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웹툰 <무빙>
누적 조회수 2억뷰를 달성한 강풀 작가의 웹툰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를 감추고 살아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타이밍> <어게인> <무빙> <브릿지>로 이어지는 강풀 세계관의 중심에 선 이 작품은 부모가 된다는 기적과 가족애, 세상을 구하기 전에 내 곁의 소중한 것들을 먼저 보듬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라 할 만하다. 하늘을 날고 신체가 재생되는 특별한 능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가슴을 울리는 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치열함이다. 8월9일 7화까지 한번에 공개한 이후 매주 2화씩 선보일 예정이다.
소박하고도 거대하다. 강풀 작가의 메가 히트 웹툰 <무빙>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로 다시 돌아왔다. 강풀 작가는 시나리오작가 데뷔작이기도 한 이번 작품에서 직접 각본을 맡아 원작의 매력을 최대한 살렸다. <무빙>은 세상을 구하는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작고 단단한 이야기다. 시리즈 <무빙>은 무려 20부작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원작에서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촘촘히 채워 훨씬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거듭났다. 영화 <특별시민>(2017),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시즌2의 박인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완성도를 높인 시리즈 <무빙>은 매화 중심인물에 따라 로맨스, 액션 스릴러, 휴먼 드라마, 슈퍼히어로물까지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완성형, <무빙>이 빛을 보기까지 쉽지 않았던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오랜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무빙>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풀 작가의 웹툰이 영화화된 건 많지만 이번엔 직접 각본가로 데뷔했다. 각본 작업을 위해 4년 가까이 연재를 중단하고 매진했는데.
강풀 이번엔 감회가 남다르다. 지금까지 7편의 웹툰이 영화화됐지만 나 역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봤다. 원작자로서의 역할은 영화화를 결정하는 것까지라고 생각했다. 일단 내 손을 떠나면 별개의 창작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솔직히 흥행이나 완성도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없었다. 자유로웠달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도전이었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이렇게 어깨가 무거울 수가 없다. 게다가 웹툰은 혼자 책임지는 작업이지만 이 시리즈 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투입되었다. 공개를 앞둔 일주일은 잠도 잘 안 오고, 집중도 안되고, 설레고 불안하고 기대되고 걱정되고. 살짝 흥분 상태다. 감독님들은 이걸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대단하다.
박인제 코로나19 이후 워낙 불확실성의 사회가 돼 결과에 대해선 짐작도 못하겠다. 내부 반응은 나쁘지 않지만 평가와 반응, 흥행이 늘 같이 가는 건 아니니까. 가능하면 기대를 낮추려 한다. 기대를 안 하면 실망도 덜하는 법이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배운, 긴장과 부담을 버티기 위한 나름의 비결이다. (웃음)
강풀 일단 지금은 주변 반응, 시청자 반응이 너무 궁금하다. 내부적으론 수십번을 검토하다보니 오히려 감을 잃었다. 그동안 내가 하는 작업에 확신을 가지고 임했었는데 이번만큼은 잘 모르겠다. 내일(8월9일) 오후 4시 공개인데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출발
- 시리즈 <무빙>의 첫 출발이 궁금하다.
강풀 처음엔 다른 분이 각본을 썼다. 피드백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면 직접 한번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다. 드라마 대본을 써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열심히 드라마를 보고 각본집, 작법 가이드 등을 읽으면서 벼락치기로 공부했다. 물론 결국엔 내가 잘 쓰는 방식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웃음) 원래는 12화, 최대한 해도 16화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나는 7화씩 총 21화로 가고 싶었고 최종적으론 20화로 조정됐다.
박인제 원작 보기 전에 대본을 먼저 봤다. 나한테 웹툰은 <위대한 캣츠비>가 마지막이다. (웃음) <킹덤> 덕분에 영화와 드라마를 번갈아가면서 연출했는데 이번엔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워낙에 큰 프로젝트라 준비에 시간이 걸렸는데 그사이 장경익 스튜디오앤뉴 대표님이 <무빙> 대본을 주셨다. 전체는 아니고 7화까지 대본을 봤는데 순수하게 극본 속 마음을 울리는 지점에 끌렸다. 내가 느낄 때 <무빙>은 아빠 되기, 엄마 되기, 가족 되기에 관한 드라마다. 부모자식간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판단했다.
