 사물이 흩어진 걸 한 페이지에 드러내야 해서, 긴 복도 끝에 현관문이 있는 집 구조가 필요했다.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상한 손님> <이상한 엄마> 그리고 <알사탕>의 아파트가 모두 구축 구조다. 무조건 물 호스가 딸린 베란다가 있고, 베란다 확장도 안 했다. (웃음)

= 그건 내가 베란다 트는 걸 안 좋아해서…. (웃음)

- 장면의 후경을 세트로 만들지 실사로 찍을지에 관한 판단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 계획을 철저히 하는 편이다. 작품을 구상할 때 스스로 제작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모두 설정해놓고, 공정이 어느 정도까지 성공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정하다 보면 이 장면을 어떻게 구상할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그림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복기하는 것은 나만의 공식이다. 그 공식은 작품마다 다르지만 스토리의 내적 공식을 깨지 않아야 작품에 판타지가 개입돼도 독자가 그럴듯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근간에 둔다. 근작 <연이와 버들 도령>을 예로 들면 연이가 상추를 찾아 헤매는 설산의 배경은 실사로, 버들 도령이 사는 봄 동굴은 그림을 그려 만들었다. 실제 설산을 배경으로 작품을 찍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었던지라 기뻤다. 봄 동굴의 경우 그곳의 개별 꽃과 나무를 모두 입체로 만들 경우 오히려 그림 전체가 가짜 티가 과하게 나서 유치해질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방안이 전통 민화로 봄 동굴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누구나 그릴 수 있고, 형식의 구애도 크게 받지 않는 그림으로 표현하면 멋있으리란 생각이 들더라. 마침 작품의 내용도 구전설화라 작품과 잘 어울렸다.

- 평자와 독자들은 <이상한 엄마> <알사탕> 등 백희나의 그림책 속에 한부모 가정이 자연스러운 가족의 형태로 드러나는 점을 자주 언급한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어제 저녁> <삐약이 엄마> 등 작품에서 다양한 동물들이 무리 없이 공생하는 것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성별, 인종 등의 생물학적 인자가 차별과 혐오의 요소로 악용되는 시대에 사는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사실 인터뷰마다 내가 굉장히 도덕적이고 착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그래서 작품 속 메시지에 관한 평을 들을 때마다 나를 많이 돌아본다. 인간 백희나는 도덕적이거나 착한 사람이기보다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다. 마음이 섬약하고 예민해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까지도 엄청난 무게로 다가온다. 내 작품이 다양한 처지에 놓인 독자들에게 상처가 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나는 영화도 쉽게 못 본다. 영화 관람 후 다가오는 감정의 여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 못 보는 장르가 재해영화다. 하지만 그런 재해 상황을 상상하면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물어뜯고 싸우기보다는 단 몇명이라도 서로 도우며 살길 희망한다. 작가가 품은 그 정도의 마음이 작품에 반영된 것이라 생각해준다면 감사할 듯하다.

- 본인이 생각해도 정말 고되게 만든 작품이 있나.

= 다 힘들다. 수천장의 사진을 찍고 원하는 한컷을 얻어냈을 때 정말 재밌지만, 그 한컷을 위해 사진을 찍는 과정은 정말 고되다. 잠시 태국에 살던 시절 만든 <나는 개다> 속 구슬이의 산책 장면이 으뜸이다. 산책 장면은 동동이의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므로 시간대가 정오여야만 했다. 그런데 작업 공간에서 아무리 조명을 조정해봐도 정오의 햇볕이 살지 않아 직접 인형과 세트를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 끝까지 안 들어도 고생일 것이 빤하지 않나. 바람이라도 불면 세트가 넘어지고 구름은 계속 해를 가리고…. 심지어 휴대폰에 연결한 리모컨이 카메라 셔터를 대신하는데 뙤약볕 아래서 휴대폰 배터리는 금세 닳고, 사진을 찍을라치면 계속 전화가 왔다.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하던 중 작업을 못 끝내고 아이를 픽업하러 갔다.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길에 탈수가 와 근처 상점에서 계산도 안 한 레모네이드를 집어 벌컥벌컥 마셨다. (웃음) 내가 전문 포토그래퍼를 고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캐릭터를 만든 사람이 인형들의 감정선을 가장 잘 살게 찍을 것이란 확신도 있지만, 만족할 만한 사진을 몇천장씩 찍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의 전문성을 포기하더라도 내가 다 해내는 수밖에 없다.

