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MZ세대 관객 타깃으로 하는 팝업존 마케팅을 분석하다, ‘영화가 POP!, 시리즈가 POP!’
2023-09-21
글 : 정재현
사진 : 오계옥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인터넷의 팝업창에서 명칭이 연유한 팝업 스토어는 사람이 붐비는 입지에 한시적으로 입점해 독특한 판촉과 상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최근 몇년 사이, 서울 성수동이나 대형 백화점 1층을 방문할 때면 유명 브랜드가 설치한 팝업 매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영화나 시리즈도 팝업 마케팅 열풍에 동참 중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영화나 시리즈는 한시적 오프라인 설치 공간에서 영화에 관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되, 주력 상품인 ‘영화’를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팝업존(영화나 시리즈의 팝업 마케팅은 실질적인 상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팝업 스토어가 아닌 팝업존으로 명칭을 통일한다)을 통해 영화나 시리즈의 충성도 높은 아군이 될 예비 관객을 모은다. 엔데믹 이후 활성화된 영화, 시리즈의 팝업존 마케팅의 핵심을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다가올 추석 개봉을 앞둔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시리즈 <무빙>의 팝업존에 다녀온 후기도 전한다.

시작은 해외 시리즈와 영화였다. 2019년 여름, <기묘한 이야기> 시즌3 공개를 앞두고 넷플릭스는 서울 홍익대 근처에 <기묘한 이야기>의 세계를 그대로 옮긴 팝업존을 만들었고 그해 겨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겨울왕국2> 개봉을 맞아 아이디어플랩과 협업해 서울 이태원과 삼청동에 <겨울왕국> 팝업 스토어를 열어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기묘한 이야기> 팝업존은 3주 남짓한 영업 기간 중 500팀만 신청 가능한 방탈출 프로그램을 예매 오픈 하루 만에 매진시켰고, <겨울왕국> 팝업 스토어는 인기에 힘입어 서울을 넘어 전국에 5개 팝업 스토어를 유치하며 성업한 바 있다.

엔데믹 이후 MZ 소비자의 대두

사람의 밀집이 필수적인 팝업존 마케팅은 팬데믹 기간 중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특히 이 시기엔 온라인 광고가 유행하며 대부분의 산업이 온라인을 통한 간접경험 제공 마케팅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엔데믹 이후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있고 그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팝업존으로 눈을 돌렸다. 영화와 시리즈의 마케팅 또한 변화하는 소비 풍조에 맞추어 팝업존 마케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과 <바비> <밀수> <더 문> 등 올해 개봉한 수많은 영화들이 개봉 전 팝업존을 통해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팝업존은 극장 개봉 영화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지난해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방영 이전에,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무빙>은 방영 이후에 팝업존을 운영하며 국내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국외 여행객들의 필수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드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홍보하며 팝업존을 유치한 강효미 퍼스트룩 대표는 엔데믹 이후 성행하는 팝업존에 관해 “팬데믹 3년간 억눌렸던 소비자들의 제약을 실현하는 장소”로 진단한다. “관객들의 소비 형태도 엔데믹 이후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과거엔 투자사와 홍보사의 일방향적 마케팅 콘텐츠가 관객에게 먹혔다면, 요즘 관객은 마케팅의 일방적 공급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를 원한다.”

이같은 관객의 변화는 팝업존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 소비자들은 직접경험을 중시하고 그 경험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스스로 콘텐츠화한 후 이를 개인 유튜브 채널이나 SNS에 공유해 ‘인증하기’를 선호한다. 영화의 팝업존 또한 인증 문화에 착점을 둔다. 강효미 대표는 “팝업존은 관객의 직접체험을 통해 영화에 관한 정보를 관람 전 고양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직접체험을 통해 영화의 전반을 경험한 관객이 자신의 체험을 인증하면, 한명의 경험이 온라인이나 SNS상에서 끝없이 바이럴돼 또 다른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 한 관객의 체험이 또 다른 예비 관객을 낳는 셈”이라며 인증 문화와 팝업존과의 연관성을 짚어주었다. 영화계가 인증 문화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영화 개봉 전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회는 관객들이 자신의 SNS에 관람 후기를 인증하면 굿즈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줄곧 진행해왔다. 하지만 다수의 관계자들은 시사회의 인증 프로모션과 팝업존의 인증 프로모션은 출발점이 다르다고 못 박는다.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일반 시사회는 영화에 관한 소비가 잦은 헤비 유저들이 많다. 그들은 이미 영화를 알릴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이다. 반면 팝업존 방문객들은 대개 영화에 관한 사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인증 문화의 빌미를 제공해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말한다.