강풀 특별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디즈니+ 사이트 소개란에 보면 <무빙>은 ‘슈퍼히어로물’로 표기되어 있는데, <무빙>은 슈퍼히어로물이 아니라 히어로물이다.
- 슈퍼히어로물과 히어로물의 차이가 뭘까.
강풀 ‘슈퍼’라고 하면 지구를 구하는 초월적인 느낌이 든다. <무빙>의 능력자들은 분명 강력하지만 동시에 한계가 뚜렷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개성 정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들이 구하는 건 세계가 아니라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는 규모를 키우는 데 관심이 없다. 액션을 그리면서도 중요한 건 액션에 감정이 묻히지 않도록 하는 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정서적으로는 멜로드라마에 가깝다.
박인제 작가님 설명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언브레이커블>이었다. 히어로물이 능력을 과장되게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좋은 사례다. 동시에 어느 정도 시그니처 같은 인장도 필요하다. <블랙 위도우>를 보면 옐레나(플로렌스 퓨)가 나타샤(스칼릿 조핸슨)에게 왜 그렇게 포즈를 잡느냐고 놀리지 않나. 근데 실은 그 촌스러운 동작이 재미를 준다. <무빙>에선 역동적인 동작과 사실적인 움직임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으려 고민했다.
강풀 인물들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능력을 사용한다. 무슨 능력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괴물과 히어로를 가르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장주원(류승룡)은 초인적인 내구력과 재생능력이 있는 캐릭터인데 그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게 구현됐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나의 영웅은 아버지였다.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수식어도 꽤 봤는데, 가족 중심의 작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결국 나와 가족이라고 하는 작은 우주를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건-위기-과거-현재 위기 해결'의 구조
- 총 20화 중 7화까지 먼저 공개했다. 김봉석(이정하), 장희수(고윤정), 이강훈(김도훈) 등 정원고등학교 삼인방이 주축이다. 젊은 세대가 주인공인 만큼 살짝 하이틴 로맨스물 느낌도 난다.
박인제 초반은 아무래도 캐릭터들을 소개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다소 지루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 초반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다면 중반 이후 몰아치는 액션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거다.
강풀 내부 반응은 다양하다. 초반이 더 재미있다는 분들도 있고 후반이 더 힘 있다는 분들도 있다. 아무래도 20화에 이르는 긴 분량인 만큼 구간마다 구성의 차이를 두면서 다양한 재미를 전달하고 싶었다. 매화 다른 장르와 재미를 주고자 했기 때문에 각자 좋아하고 익숙한 스타일에 반응하는 게 아닐까 싶다.
- 전체적인 구성이 독특하다. 7화까지는 자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현재 파트, 이후 부모 세대의 사연을 다루는 과거 파트,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거대한 사건을 마주하는 구성이다. 사실 ‘현재 사건-위기-과거-현재 위기 해결’은 강풀 작가의 웹툰에서 자주 나오는 전개이기도 하다.
강풀 의식해본 적 없는데 막상 그렇게 말하니 내가 좋아하는 방식인 거 같기도 하다. 나는 늘 전체의 이야기와 결말까지 구상해놓고 작업을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쓰고 나면 언제나 아쉽고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웹툰에서는 구성과 분량상 미처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많았고 몇몇 캐릭터가 편편해질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무빙>의 시리즈화도 미처 다 풀어놓지 못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박인제 7화까지는 거의 한편의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영화와 시리즈를 연출할 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중요한 건 해당 장면이 얼마나 재미있고, 다음 장면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에 달렸다. 8화부터는 2화씩 묶어서 김두식(조인성)과 이미현(한효주), 장주원, 이재만(김성균)의 사연을 보여준다. 중심이 되는 인물마다 장르적인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초반 에피소드는 하이틴 로맨스 느낌이 있고, 중반에는 애틋한 멜로드라마도 있다. 캐릭터의 능력에 맞게 장주원이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에서는 하드고어한 액션영화도 선보인다. 하나의 시리즈 안에 캐릭터에 맞춰 다양한 장르와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작업하는 입장에선 즐거웠다. 물론 그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웃음) <무빙> 하나만으로 연출의 경험치가 엄청나게 는 것 같다. 이렇게 젊은 배우들과 함께해본 것도 처음이고, 처음 시도해본 VFX도 많다.
