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러웨이 다운스>
디즈니+ / 6부작 / 감독 배즈 루어먼 / 출연 니콜 키드먼, 휴 잭맨, 브랜던 월터스 / 공개 11월26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15년 전과 달리, 역사와 시대의 편에 선 루어먼
애슐리 부인(니콜 키드먼)은 남편의 목장을 팔기 위해 호주로 향하지만, 낯선 땅에서 그녀가 마주한 것은 남편의 죽음이었다.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소몰이꾼 드로버(휴 잭맨)와 수천 마리의 소, 인종차별 정책으로 교화시설에 강제 입소할 위기에 처한 혼혈 소년 놀라(브랜던 월터스)뿐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들은 남겨진 목장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땅을 횡단한다.
2008년 공개된 바즈 루어만의 영화 <오스트레일리아>는 개봉 당시 긴 러닝타임과 평면적인 서사로 인해 흥행에 실패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지만, 바즈 루어만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미련을 놓지 않았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재편집하여 추가 촬영분과 새로운 엔딩을 더한 6부작 시리즈 <파러웨이 다운스>를 공개했다. 전통적인 가족상의 봉합을 벗어난 결말과 더욱 입체적으로 묘사된 광야의 시간은 15년 사이에 달라진 시대의 담론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플라워 킬링 문>이 미국의 수탈사에 대한 통렬한 속죄였던 것처럼, <파러웨이 다운스>는 빼앗긴 세대에 대한, 15년 전 자신의 영화를 향한 자기반성이다.
<나의 데몬>
넷플릭스 / 13부작 / 감독 낫 요스와타난논트 / 출연 시마부쿠로 미유리, 사쿠라 아야네, 기쿠치 고코로, 오리카사 후미코 / 공개 11월2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재난 이후 애도의 길을 되짚는 소년과 데몬
핵 재앙 이후 데모늄 입자에 의해 탄생한 변이 생명체 데몬은 세계의 잠재적인 위협으로 자리 잡는다. 국가 기관은 흉측한 외형과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데몬을 제거하기 위해 데몬 헌터를 고용한다. 하지만 주인공 켄토에게 데몬은 적이 아닌 친구다. 켄토는 보관 능력을 지닌 작은 데몬에게 아나라는 이름을 붙인다. 켄토와 아나는 멸망을 노래하는 세계에서도 여전히 인간과 데몬이 공생하기를 바라지만, 인류는 데몬을 혐오스러운 흉물로 여긴다.
일본과 태국의 합작 애니메이션 <나의 데몬>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직조한 SF적 세계에서 소년의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오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데몬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괴수라기보다는 낯선 인간에게 경계심을 품은 야생의 생명체에 가깝다. 미지에서 오는 적대감은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서로를 두려워하는 인간과 데몬은 유대의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도쿄에서 오사카를 거쳐 하카타로 향하는 켄토의 여정은 우연하게도 동일본 대지진의 애도를 위해 규슈에서 도쿄로 향하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경로를 반대로 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