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 <메이드 인 루프탑> <구경이> <뜨거운 피> 등으로 주목받은 배우 이홍내의 데뷔작은 2012년 제13회 전주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선정작 <지옥화>다. 하지만 이홍내는 데뷔작으로 전주영화제를 찾지 못했다. “<지옥화>를 찍은 후 입대했다. 이등병 때 이상우 감독님이 직접 전화로 우리 영화가 전주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바로 휴가를 신청했지만, ‘네가 무슨 영화제에 가냐’라며 부대에서 무지 혼났다. (웃음)” 관객으로서 전주영화제를 숱하게 찾으며 “영화를 많이 보고, 수제 막걸리를 많이 마셨던” 이홍내는 <지옥화> 이후 11년 만에 마침내 배우로서 전주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다. 전주씨네투어를 통해 상영되는 그의 출연작은 2022년 왓챠에서 제작한 옴니버스 6부작 시리즈 <사막의 왕>이다. 그에게 <사막의 왕>은 “마치 평양냉면 같은, 내 취향의 시리즈”다. “처음 보면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알아갈수록 시대를 관통하는 풍자가 기막힌 작품이다. <사막의 왕>으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무척 설렌다.” <사막의 왕>을 관람할 관객이라면, 이홍내가 분한 다단계 사업가 해일이 등장하는 3화 <가족여행>을 주시하길 권한다. 그는 이탁 감독과 함께 “조명과 앵글, 해일의 동선을 일일이 상의해가며” 8시간의 카메라 리허설을 통해 에피소드 초반의 연설 장면을 집요하게, “신나게 놀며” 만들어갔다.
전주씨네투어에서 이홍내가 관객들과 나눌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 스스로가 영화광이자 배우 덕후이기 때문이다. 이홍내는 <씨네21> 스튜디오 벽면에 붙은 배우 송강호의 여러 사진을 본 후 사진 촬영 당시 송강호의 출연작을 바로 일대일 대응할 수 있을 정도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잉 목록엔 에단 호크와 크리스 헴스워스, 매슈 매코너헤이와 제이슨 스테이섬 등 언뜻 한 카테고리로 묶기 어려운 배우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홍내에게 카메라 안팎에서 배우로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존재다. “연기하는 사람들이 그저 좋다. 아직까지 내 삶은 연기 아니면 취침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매료된 배우가 있으면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모두 살핀 후 그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법까지 찾아본다. <내 사랑>의 에단 호크를 본 후 <본 투 비 블루> <퍼스트 리폼드> 등 그의 최근 명연기도 모두 살폈다. 마야 호크까지 좋아졌을 정도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블록버스터영화를 찍지 않을 때 자연을 대하며 살아가는 태도에서 많은 감화를 받는다.”
봄철 추천하고 싶은 독립영화는?
“<델타 보이즈>(2016), <튼튼이의 모험>(2017) 등 고봉수 감독님의 영화들.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가득한 영화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당연히 내 팔로잉 목록엔 두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김충길 배우도 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