입지의 결정 요인

팝업존은 주로 젊은 층이 많이 다니는 성수동이나 대형 백화점에 입점한다. 강효미 대표는 “팝업 스토어 문화 자체가 성수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했다. 성수는 젊은 소비자들이 자주 들고 날 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유동 인구도 많아 범세대적 관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당시 신촌과 판교, 대구에 위치한 백화점과 계약을 맺어 팝업존을 연 강상욱 미디어캐슬 대표는 백화점 내에 팝업존을 유치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소비자들은 대중교통을 끼고 지어진 백화점 방문이 손쉽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경우 이미 팬덤이 두터운 영화다 보니 입지의 상징성보다는 접근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성수에서 <소울메이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밀수>의 팝업존을 개최한 NEW 마케팅팀은 팝업존의 입지는 타깃으로 삼는 관객층과 개봉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답을 들려주었다. “<소울메이트>의 경우 개봉 시기가 극장 성수기가 아니어서 주요 관객층인 MZ세대가 자주 방문하는 성수에 팝업존을 차렸다. 반면 <밀수>는 극장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 개봉해 고관여자 대상 홍보를 극장에서 바로 진행하기에 적정했다. <밀수>는 전 세대 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영화라 광화문과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팝업존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무빙>의 팝업존은 한국형 히어로라는 시리즈의 컨셉에 충실해 인사동, 경복궁까지의 접근이 용이한 서울 견지동에 위치한다. 이전에 <바비> 등 해외영화 홍보와 팝업존 운영 경험이 있는 방소영 올댓시네마 대표는 <무빙>의 입지에 관해 “국내에서 만들어 OTT를 통해 해외로 송출하는 시리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들이 한국적인 것을 체험하러 오는 곳에 팝업존을 세웠다”고 밝혔다.

팝업존은 실익을 부르는가

개봉 전후 책정되는 홍보 마케팅 비용에 팝업존 설치 및 운영 비용을 추가하면 자연히 다른 분야의 홍보 비용 투자가 줄기 마련이다. 팝업존의 등장으로 인해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의 변동이 있냐는 질문에 관계자들은 모두 그렇지는 않다는 답을 들려줬다. NEW 마케팅팀은 “전체 마케팅 비용에 비해 팝업존의 비용이 크지 않다”라는 답을, 강효미 대표는 “팝업존도 크게 보면 옥외광고의 영역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마케팅비가 추가되진 않는다. 영화의 주요한 타깃층에 팝업존이 효과적이라면, 그 타깃층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되는 것”이라는 답을 들려주었다. 한편 <스즈메의 문단속>의 수입과 홍보는 물론 해당 영화의 상품화 권리까지 보유 중인 미디어캐슬은 경우가 달랐다. “개봉 이후 팝업존을 열며 <스즈메의 문단속>과 관련한 여러 굿즈를 판매했다. 우리에게 팝업존은 홍보와 다른 영역의 별도 사업이었다.”

팝업존은 실질적인 홍보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팝업존 방문객은 영화의 관객과 시리즈의 시청자로 직결될까. 그리고 팝업존은 영화, 시리즈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얼마만큼 수행할까. 세 질문 모두 실증적인 상관성을 논하기는 모호하지만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팝업존은 흥행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효한 전략임이 명확해 보인다. 강상욱 대표는 “팝업존의 제작비까지 감안한다면 팝업존의 운영은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추거나 살짝 손해를 입는 정도의 투자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단순히 팝업 운영 당시의 투입 대비 산출 비용으로만 실익을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품화한 굿즈를 꾸준히 판매하고, 다양한 팝업존을 연속적으로 운영한다면 홍보 효과도 지속될 것이고 꾸준한 상품화를 통한 이득도 볼 수 있을 것”이라 정리했다. 미디어캐슬은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전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작은 카페에서 영화 컬래버레이션 카페를 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코어 팬층의 결집과 지지를 공고히 하는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개봉 후 팝업 스토어까지 개최한 미디어캐슬은 올해 <스즈메의 문단속> 팝업 미술 전시회 또한 이어갈 예정이다.

방소영 대표는 “직접 체험을 즐기는 세대의 소비자가 가장 많이 팝업존에 방문한다. 그들의 반응과 후기가 흥행과 무관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하며 팝업존의 실익은 앞서 언급한 MZ세대 소비자들의 인증 문화와 결부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강효미 대표는 팝업존의 운영이 흥행의 출발점인 화제성과 연관된다고 판단한다. “<드림> 팝업존의 경우 오픈 첫날 1500명의 방문객이, 둘쨋날 18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이 수치는 결국 작품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와 팬층이 두터운 두 주연(아이유, 박서준)의 영향을 모두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드림>은 팝업존을 개최한 첫주에 관객이 가장 많이 들었다.” NEW 마케팅팀 또한 “팝업존의 방문객이 관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팝업존이 콘텐츠에 관한 호감도를 높여야 한다”며 팝업존의 여러 구성을 통해 방문객의 호감도가 높아지면 직접 영화를 관람할 가능성 또한 정비례할 것이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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