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신인배우 김상흔의 손은 간절히 기도하는 손이 되었다. 그에게 전주는 “작품으로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데뷔작 단편 <돌림총>(2021)이 처음 출품된 곳이 전주영화제였으나 쓴맛을 본 탓이었다. “한국단편경쟁 결과가 오후 4시인가 그랬다. 전주 가서 이거 먹자, 저거 하자, 하면서 3시50분까지 ‘<돌림총> 단톡방’이 굉장히 뜨거웠다. 그런데 결과를 다 확인한 뒤 한 2시간 동안 대화방에 정적이 흘렀다. (웃음)” 씁쓸한 미소로 당시를 회상하던 김상흔은 곧 시원스레 웃으며 전주영화제 초청 게스트로서 당당히 전주영화의거리를 누빌 자신을 즐거이 상상했다. 여전히 활발한 <돌림총> 단톡방 멤버들과 전주에서 거하게 회포도 풀 계획이라고. 그가 이번 마중클래스에서 관객과 소통할 작품은 다름 아닌 <돌림총>이다. <돌림총>은 총 돌리기 동작을 하다 부상을 입어 행정병으로 빠진 현규(엄준기)가 의장대로의 복귀를 꿈꾸는 이야기다. 김상흔은 현규의 의장대 합류를 반대하며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고참 공진우 병장을 맡아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안긴다. 상영 뒤 관객들 앞에서 “나를 배우로 만들어준 영화”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고백할 생각이다. “처음으로 영화란 걸 해봤다. 대본을 끌어안고 내내 끙끙대다 현장에 갔는데 신기했다. 상대의 연기를 직접 눈으로 보니 그에 맞춰 몸이 움직이더라. 그때 처음 배우가 재밌는 직업이라는 걸 실감했다.”
김상흔은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고등학생 때 야구도 공부도 잘해서 예정된 진로가 있었으나 주변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멋있다” 소리에 못 이겨 화끈하게 제3의 길을 택했다. 연기예술학과에 진학한 뒤 연극, 뮤지컬을 하다가 “연기하는 내가 기록에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제대 뒤 영화로 발을 넓혔다. 김상흔의 영화 취향은 누아르와 B급영화. 그러나 연기하고 싶은 장르는 따로 있다. “로맨스가 진짜 하고 싶다. 지금 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멜로가 체질> 같은 편한 로맨스도 좋고 나이 들어서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같은 노년의 멜로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며 그는 다시 한번 두손을 모았다. 김상흔은 전주에서의 시간을 누구보다 알차게 즐길 준비가 됐다. “야외에서 하는 마중토크는 나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설렌다. 아무리 바빠도 전주 시내에서 조금 들어가야 있는 피순대집은 무조건 갈 거다. 거기가 내가 꼽는 전주 1등 맛집이다. (웃음)”
봄철 추천하고 싶은 독립영화는?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들>(2016).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을 잘 녹여낸 영화라 좋아하는데, 한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이 봄에 새싹 같은 아이들의매력에 빠져보길 권한다.”