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제 감독이 뽑은 웹툰 <무빙>의 이 장면
웹툰 15화 <비밀>에서 봉석이 비밀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엄마에게 화내는 장면이 있다. 이어 어린 시절 아빠와의 추억이 플래시백처럼 나온다. 벚꽃이 떨어지는 골목길, 봉석이 하늘로 떠오르자 봉석을 안고 있는 엄마도 함께 떠오른다. 그러자 아빠 두식이 날아올라 하늘로 날아갈 뻔한 아들과 아내를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 아빠가 말했다. 우리 가족 언제까지나 지켜줄게.” 가족의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오른다’는 이미지로 표현한 아름다운 장면이다.
강풀 작가가 뽑은 시리즈 <무빙>의 이 장면
시리즈 17화에서 미현이 두식에게 아빠가 남긴 말을 전한다. 하늘을 잘 날려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는 거다. 날아오르기 위해선 “잘 떨어져야 한다”는 말은 <무빙>의 메시지이기도 한데 이게 자칫하면 교조적인 메시지가 되기 쉽다. 아빠 두식 역의 조인성 배우가 이걸 덤덤하게 말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평생 날아왔던 사람이 걷는 법을 이야기라는 것처럼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표현을 보면서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리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느꼈다.
박인제 감독이 뽑은 웹툰 <무빙>의 이 캐릭터
캐릭터 한두명을 도저히 고를 수 없다. 작품 외적으론 북한군 비행능력자 정준화 역의 양동근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미술감독이 양동근 팬클럽 회원이고, 나의 드라마 경험치가 <네 멋대로 해라>에 멈춰 있는 관계로 직접 만나 함께 작업할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정준화가 처음으로 능력을 선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단 한번 촬영으로 충분했다. 양동근 배우도 마치고 나서 자기 인생 숏을 찍은 거 같다고 해주어서 무척 뿌듯했다.
강풀 작가가 뽑은 시리즈 <무빙>의 이 캐릭터
시리즈 후반에 나오는 배우들을 주목해주길 바란다. 북한군 요원들을 임팩트 있게 묘사하는 게 중요했다. 그들을 지휘하는 김덕윤은 박희순 배우가 맡았는데 후반부 실질적인 메인 빌런이다. 게다가 교사 최일환 역의 김희원 배우처럼 능력자가 아님에도 능력자들보다 큰 존재감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그외에도 박광재 배우가 맡은 권용득이나 후반에 나올 오리지널 캐릭터도 기대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