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마법은 이어질 수 있을까,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기업 디즈니 100주년을 돌아보다
2024-01-04
글 : 이유채

‘반드시 이뤄질 거야’라고 말하는 디즈니도 100년은 쉽지 않았다. 험난했으나 포기하지 않았고 도전정신으로 새 길을 개척했다. 시작부터 그랬다. 10대 때부터 애니메이터의 꿈을 꾼 월트 디즈니는 1923년 형 로이 O. 디즈니를 설득해 할리우드에 ‘디즈니 브러더스 카툰 스튜디오’를 야심차게 설립했지만 인력난과 재정난에 시달렸다. 없는 살림에 100% 애니메이션 <오스왈드 더 러키 래빗>을 제작했지만 배급업자와의 갈등으로 저작권을 빼앗기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좌절을 모르는 디즈니 주인공들처럼 그 역시 새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고 ‘미키마우스’를 창조해냈다. 최초의 미키마우스 영화이자 최초의 유성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1928)의 국민적 관심과 캐릭터 비즈니스의 성공은 디즈니 스튜디오에 재정적 안정을 안겼다. 1937년 세계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대흥행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지만 1940년 막대한 시간과 돈을 쏟아부은 <피노키오>와 <환타지아>의 고전으로 스튜디오의 빚이 300만달러에 육박하면서 다시 시련을 겪었다. 월트 디즈니의 독단적 경영에 반기를 든 직원들이 결성한 영화만화가조합의 장기 파업과 2차대전의 여파로 194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걷는가 싶더니 재빨리 살길을 도모했다. 1950년대 들어 미국 가정에 빠르게 보급되던 TV로 눈을 돌린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또 하나의 꿈이었던 디즈니 놀이공원을 홍보할 목적으로 미 방송사 와 계약을 맺고 TV프로그램 <디즈니랜드>를 제작해 직접 해설자로 나섰다. ‘친근한 월트 아저씨’가 1955년 개장한 미국 디즈니 랜드는 곧 세계적 명소가 되며 쓰러져가던 디즈니를 일으켜 세웠다. 1966년 월트 디즈니 사망 뒤에도 재빠른 위기 대응력과 도전정신, 체계적인 분업 시스템 등 그의 가치와 제도는 남아서 수렁 속의 디즈니를 구해냈다. 1984년 디즈니 CEO로 취임한 마이클 아이스너는 월트 디즈니의 분신 소리를 들으며 그의 유지를 받들었다. 70년대 내내 침체기였던 디즈니를 TV 시장 재공략, 캐릭터 사업 재강화 등으로 부활시켰고 <인어공주> <라이온 킹> 등을 제작해 19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픽사와 손잡고 컴퓨터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제작이라는 모험도 단행해 애니메이션 제작의 판도를 바꿨다.

그러나 이토록 강력한 디즈니 매직은 100년쯤 되어 그 효력을 다한 걸까. 아니면 요술 지팡이를 흔들어줄 리더를 아직 기다리는 중일까. 2023년 디즈니 미디어 산업은 위기였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디즈니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린 영화가 없는 한해를 보냈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이 문을 닫았던 2020~2021년 제외). <더 마블스>가 전세계적으로 2억460만달러를 벌어들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 중 가장 낮은 수익을 올렸고 <엘리멘탈>이 1억5400만달러, <인어공주>는 5억69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라이온 킹>(2019), <미녀와 야수>(2017) 등 이전의 실사영화가 쉽게 10억달러를 돌파했던 시기를 거친 디즈니로서는 아쉬운 성적일 수밖에 없다. 시청 패턴 변화로 인한 미국 유료 방송 구독 가입자의 큰 폭 감소와 위상 하락은 <ESPN> <FX채널> 등 다수의 실시간 TV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에 달마다 적잖은 타격을 안겼다.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는 2019년 론칭 이후 계속 적자 상태이며 밥 아이거 디즈니 CEO의 올해 비용 절감 계획에는 미디어 부문 중심으로 8천명 이상의 정리해고가 포함됐다. 밥 아이거는 2023년 OTT 사업이 최우선이라고 밝히며 흑자 전환을 약속했으나 12월 말 현재까지 뾰족한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타 엔터테인먼트 기업처럼 인원 감축과 콘텐츠 투자 비용 절감, 프랜차이즈 시리즈에 의존하는 전략을 고수할 듯한 디즈니가 2024년, 월트 디즈니가 그랬듯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월트의 천진난만한 비전과 그가 이루어낸 꿈”(<타임>, 1965)을 펼칠 새로운 1년이 곧 시작된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 DIS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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