- 의외로 잔혹한 묘사가 서슴없이 드러난다. <삐약이 엄마> 속 니양이도 병아리 삐약이를 입양하기 전까진 닭들의 유정란을 먹어치우는 포식자고, <연이와 버들 도령> 속 나이 든 여인이 저지르는 악행도 그 수위가 상당히 세다.

= 동화책 작가로서 언제나 유해하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어떻게 묘사할지를 늘 고민한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어디까지 세상의 어둡고 잔인한 면을 보여주어야 하는가’에 관한 담론이 근래 많이 논의된다. 이에 관한 내 입장을 밝히자면 세상의 어두운 면은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육자들이 내 그림책의 간접적인 묘사를 통해 지구에 도사리는 수많은 험한 구석들을 간접적으로 안전하게 안내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작가인 나 또한 선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내 안에도 분명 잔혹함과 나쁜 부분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건 백희나 개인의 결함이 아닌, 인류 전체의 공통점 아닌가. 인류는 지금껏 남에게 폐를 끼치기도, 도움을 주기도 하며 살아왔다. 그 어떤 독자도 착하고 나쁜 구석이 혼합돼 있을 것이므로 독자들이 내 작품에서 인간 내부에 공존하는 다양한 속성을 발견했으면 한다.

내가 다 해내는 수밖에 없다

- 백희나의 세계 속 어린이들은 늘 양육자와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말하고 싶은 것을 전하지 못하고, 어른들도 어린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건네지 못한다.

=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내가 여전히 사회생활을 비롯한 소통에 서툰 사람이라 그런 마음이 작품에 절실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순 있을 것 같다.

- 인터뷰마다 “내 책이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책일 거란 마음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 책임감 이야기도 이제 그만하려 한다. (웃음) 거듭 말하지만 나는 부족한 면이 참 많은 사람인데 자꾸 그런 말을 공식적으로 하다보면 스스로가 결벽해지는 것만 같아 부담스럽다. 다만 직업에 관한 책임감은 확실히 있다. 일로써 이 직업을 잘해나가고 싶다. 나는 내가 만든 작업물을 파는 사람이라 내가 만든 작품의 값어치를 언제나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내 상품을 구매해 읽고 속았다는 마음을 받으면 안되지 않나.

- 한동안 책의 판권장에 두 자녀의 이름이 ‘영감과 응원’의 이름으로 올랐다. 아무래도 지척에서 관찰 가능한 어린이였기 때문일까.

= 두 아이들이 나의 첫 독자였다. 그래서 둘의 반응이 내게 굉장한 힘이 됐다. 엄마가 만든 책을 읽고 눈이 반짝반짝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게, 작품을 끝까지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이젠 아이들이 다 컸는데 이번 전시회에 와서 “다 봤던 거네~”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더라. 아이들은 항상 하교하면 엄마의 작업실에 와 엄마가 만드는 인형을 직관했던지라 이런 대규모 전시에 새삼스러워하지 않았던 듯하다.

- 바비 인형 수집이 평생 취미인 것으로 안다. 최근 바비 인형들을 가지고 <그렇다고 업혀갈 순 없잖아>라는 제목의 돌(doll) 드라마를 차기작으로 기획 중인 것을 개인 SNS에서 봤다. 마침 10년 전 출연한 다큐멘터리에서 성인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발언도 했던데, 이 둘은 동일한 작품인가.

= 그렇다. 10년째 작업 중인 것은 아니지만. 10년 전 돌 드라마를 기획할 당시만 해도 작품을 업로드할 플랫폼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가 굉장히 활성화됐지 않았나. 10년 전에도 유튜브는 있었으니 그때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가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10년 전 이 작품을 처음 기획했던 이유와 이제 와 다시 이 작품을 만들려는 이유는 같다. 우선 이 드라마는 내가 시청자로서 보고 싶은 작품이다. 그리고 스토리텔러로서 공부가 될 작품이라 꼭 완수하고 싶다. 나는 언제나 유아를 주 독자층으로 한 책을 만들었고, 작품별로 한권의 단행본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업혀갈 순 없잖아>는 성인이 시청하는 드라마고, 단행본이 아닌 연재로 일정 간격을 둔 채 업로드된다. 내 입장에선 과감한 시도인데 좋은 공부가 되리라 확신한다. 지금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 준비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아마 추석이 오기 전 유튜브를 통해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용산구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바비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