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솔직하고 무해하게, <무빙> 이정하
2023-08-15
글 : 임수연

봉석은 엄마 미현(한효주)이 가진 초인적인 오감과 아빠 두식(조인성)이 가진 비행능력을 모두 물려받은 초능력자다. 누군가를 헌신적으로 지키려는 성정 또한 부모와 닮았다. 하지만 봉석은 초능력을 겉으로 드러냈던 그들의 부모와 달리 무거운 가방을 메고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면서 몸도 마음도 붕 뜨지 않게 스스로를 억제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럼에도 봉석 특유의 순수함은 결국 삐져나오는 감정을 불가항력적으로 드러내고, 누군가를 위해 초능력을 발현하기로 각성하게끔 이끈다. 선의가 가득한 눈웃음을 지으며 작품과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해가는 이정하는 이 캐릭터의 무구함을 즉각적으로 설득해낸다.

- 봉석 캐릭터와 실제 배우의 서글서글한 인상이 너무 닮아서 캐스팅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 강풀 작가님의 웹툰을 전부 봤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빙>이었고 가장 좋아한 캐릭터가 봉석이었다. 오디션을 앞두고 웹툰을 한번 더 봤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옛날 생각도 나고 역할에 욕심이 났다. 봉석이 마냥 다정하고 순수해 보일지 몰라도 내면은 단단한 친구다. 나도 힘들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먼저 돌보자는 마인드여서 비슷한 점이 있었다.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고, 응원하고픈 마음도 닮았다. 그래서 나와 봉석의 공통점에서 먼저 출발해 오디션을 준비해나갔다.

- 그렇게 캐스팅이 결정된 후 조인성을 아빠로, 한효주를 엄마로 둔 소감은 어땠나.

=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잘생기고 훌륭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식이 나여도 괜찮을까 가끔 생각했다. (웃음) 그런데 실제 연기를 할 때는 원작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조인성, 한효주 선배님보다는 두식 아빠와 미현 엄마의 아들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 엄마 미현을 연기한 배우 한효주와는 11살 차이다.

= 선배님이 24살 때 드라마 <동이>에서 아기 같은 아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다 큰 아들이 갑자기 생겨서 당황스럽다고 했다. (웃음) 당시 아이가 그대로 컸으면 봉석이 정도의 나이가 됐을 거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선배님의 작품을 보면서 자란 배우 지망생이었다. 나에게 엄청난 대선배님인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선배님”이 아닌 “엄마”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연락처도 ‘엄마’라고 저장했다. 지금도 ‘선배님’보다 ‘엄마’라는 호칭이 더 편할 정도로 선배님을 대하는 게 편안해졌다.

- 후배로서 배운 것도 많은 현장이었겠다.

= 내 감정 신을 찍고 있을 때 선배님이 같이 몰입해서 눈물 흘린 적이 있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미현도 봉석에게 좋은 엄마였지만, 현실에서 선배님도 너무 감사한 게 많은 선배님이었다. 앞으로도 엄마라고 부르고 싶다.

- 봉석이 희수(고윤정)에게 갖는 감정은 어떤 종류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나.

= 봉석은 누가 봐도 무해한 사람이다. 누구든 편하게 대하고 응원해주려고 한다. 희수를 만나고 난 뒤 봉석은 내면에서 나오는 호의를 당연시하지 않고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엄마의 가르침으로 숨기고 다녔던 초능력을 겉으로 드러내면서 봉석의 진가가 드러난다. 희수는 봉석에게 물음표를 갖게 한 후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다.

- 부모 세대가 초능력을 대하는 태도와 자식 세대의 그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

= 부모 세대는 누군가가 시켜서 그들의 초능력을 발휘하는 임무 수행의 목적이 있었다면, 우리는 스스로 발현하는 초능력이라는 차이가 있다. 비행능력을 숨기다가 스스로 드러내고 싶다고 각성한 후 하늘을 날게 된다. 화려하고 멋지기보다는 다소 소박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따뜻함이 좀더 녹아 있다. 선배님들이 전문적인 액션을 선보인다면, 10대들은 10대이기에 할 수 있는 액션을 보여줄 것이다.

- 마음을 드러내면 초능력이 발현되기 때문에 봉석은 끊임없이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연기하는 방식도 다양하지 않나. 봉석의 경우 너무 순수해서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 감정을 감춰야 한다고 의식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워낙 무해하고 솔직한 캐릭터라 참아낸다는 마음 자체에만, 내면에만 집중했다. 이정하로서는 초능력을 실감할 수 없으니 작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나라면 어땠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 봉석 역을 위해 30kg을 증량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 눈사람 같지 않나. (웃음) 봉석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살을 찌우면 찌울수록 봉석을 닮아가는 게 정말 즐거웠다. 나 자신이 좀 귀여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돼서 재밌게 촬영했다. 감독님과 스탭들이 건강하게 살 찌울 수 있도록 신경을 써주셔서 안전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 연기 비중이 높아진다. 고윤정 배우 말로는 무술감독이 “또래 배우 중 네가 와이어를 가장 잘 탄다”며 이정하 배우를 칭찬했다던데.

= 처음에는 초능력을 숨기는 게 중점이 되다 보니 서툴고 엉성한 모습을 보여주는 움직임을 표현해야 했다. 일부러 와이어를 더 흔들면서 팔을 휘저었다. 각성 이후에는 반대로 능숙하게 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다소 어렵게 다가왔다. 액션팀에서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준 덕분에 모니터링을 하니 내 모습이 생각보다 괜찮아 보여서(웃음) 재밌게 와이어를 탈 수 있었다. 잘 날기 위해서는 손가락이나 발의 움직임도 중요하기 때문에 현대무용도 따로 배웠다.

- 총 20화 중 7화가 공개됐다. 남은 회차에서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나.

= 봉석은 다른 인물과의 관계도 다양한 양상을 띠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를 갖춘 캐릭터다. 초능력자들이 성장해가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 대입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 챙겨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는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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