- 캐릭터에 맞춰 2화씩 묶는 건 한편의 영화 같다. 마지막에 대단원의 하이라이트로 이어지는 구성은 어떻게 보면 <어벤져스>를 선보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방식도 연상된다.
박인제 그런 구성을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사실 요즘 OTT의 유사한 패턴이기도 하다. 영화와 드라마 중간 지점에서 새로운 이야기 방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강풀 시작부터 끝까지 중요한 건 캐릭터였다. 웬만한 시즌제 드라마 시즌3에 달하는 볼륨이다. 사실 시즌제로 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 방식도 나쁘진 않다. 무엇보다 인물의 사연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하고픈 말은 소박하지만 그걸 들려주는 사람과 사연은 방대하다. 이렇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건 결국 많은 사람들의 힘과 에너지 덕분이다. 이렇게 분위기 좋고 행복한 현장도 드물다고 들었다. 마지막에 박인제 감독님 주도로 1박2일 뒤풀이를 갔는데 잊기 힘든 기억이다. 양동근 배우의 무대는 물론 차태현 배우의 <이차선 다리>, 조인성 배우의 <땡벌>을 한자리에서 만난 특별한 시간이었다. (웃음)
- 원래 강풀 작가님 웹툰은 스토리보드처럼 장면 묘사가 구체적인 걸로 정평나 있다. 가령 인물이 도약하는 장면에서 정면숏, 역숏, 풀숏까지 최소한 3개의 장면으로 나눠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각본 작업은 그걸 다시 글로 옮기는 건데 독특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강풀 뒤늦게 드라마 각본들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그 틀을 따라가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느꼈고 내가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글로 그림을 그렸다고 해야 할까, 동작 하나하나를 그림 묘사하듯 자세히 서술했다. 대사보다 지문이 훨씬 긴 독특한 형태의 각본이 나왔다. 어떤 건 한화에 60페이지가 넘기도 했는데, 결국 그 모든 동작이 감정을 어떻게 더 잘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것들이라 생각한다.
박인제 처음엔 난감했다. (웃음) 보통의 시나리오는 일종의 사용설명서 같은 건데, 이건 거의 설계도에 가까운 느낌이라. 작가님이 수시로 연락을 주셨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들도 이런 대본에 낯선 부분이 있었는데 함께 호흡을 맞춰나가면서 결과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강풀 만화는 빈칸의 여백을 독자들이 채워준다. 가령 대사는 하나의 말풍선 안에 갇혀 있어 시간이 정지된 상태다. 시간을 움직이는 건 독자들이다. 반면 영화나 드라마는 모든 장면이 다 움직이는 시간으로 찍혀 있다. 그 감각의 차이를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문어체로 대사를 써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웃음) 대본은 일종의 지도나 내비게이션이었다. 지도 위를 보는 것과 직접 길을 걷는 건 완전히 다른 감각이다. 아무것도 아닌 듯 덤덤한 장면에 절절한 감정이 담기기도 하고, 반대로 감정이 넘치는 장면을 담백하게 소화하기도 하는 걸 보면서 감탄했다.
"이야기가 계속 되길 가장 바라는 사람은 나다"
- 뒤로 갈수록 액션의 수위가 상당하다.
