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한국 영화시장에서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엔데믹에 접어든 이후 회복된 듯 보이던 극장의 침체기는 그 빗장을 쉽게 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의도치 않게 공개를 미뤄온 작품들이 관객을 찾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목표 앞에서 많은 작품이 좌절했다. 여름 시장과 추석 시장. 통상적으로 성수기로 간주되던 시기에도 영화관은 여전히 잠잠했고, OTT 오리지널 시리즈와 유튜브 채널, 숏폼 콘텐츠와 VR 게임 등 영화와 같은 출발선에 선 경쟁 대상은 계속해 늘어갔다. 이제는 관객으로부터 영화가 외면받는 것일까. 한국영화 사상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2023년을 명중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을 찾았다. 일종의 관성 같기도, 꺾일 줄 모르는 순애 같기도 한 모습으로 영화는 계속 관객에게 말을 걸었다. 2023년 1월, 묵직하고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교섭>이 신년의 포문을 열었고 활동이 활발해지는 4월엔 <리바운드>의 생동성이 극장을 채웠다. 2023년의 첫 1천만 관객을 달성한 <범죄도시3>는 웃음의 활기로 많은 관객을 반겼고, <귀공자>의 스릴감 넘치는 이야기는 2023년의 상반기를 마무리했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개봉을 기다려온 작품들이 기지개를 켰다. <밀수>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여름 시장을, <잠> <1947 보스톤>과 <거미집>은 추석 시장을 겨냥했다.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작은 규모의 영화들도 그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달짝지근해: 7510>과 <30일>은 각각 관객 100만명과 200만명을 넘기는 호과를 달성했다. 그외에도 <지옥만세> <너와 나>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아가는 청소년의 기쁨과 슬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2023년의 한국영화는 여전히 희망을 찾는다.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이 빠른 속도로 두 번째 1천만 관객을 달성했고, 이순신 장군 3부작의 피날레를 장식한 <노량: 죽음의 바다>도 높은 예매율을 보이며 설레는 관객몰이를 이어받는 중이다.
‘B컷 특집’은 <씨네21>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방식 중 하나다. 한달여 동안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촬영 현장 스틸을 영화 제작사 곳곳에 요청했다. 많은 영화인의 도움이 있어야만 마무리될 수 있는, 의존도 높은 일이기도 하다. 1년 동안 사람들의 애환을 함께한 드라마의 여정도 담았다. <닥터 차정숙> <방과 후 전쟁활동> <박하경 여행기> <소년시대>의 소담한 나날을 함께 공개한다. 영화 14편, 시리즈 4편. 소탈하고 인간적이고 피곤하고도 행복한, 영화와 시리즈의 뒷모습을 보면 어쩐지 알은척하고 싶어진다. 갑자기 화면 속의 거리감이 사라지고 이상하리만치 친근감이 높아진다. 이 특집을 통해 2023년 내내 이렇게 많은 작품이 당신에게 말 걸고 있었단 걸 알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