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전체 촬영 중 두 번째 회차이자 세미(박혜수, 왼쪽)와 하은(김시은)이 만난 첫 촬영 장면이다. 안산 단원고 앞 원고잔공원에서 두 배우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던 날이었는데, 날씨가 정말이지 완벽했다. <너와 나>의 스틸 컷을 담당한 김홍 스크립터는 이날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기억한다. “공원이 조용하고 곳곳에 바람이 살랑거렸다. 바람에 따라 나무가 춤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장면을 찍을 때에도 세미와 하은이 현실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수룩한 자기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하은의 마음을 엿보는 세미와 그의 마음을 아는 듯 모른 척하는 하은이 대화를 나누는 신이다. 세미가 하은을 응시하기 위해 바라보던 거울도 현장에 있던 것을 그대로 활용했다.
제주 촬영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세미 집 촬영은 후반 회차에 몰아서 진행했다. 앵무새와 배우 박혜수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미리 두어번 만나 교감을 나누었다. 친밀감이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박혜수 배우가 새를 무서워하지 않고 따뜻하게 쓰다듬어주었다.
그 마음을 아는지 앵무새도 박혜수 배우의 머리 위나 어깨에 잘 올라가 놀았다.”(김홍 스크립터) 영화 속에서 앵무새 조이가 세미에게 볼을 부비며 다가온 건 온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만큼 세미가 조이를 따뜻하게 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홍 스크립터는 “영화 촬영장에 동물과 아이가 나오는 순간 모두가 긴장하지만 이 장면은 예상보다 편안하게 진행됐다. 조이도 철창 밖으로 꺼내놨을 때부터 얌전하게 횃대에 서 있었다”고 이날의 촬영기를 선명하게 떠올렸다. 똑똑한 조이 덕분에 촬영은 원활하고 화기애애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거미집>
촬영장에 막 들어선 <거미집> 배우들을 김 감독(송강호)이 반갑게 맞이하는 장면. 영화 속 영화처럼 이어진 이 장면은 실제 영화 스탭들과 김 감독의 스탭이 한곳에 아웅다웅 뒤섞였다. 한창 <거미집>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데 카메라는 김 감독을 비추며 그의 표정과 감정 변화를 포착한다. <거미집>의 여정을 함께한 조원진 스틸 작가는 현장 분위기를 시종일관 밝게 비춘 송강호의 에너지를 기억한다. “송강호 배우는 리허설마다 재미있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펼치며 현장 분위기를 밝혔다. 길게 진행되는 촬영에 지칠 만도 한데 다양한 장면을 유연하게 상상하는 힘이 대단하다. 테이크마다 자신만의 박자와 리듬을 선보이며 현장을 장악하는 배우다.”
<30일>
이혼 30일 전, 동반기억상실에 걸린 <30일>의 ‘똘기 넘치는 커플’. 정열(강하늘, 왼쪽)과 나라(정소민)의 야외 결혼식 장면이다. 겨울에 찍었는데 촬영날 갑자기 추워져 드레스 차림의 정소민 배우가 특히 고생을 많이 했다. 정열과 나라는 내내 티격태격하며 다툼을 멈추지 않았지만 강하늘, 정소민 배우는 화기애애하게 작업에 임했다. 이병헌 감독의 <스물> 이후 8년 만에 커플로 다시 만난 두 배우는 환상의 호흡으로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고. 송경섭 스틸 작가는 “현장에서 두 배우가 셀카를 정말 많이 찍더라. 얼마나 친한지를 알 수 있었다”라며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화면 안에서도 밖에서도 늘 좋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1947 보스톤>
광복 직후 척박한 정세 속에서 마라톤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손기정(하정우, 오른쪽)과 서윤복(임시완). 존 켈리의 초청을 받아 방문한 사무국에서 서윤복을 막 소개하려는 손기정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 장면의 리허설 장면을 촬영한 조원진 스틸 작가는 “영화상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만큼 두 인물이 무척 상기돼” 있다며 당시 분위기를 회상했다. 해당 장면은 육군사관학교에서 촬영되었는데, 미국의 사무국 느낌을 내기 위해 벽지부터 소품까지 미술품 하나하나에 섬세한 손길이 담겨 있다.
<소년시대>
어쩌다 부여 짱이 된 병태(임시완, 오른쪽)가 지역 얼짱 선화(강혜원)와 처음으로 정식 데이트를 하게 된 장면. 4화에서 병태와 선화가 손을 잡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롤러장 촬영 현장이다. 데이트가 끝나고 헤어지는 길에 입맞출 타이밍을 놓친 병태가 어정쩡한 자세로 “기회? 키스 기회? 그려! 그러믄 다음에 키스혀!” 하는 장면은 화제의 클립 영상으로 오르며 <소년시대>를 알리는 데 박차를 가했다. 임시완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 베스트 모먼트.
<닥터 차정숙>
<닥터 차정숙>의 3인방이 엘리베이터 안에 모였다. 정숙(엄정화, 가운데)이 못마땅한 표정인 건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남편 인호(김병철, 왼쪽) 때문. 인호에게는 정숙이 이젠 주부 말고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을 때 혼자 잘해보라며 딱 잘라 말했을 뿐 아니라 출근길에 태워달라는데도 나 몰라라 한 죄가 있다. 인호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함께 탄 가죽 재킷 차림의 동료 의사 로이킴(민우혁, 오른쪽) 때문이다. 정숙에게 간이식 수술을 해준 그가 정숙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이 내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세 남녀의 애정 전선은 머지않아 인호의 오랜 불륜이 발각되면서 더욱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