박인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능력을 과시하고 싶진 않았지만 인물들의 절박함, 치열함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 신체능력자들의 이야기다보니 상당히 높은 수위로 묘사할 수밖에 없는 지점도 있었다. 사실 제일 어려운 건 봉석이 하늘을 나는 장면이었다. <무빙>을 관통하는 시그니처 액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적이고 화려한 액션은 한국 스탭들의 노하우가 상당하지만 하늘을 나는 액션은 한국에서 경험치가 거의 없는 분야다. 게다가 봉석의 성장에 따라 하늘을 나는 방식도 다양한 차이가 있다. 초반에는 풍선처럼 천천히 떠오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빠르게 활강해야 한다. 다루기 어려운 능력을 컨트롤한다는 점에서 영화 <크로니클>(2012)이 좋은 레퍼런스가 됐다. 와이어 액션부터 VFX까지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강풀 각본을 쓰는 입장에선 제한 없이 해보고 싶지만 선뜻 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런데 감독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서 진행된 것들도 있다. 규모를 보여주는 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웹툰보다 훨씬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후반에 많이 나온다.
박인제 별 생각 없이 내뱉은 아이디어였는데 내 무덤을 팠다. (웃음)
- 차태현 배우가 맡은 전계도, 류승범 배우가 맡은 프랭크는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다.
강풀 자녀 세대와 부모 세대의 간격이 20년 넘게 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연결해야 하는데 간격이 너무 넓어서 중간을 연결해주는 브리지 세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계도는 정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버스 운전사로 취직한 인물이다. 전격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EBS 속 ‘번개맨’ 캐릭터에서 착안했다. 실제 번개맨이었던 사람이라는 설정이다. 프랭크는 극적 긴장감을 위해 투입한 캐릭터다. 원작에서도 학교생활 중심인 전반부가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평화 이면에 무언가 주인공들을 옥죄여오는 상황을 배치하려 했다. 급조한 캐릭터가 아니라 웹툰 <히든>에 등장할 인물 중 하나다. 긴장감을 줄 이방인 캐릭터가 필요해서 이번 시리즈를 위해 미리 당겨서 등장시켰다. 이번 작품에 아는 인연, 모르는 인연 다 동원한 거 같다. 류승완 감독님을 통해 류승범 배우에게 직접 연락해서 무작정 졸랐다. 이 자리를 빌려 출연을 결정해준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 웹툰 세계관은 시간능력자들의 이야기였던 <타이밍>, 신체능력자들의 이야기인 <무빙>, 그리고 <브릿지> 순으로 이어진다. 차기작으로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모인 이들이 한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룰 <히든>이 나와야 할 차례다. 언제 볼 수 있을까.
강풀 기다리고 계실 독자들에게 죄송하지만 4년 동안 <무빙> 대본에 집중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 이야기가 계속 되길 가장 바라는 사람은 나다. <타이밍> <무빙>처럼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로 제목에도 ‘ing’를 썼다. <브릿지>에서 이어질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는 아직 미정이다. 웹툰으로 나올 수도 있고, 요즘 대세처럼 영상화가 먼저 될 수도 있다. 모든 건 <무빙>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박인제 내가 정해주겠다. <무빙>이 잘되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여러분에게 달렸다. (웃음)
- <무빙>이 두분에게 남긴 것이 있다면.
박인제 17화 정도에 봉석이 각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빙>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사연이 담기지만 구심점은 봉석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히어로가 태어나는 이야기이자 품 안의 자식이 독립해 날아오르는 이야기인 셈이다. 봉석처럼 이번 작업을 통해 나 역시 함께 성장한 기분이다. 좋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강풀 시작은 막연하게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전부다. 과정이 힘겨워도 끝내 더 나아지는 세상이 보고 싶다. 마지막 화 제목이 ‘졸업식’인데 그게 지금 제일 많이 생각난다. 이제 막 한권의 책이 끝나고 페이지를 덮은 기분이다. 아직 아무 계획이 없다. 졸업을 했으니 성적표를 받아본 다음에야 그다음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